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혹은 욕망의 문제는 전체구도와 연관해서 요긴한 지위에 있다고 할 만하다..
대개는 욕망을 벗어나는 것을 강조하거나, 모든 문제의 전면적 해결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마음학은 실용적 학문이므로,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을 염두하면
과도하게 초월적인 주제에 서둘러서 집착하는 것은 그다지 잘 되지 않지 않을까 싶다..
마음의 세계에선 모든 문제가 서로 마치 바둑판처럼 연관되어 있으므로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단 하나의 소박한 주제를 잘 음미하면
그것이 그 자체로 길이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모든 욕망을 인정하여 각각에게 일정한 성취의 기간을 충분히 할애하여
사소하거나 큰 모든 소망들을 모아서 평생, 혹은 그보다 긴 기간에 할당하여
요즘 알려진 일종의 미래일기 같은 것을 만들어보면, 그 자체가 상당한 심리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소망의 문제를 다만 무언가를 이룬다는 욕심, 혹은 탐욕의 방향에서만 접근하는 것보다는
종내에는 모든 소망이나 희망, 혹은 욕망이 아무런 문제가 안될 수 있는 그런 지향점을 동시에 갖는 것이 요긴하리라고 생각된다.. 소망의 문제와 사랑의 문제는 서로 연관된 체용의 관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개 우리 자신을 육체를 가진 욕망적 마음이라고 여기지만
소망의 원리를 잘 음미하면서 증상심학을 결합하여 고찰해보면
과연 소망하는 나와 이것을 이루는 나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를 궁금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욕망의 문제를 사랑의 문제와 통합한 것이 바로 서원의 개념이 아닐까? 다만
서원은 고매한 동네에서 거론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욕망이나 소망, 혹은 서원을 거론하면, 거창한 일에만 생각을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바둑을 항상 묘수만 둘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욕망이나 소망구조를 고찰할 때에도
매우 비근하고 한심한 마음과, 또한 고매하고 초월적인 마음이나 서원 등을 모두 통합하여
하나의 온전하고 충분한 그림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 지금의 나의 상황도 대체로 파악할 수 있게 되고
다가오는 사태들을 통하여 그것이 나의 내면적 욕망구조와의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구체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지를 스스로 감지할 수 있다..
점차로 욕망, 혹은 소망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면, 아마도 임제의 수처작주에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수처작주를 말하면, 대개의 경우, 에고적인 탐욕과, 초월적 걸림없음을 분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이 애매하게 얽히면, 수처작주를 말하는 것이 오직 세간의 탐욕과만 연관될 가능성도 느껴졌다..
그것보다는, 일단은 현실적 모든 욕망을 인정한 다음에
그것을 구체적 시간과 연관지어서 전체적 그림을 그려본다면
모든 것에서 벗어나 걸림없음이라는 주제와
현실적 성공이나 성취를 통하여 진여의 공덕을 확인하고 드러내는 기쁨이라는
외형적으로 상반되어보일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주제들을
잘 통합하여, 불변수연을 말하는 창조성의 측면과
수연불변, 혹은 수류인득성을 말하는 환멸의 깊이를 겸비할 수 있으리라고 짐작되는데
아마도 이런 것이, 저 유명한 중도의 길과도 통하지 않는가 생각된다....

마음은 온갖 상황에 공존하는데
그렇게 공존하지만 너무나 고요하여 잘 보이지는 않는다..
모든 변화에 함께 하면서도 공존하는 성품을 인식한다면
기쁨이나 슬픔을 벗어난 그윽함에 계합하리라..

심수만경전, 전처실능유
수류인득성, 무희역무우
          - 마노라 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