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틀 일을 하고 하루 쉬는 날 어머니와 교대를 한다.

아직도 거동은 못하고 수시로 소변과 대변을 받아야 하는데 차츰 나아지고 있다

“내 오줌 좀 누자 ” 하면 소변 통을 들고 달려간다.

“내 똥 좀 누자 ” 하면 좌변기를 들고 침대 옆으로 붙여놓고 바로 옮겨 드린다.

침대 높이와 좌변기를 비슷하게 맞춰 놓았으니 나는 그런대로 괜찮지만 어머님은

그래도 힘에 부쳐 하신다. 나이가 있으시니 어쩌랴 (75세)

다른 방법은 천정에 도르래를 달아 옮기는 것인데 그것은 예전에 TV에서

사랑의 뭔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무료로 해주던데 우리는 가당치 않다

뇌졸중으로 처음 쓰러졌을 때와는 그래도 상황이 좋은 편이다

처음에는 전신마비에 온몸이 뒤틀리고 꼬여버려 정말 기도차지 않았다

나를 위해 애쓰시다 그랬다면 할머니 이상의 대우는 물론 어떻게든 완치 시키려

온 세상을 붙들고 뒤 흔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는 상종 하지 말자고 했을 땐 그래도 먹고 살만 했었고 어머니와 나는 무일푼에

어머니는 식당에서 나는 아르바이트로 학교를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동생들은 꼭 졸업하고 찾으러 온다고 약속을 하고 고등학교 때 집을 나왔다

그런데 내가 나오자 막내가 (당시 초등5년) 이상하게 변해 가는 것이다

나와는 달리 내성적이고 다소 대인기피증이 있어 친구도 변변치 않아서

늘 내 꽁무니만 따라 다녔는데 내가 집을 나오자 의지 할 데가 없었던 것이다

친구들이 일러줘 다니러 갔더니 동생은 집에 없다고 하고 가슴이 철렁했다

온천지를 헤매고 다니다가 해질 무렵에 학교로 갔더니 저 구석진 철봉아래에

쭈그리고 앉아 혼자서 흙장난을 하고 노는 막내를 보고 너무 반가워서 악을 쓰고 불렀다

막내야...

나를 알아보고 무쏘처럼 달려오는데도 왜 그리 더딘지 나도 내달았다

“이 불쌍한 새끼 이 불쌍한 새끼야”

안도와 반가움은 서러움과 분노로 변하고 때려죽일 연놈들은 뒤로하고

불쌍한 막내에게 폭발하고 말았다.

“이 노무 새끼 니 여서 뭐하노? ”

“형님아 보고 싶었데이....”

배고프다는 막내를 데리고 가서 자장면과 만두를 시켜주니 허겁지겁 먹는 것을

서러움에 입술을 깨물고 바라보다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이것들을 죽여 버릴 거라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별거 아니라는 게 그때서 실감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입으로 삼키며 어머님께 할머님께 끝없이 용서를 빌었다

“미안 합니다 정말 미안 합니다 못난 놈은 도저히 더 이상 참지를 못하겠습니다.”

미닫이 유리문을 걷어차고 뛰어 들었다.

“야 개새끼들아 다 죽인다.”

막내가 밖에서 돌았던 것은 집에 노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란한 소리에 대여섯이 앉아서 노름을 하던 인간들은 번개같이 달아나고

아버지와 동거녀만 남았는데 서슬이 시퍼런 나에게 그래도 아버지라고

“ 이노......

외마디. 그것뿐이었다 합기도와 태권도는 오늘을 위해서 배워 두었고 동네에서

실전도 많이 쌓은 나에게는 다음 말이 허락되지 않았다. 여자는 입도 벌리지도

못하고 연이어 꺼꾸러졌고

나는 부엌에서 벌겋게 달아오른 연탄을 집게로 집어서 방으로 들어갔다

“자 ...이제 우리는 죽는다.

니년은 그 잘난 상판대기가 괘씸해 지져 버릴 것이고 그리고 우리 셋

따뜻하게 가자. 뭐 서로 원망 할 것도 없잖아“

언제 왔는지 막내가 겁에 질려 “ 형님아. 형님아” 하고 울고만 있었고 여동생이

울며불며 다리에 매달려 “오빠야. 오빠야 하며 가로 막았다.

그리고 요란한 소리와 머리에 충격을 받고 쓰러져 버렸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니 병원이었고 얼마 후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 되었다

존속상해 및 살인미수라나. 영화배우는 아니었지만 피식 웃음을 머금었고

얼마 후 달려 온 어머님의 통곡으로 전후사정을 들은 경찰서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그들이야 곡을 했겠나마는 모자의 절규가 그리 만들었던 것이다.

보름 만에 아버지와의 합으로 막내를 데리고 대구로 돌아왔고 우리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인가 했는데 연탄불에 올려 논 오징어가 되어 나를 찾은 것이다

한참 어리광을 피울 아이를 남의 피 빨아먹는 일에 시시덕거리며 방을 차지해

밖으로 돌게 하고 할머니 전답을 팔아서 사업 한다는 말에 넘어간 어머니는

식당으로. 바른말 하고 대든다는 나는 서로 상종 않기로 하고 집을 나온 것이다

그리고 30여년.

그 어리고 안타까운 녀석이 장가를 가고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 내가 못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대견하게 살아가고 있다 집안일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는데

이번에 할머님 보낼 때도 아버지가 2차로 쓰러져서도 내 옆에서 힘이 되어준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고함소리가 들린다.

“내 오줌 좀 누자.

“그럽시다. 이불 빨래하는 것 보다야 그 소리가 착하지.

예전엔 모두 손으로 빨았었는데 요즘은 그래도 세상 덕 보는 셈이지.

먹고 자고 싸고

먹고 자고 싸고.

할머니께서  나 어릴 때 장독대에 정한수 떠다놓고 빌었던 말이다

이제는 내 자식이 된 애물단지가 대소변 가리는 게 기특하다 그래야 착하지.

할머님이 가셨다는 걸 알고 어리광이 더 심해졌다 이제는 당신차례가 온 것이라

생각하는 게 기가차고 허허롭다. 이것이 천륜이고 나의 인생이요 수행이다

그려. 그저 먹고 자고 싸고  먹고 자고 싸고

그러다가 할머니처럼 자는 잠에 가시구려 애먹이지 말고.

지금 나의 원수는 병들고 부상을 입었다. 부상당한 적을 돌보고 있는 나의 마음은

허탈하고 그리고 안쓰러운 마음과 연민의 정으로 씻고 닦이고 안아준다.

평생을 원망하고 지난 30년을 돌보아 왔지만 그동안 그래도 정신은 있었는데

이번에 2차로 쓰러지고는 정신마저 오락가락 하는 게 여간 걱정되지 않는다.

할머니도 90이 넘어서 근 10여년간 치매로 고생 했는데. 할머니야 아버지 때문에

내까지 고생 한다고 한이 맺혀 그랬다지만 당신은 누굴 원망 하시오.

다음은 치매에 대해서 팔공돌도사가 한마디 하려 합니다.

전문의도 모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마음입니다. 인연으로 맺어진 마음은 당사자만이 아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