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동거 시리즈3, 주먹질

그녀는 자신이 반찬을 하겠단다.냉장고 속 계란을 프라이를 3개 부쳐 작은 투명 하얀 접시에 각각 놓았다.

2KG 덕용만두 사 놓은 것 중 일부를 프라이 판에 튀겨 놓았다.

집에서 처가 매주 보내 주는 김치와 생선조림도 상에 놓았다.

반찬을 하는 것이 아니고 차린 것인데.

있는 반찬 꺼내놓은 것은 차리는 것이고 두부라도 사와 지지면 반찬을 하는 것인데 배움이 짧아 용어의 사용조차 바르게 못 하나보다.

계란프라이는 거의 익지 않아 날 것 수준이고 만두는 냉동도 안 풀린 상태이어 수저를 대지 않고 혼자 소주만 먹는다. 김치와 생선조림 그리고 밥은 있었으니.

그는 그녀와의 겸상이 흡족 스러운가 보다.

“우리 인순이가 상을 다 차렸네!”

“이제 우리는 가족처럼 지내야 돼.”

“반장님한텐 삼촌이라 부르고.”

새벽 3:30 출근준비를 하려 일어나니 그녀는 소파에서 배를 드러내고 자고있다.

그는 간밤에 나이트근무를 10시 까지 나갔나보다.

싱크대는 설거지도 안 한 채 그릇들이 쌓여있고 컴퓨터 앞에는 수박을 먹다 남은 껍질들이 접시에 담겨있다. 수박 씨앗들은 컴 앞 테이블에 버려져 있다. 늦게 잠들었나 보군.

새벽 5:30부터 조기 출근하는 영상의학과 앞 무인등록기 곁에서 각 병동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환자들과 한참을 씨름을 한다. 그는 약제부에서 10pm부터 4시 까지 근무 후 2층의 영상의학과로 내려와 35~50건의 이송을 새벽 4:30부터 불과 세 시간 만에 치러낸다. 21층인 병동을 고층 중층 저층 검사 네 부문으로 나눠 각 담당들은 해당병동의 베드 휠체어 도보 환자들은 부지런히 안내하며 이송한다. 새벽에 자고 있는 환자들을 깨워 엑스레이를 찍으러 내려가야 한다며 안내를 하면 화를 내거나 거부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6:30경 나이트근무 선임자가 다가와 보고를 한다.

“161병동에서 사고가 생겼습니다.” 그의 근무 담당구역이다.

“16층 1병동 환자 한 분이 이송담당과 책임자가 와서 즉시 사과를 하지 않으면 뒤집어엎겠다고 합니다.”

“알았어요.”

7am경 선임자는 퇴근하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시 얘기한다.

“가 보셔야 할 텐데요. 16층에.”

“알았어요.” 별 일 아닌 척 생각 한다는 듯이 답하며 속으론 걱정이다.

저 놈들 속으로 신났겠군 싶다. 그에게 흠집을 내면 내게 데미지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속으로 좋아 죽겠지 싶으며 이번에는 제대로 걸렸지 라고 생각할 듯 싶다.

“저는 그대로 나이트 업무일지에 보고서를 올리겠습니다.”

“알아서 하세요.”

7:30am 16층 1병동의 담당 간호사를 찾아 전말을 우선 듣는다.

어린 간호사는 똑똑해 보이는 용모에 정연한 설명을 한다. 자신이 마침 그 방에서 있어 다 보았는데

“휠체어는 공용인데 왜 혼자 옆에 놔두냐고 하며 가져가 환자가 화가 났다.” 는 얘기이다.

당사자와 책임자가 와서 사과를 해야만 일이 해결 될 것 같다는 얘기이다.

일이 쉽지 않겠군 싶다.

8am 그의 업무가 끝나는 시간을 기다려 5층 수술장 앞 내가 자주 일을 보는 장소로 부른다.

“어떻게 된 거에요?”

“환자가 양아치 같은 사람이에요.”

“그 방에 환자 두 분이 한 분은 휠체어 한 분은 베드로 엑스레이 촬영을 가야하는데 그 환자 베드 옆에 휠체어가 있기에 사용하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됐어요.”

“자신은 반신불수라 휠체어를 옆에 놔두어야 한다고요.”

거짓말은 못하는 친구인 것을 평소 알고 있으니 그게 왜 그리 큰 문제가 되었을까 내심 궁금하다.

대화중 그의 핸폰이 울린다.

행정담당 대리의 전화이다. 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을 호출하는 것은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거나 해고를 통지하는 경우뿐이다. 벌써 야간 나이트 담당의 사건보고를 읽고 호출을 하나보다. 어디 있냐는 대리의 물음에 5층에 있다고 답하니 나와 있는 것을 짐작하고 대리는 일단 알았다며 끊는다.

간호사 얘기는 다르던데 있었던 상황을 정확히 얘기해 보세요.

“그 사람이 나를 쳤어요.”

“처음엔 막 쌍욕을 하고 수액 꽂는 폴대 를 들어 나를 내리칠듯이 하면서요.”

그럼 그걸 처음부터 정확하게 얘기해야지 왜 이제 한 가지 씩 이렇게 얘기합니까?

욕을 하고 폴대를 집어 드는데 제가 참고 그냥 베드환자를 밀고 나와 복도를 가는데 그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나를 쫓아와 내 배를 주먹으로 쳤어요.

“그냥 제가 잘못했다고만 했어요.”

처음에 한 번에 정확하게 얘기해야지 이렇게 한 번에 한 가지 씩 얘기하면 내가 어떻게 일을 처리합니까? 자 따라 오세요. 올라가서 부딪쳐 봅시다.

161병동 간호사는 담당 과장에게 보고를 하고있다.

조금 후 과장(수선생)과 나 그리고 그 셋이서 대화를 시작한다.

그는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데 중언부언 말을 바로 못한다.

“당신은 딱 한마디만 했다며.”

“휠체어는 공용이니 사용해도 되겠냐고” 그 한마디만 했다며

“녜.”

“이 사람이 보다시피 나이 50넘은 사람이고 제가 환자응대의 교육과 훈련을 가혹하게 해서 말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 사람 얘기론 환자가 쌍욕을 하고 폴대를 들어 치려하고 그래도 참고 나서는데 휠체어를 타고 따라와 배를 주먹으로 쳤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놀란 눈치의 해당병동 과장(수선생)은 그 분이 평소엔 온화한 분인데 가끔 사소한 배식 등의 일로도 욱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오늘 퇴원하실 예정이신 분인데 간암 말기여서 더 이상 병원에서 치료할 것이 없고 치료가 무의미해 퇴원을 시켜 본인은 감정이 격해있는 상태여서 그랬을지 모른다고 말씀하신다. 모든 것을 이해하시고 오히려 미안해하시는 상황으로 반전 되었다.

번거롭게 해 죄송하다고 과장에게 사과 후 당사자인 환자의 병실로 그와 같이 가 사과를 하니 일은 마무리 되었다.

사무실로 들어서는데 소장에게 보고를 하고 있던 대리는 그에게 저 쪽에 가서 대기를 하라며 내겐 소장에게 직접 보고를 하시란다.

자초지종을 들은 후 소장은 안도가 되는지

“반장님이 포장을 너무 잘 하신 것 아니에요?”라고 웃으며 묻는다.

“저는 있는 그대로만 말하는 사람 아닙니까?” 웃으며 대답한다.

“저 친구 퇴근 시켜도 되겠습니까?”

“녜 그러셔야죠.”

퇴근하는 그에게 소장은 평소의 차가운 얼굴대신 웃으며

“참느라고 수고하셨어요.”라며 덕담을 던진다.

저녁에 오피스텔에 들어서니 그는 소파에서 자고있다.

애처로운 모습이다.

오늘 내가 없었으면 잘렸기 십상인데.

설거지도 안 해놓고 저리 자고 있으니 저거 참 싶으며 동거가 함부로 하는 것은 아니군 싶다. 끝.

201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