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 가득한 봉우리들에 둘러싸인 용문사는 남해를 굽어보며 아늑한 골짜기 가장자리에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그리 크지 않은 절터 뒤로 야생 식물원과 차밭이 펼쳐져 있어 자연스럽고 평화로움이 한층 더했다

식물원과 녹차 밭을 거닐며 산새 소리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고 신선이 노닐어도 나와 별반 다름이 없으리라 생각하니 호사로움에 몸이 가벼이 떠오르는 듯 했다.

자각 자각 자그락

법당 앞마당에 깔아 논 자갈들을 밟고 걷노라니 세속의 번뇌들이 자그락 거린다.

내 아무리 뒤꿈치를 들어도 님은 나의 어리석은 생각의 소리를 들으시겠지

우리네 세상사 자갈길 거닐듯 소란스러우니 다져지지 않는 상념의 자갈을 깔고

애욕으로 애지중지 가꾸어온 비대한 몸뚱이가 자갈 위를 이개어 디디며 자갈의

소란함만 탓하고 고기 덩이 상할까 노심초사 하누나

내 언제 몸과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져 상념의 자갈길을 소리 없이 거닐까나.

오늘도 마음의 자유에 목말라하며 산사 모퉁이를 배회한다.

그리고 이곳 용문사에는 (3천년 생을 지나 당신과 내가 만났습니다.)의 저자이신 성전스님이 상주하시는 곳이기도 하여 불자인지 팬인지 사람들이 붐볐다

워낙 게을러서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놈이라 이래저래 생소한 책이름은 차지하고 스님을 직접 친견 하였지만 차 한잔할 수 있는 인연은 없었다.

그저 녹차 밭 속을 거닌 것으로 마음을 대신하고 운무 속 남해 바라보다 내려온다.

왠지 아쉬움을 뒤로하고 여운이 남는듯한데 오늘까지 몰랐다가 글을 쓰면서 비로소

깨닭는다. 이럴수가....?

산사순례 하면서 처음으로 절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빡빡한 일정으로 정신이 없었다 하여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붐비는 사람들을 피해 주변을 먼저 둘러보기로 한 것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아 !  중생아 중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