소녀시대가 대만공연을 했는데, 3시간에 걸친 라이브 공연에 대성공을 하고
1만 명이 넘는 자발적 팬들이 함께 즐겼다고 한다..
새벽종을 울리면서 만든 나라를 정치인들이 국록을 먹으면서 망쳐간다는 느낌이 항상 있어왔는데
그래도 새로운 한류가 정공법으로 실력을 쌓은 청춘을 통해서 팽창하는 모습을 보니
나라가 망하지는 않을 모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 고마운 느낌이 다가온다..

내 느낌으론 지금의 한국은 좀 묘한 나라이다..
김예슬 선언을 통해서 표현된 것처럼
스무 살 까지의 대부분의 인생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더 나아가서 대학생들의 생활 자체도
그야말로 청춘을 말하기엔 매우 부족해뵈고
차라리 사회적으로라도 큰 그림을 논하였던 그들의 부모세대가 나아보이는 느낌도 있다..
그런데 시구를 하느라고 앙다문 홍수아의 턱을 본다든가
또 이런 소식을 본다든가, 혹은 김연아가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가고 박세리의 성적을 신지애가 이어간다든가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행복한 대통령이 없었다고 한탄하던 마음은
우리가 인생을 너무나 정치사 중심으로 본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은
요즘 들어서 새로 들리는 사회적 소식들이 대개 스무 살 근처의 사연이고
그리고, 그 중에서도 여성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그 긴 세월을 통해서 온갖 공을 들인 남자축구는 안방에서 4강을 하고서도, 그 뒤의 흐름은
기대보다는 그다지 빨리 자리잡는 느낌은 아닌데
창고합숙소에서 21세기의 소녀시대를 보냈다는 청소년 여성축구팀은 피파컵에서 우승을 하고 있다..
정말 지금은 소녀시대인 것일까?

바둑계에도 소녀시대의 조짐은 있는 셈이다..
김 윤영은 옥집승부로 우선 이름을 알리더니
그 사건은 다만 주목을 끌기 위한 것이었어요,라고 말하는 듯이 금방 여류기성이 되었다..
오랜 만의 소녀장사의 등장이다...

그러고보니 요즘들어서 유명한 소녀들이 많다.. 그리고 대개 그들은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유명해지고 있다..
김연아의 입장은 좀 독특하다..
빙상의 경우, 국가대표가 되어도 정작 국가에서 해주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김연아의 우승 뒤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비용을 개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모양이다..
역사 상 최고의 기록을 이미 세운 장본인도 연습장이 없어서 외국을 떠돈다..
광고로 돈을 많이 번다고 하지만 그 세월과 그 비용을 염두에 두면
그다지 내 세울 만한 수준의 부를 아직 쌓은 것은 아니고, 갈 길이 많은 상황이다..

요번에 피겨랭킹전에서도 주목을 끈 것은 대부분 여자선수들
실력은 남자팀들 쪽이 더 좋은 것으로 보였지만
김연아 후광효과에다가, 곽민정이 이미 올림픽 출전경험이 있는 탓인지
소식 자체도 여성그룹에 비중이 있는 듯하다..

울산을 거치는 고속철도개통소식도 주목을 끈다..
서울만 좋아질거라는 말도 들리지만, 꼭 그럴 지는 모르겠다..
나의 느낌으론 수년 전의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에 이어서
이번에 철도개통과 거가대교 개통을 통해서
창원과 대구, 울산, 부산 등지를 포함하는 동남권에 하나의 클러스트가 형성되는 느낌이 있다.
대략적인 인구를 합산하면 1천만 근처에 달하는데
이 정도면 나름 단일경제권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시베리아 횡단철도와의 연계는 잠잠해졌지만, 앞으로 다시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북한도 어떤 식으로든 변모할 수밖에 없다.. 10년 후가 되면
지금의 논란도 어떤 식으로든 확정되어 있을 것이고
우리 나라나 일본, 중국 등지의 환경 자체도
2차대전의 영향력에서 보다 제대로 떨어져서 완연히 새로운 면모를 보일 것이다..

부자가 3대를 못간다는 말이 있듯이
포화의 영향력도 그와 유사한 것이 아닐까?
부자가 3대를 못가는 것은
이 병철 시대의 가난이 잊혀지기 때문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한국경제의 뿌리는 가난과 전쟁에 있다.. 그러나 지금 쯤이 되면 전쟁을 말하려고 해도
올림픽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겐 감각적으로 거리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아마 그들이 보고 자라난 것은 서태지와 아이들 쯤 되겠지...

소위 유신반대와 386의 이면엔 일제시대와 해방 후의 혼란, 그리고 전쟁 등이 뿌리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한류의 세대론을 보면, 대체로 그 다음 세대에 해당한다..
지금 우리는 부의 뿌리가 되는 가난이 잊혀지기 시작할 만한 때가 되면서
그 반면에 부상할 만한, 전쟁이 아닌 시절의 문명의 전개를 보기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보는 데에는 상당한 장점이 있다..

사람의 머리와 뇌는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성을 갖춘 구조적 미래는
과거경험과 유사한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Dreams come true,라는 말에 대한 증상심학적 설명이 될 수 있다...

지금 당장에 한국의 모습은 구조적으로 좀 이상한 듯하지만
우리 내부의 혼돈을 자체로 해결하기엔 너무나 얽힌 사연이 복잡해뵈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려면 영역이 확장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곧잘 했는데
아무래도 사태의 진행방향이 그런 식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얼마 전에 티토라는 사람이 그린 미래지도를 보았더니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동남부와 일본열도가 단일 권역으로 통합된 그림이었다..
중국의 입장에선 섭섭한 그림이겠지만
새로운 문명의 그림으로 본다면 이 쪽이 매력이 있는 느낌이다..
한중일의 특성과 바다와 대륙과 섬들이 적절히 어울리는
이전에 누군가의 용어이었겠지만, 소위 동아지중해의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전쟁으로 태어나고, 혁명으로 자라난 한국도 이제 새로운 시대로 시선을 옮겨야 하는 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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