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적 시선이 필요하다..
수평에만 길들어 있으면 해결의 길이 요원하다...
이사명연이나 성상원융 등이 모두 수직적 시선을 말하는 것이다..

학문에 뜻을 두게 한 것도 천명이고
이립을 한 것도 천명의 입장이고
미혹이 가능한 것도 천명을 토대로 한 것이고
이순의 의미도 천명을 전제로 하고
종심이라는 것도 아트만은 다만 가설적 언명이라는 뜻일 것이다..
소망을 이루는 것도 사랑이고, 믿음도 사랑에 대한 믿음이다..
기신론의 9상차제는 유용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균형감을 약화할 가능성이 보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무명과 광명의 진망화합을 말하는 균형을 말해주고 있는 셈인데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분별과 조작, 집취와 계교조작에 친근하므로
상대적으로 광명과 무명의 대조는 약하게 강조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고보면 진망의 화합이라는 말은 얼마나 요긴한 긍경인가?
12연기론도 상대적으로 균형감이 약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연기론은 인생이 고로 변전한 내력을 현시함에 취지가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무명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조금의 문제가 있어보인다..
무명에서 시작되어 주로 촉수애취유에 시선을 머물게 하니
광명과 무명의 변주곡을 볼 겨를이 좀 적을 것 같다..
하긴 환멸의 방향을 거슬러가면 무명에 이르게 되고, 그 의미를 참구하면 광명의 문제가 드러나겠지만
그러나 미리 어느 정도 강조를 해주는 일의 유용성을 생각하면, 그래도 진망화합을 말한 쪽이 좀 배려스러워보이는 면이 있다..

이렇게 보면 선종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은 핵심부분을 강조한다는 것에 있음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긍경을 드러내면, 관심가는 사람은 누구나 그 과정을 스스로 감당할 것이다.. 거리가 어차피 멀다면
서둘러서 베푸는 친절은 대개 실패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1킬로미터를 뛰어본 사람에게라야 마라톤은 35킬로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말해주어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만 조깅을 즐기려고 집착하는 사람에게는 굳이 마라톤을 말할 취지가 적을 수도 있다..
바둑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대개의 경우 줄이 그어진 후, 그리고 그 후의 후를 가지고 바둑을 논한다..
그어진 줄이 바둑이라고 말할 기회는 적다..
그어진 줄과 반집의 공준 속에 가능한 모든 바둑이 있으며
그 줄 이전에는 스크린이 있다고 말할 기회는 더 적다..
아마도 진망화합의 경계 쯤이라면 줄이 그어지기 전의 나무판이나 스크린 정도에 비유될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소승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번뇌에 빠진 개인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발상을 말하는 것 같고
대승이라는 것은 인간적 시각을 넘어서 원론 그 자체를 드러내려는 시도가 아닌가 짐작된다..
우선은 문명화되어야 하고, 그 후에는 그 배경을 보아야 하고, 다시 배경과 자아를 상관시켜서 보아나가면서
수직과 수평을 한꺼번에 종횡함으로 해서 어렵게 들렸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