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불량

스스로 깔끔이라고 자처하면서도 이상하게 청소는 하기가 싫다.
노트북 바로 옆 마우스패드 위에도 구석으론 먼지가 수북하다.
그래도 바닥은 물걸레질을 몇 달 만엔지 얼마전에 했다.
내가 아끼는 나의 로그북으로 사용하는 2005년도 다이어리는 수북이 먼지가 쌓인 것을 며칠 전에 휴지로 닦았다.

병원1층의 외래검사실 구역은 수많은 미화원들이 수많은 장비와 교대근무로 반짝이게 닦는것이 종일 일이다.
무전기를 차고 다니는 감독과 6명의 반장, 소장 등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다. 자주 보이던 젊은 여 미화원이 보이지를 않아 미화반장에게 물어보아야겠다 싶었는데 약제부 직원이 점심에 예기한다. "인순이가 그만 뒀어요."
건망증이 심해 청소업무조차 제대로 못 한다는 것을 반장이 감싸가며 편한 자리로 하게 했는데 한 번 야단을 맞고는 그만 두었단다.

50후반으로 보이는 미화반장은 다부진 여인이다. 아마존의 여전사들이 아마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은 강해보이는 성격의 칼같은 여인이다. 판단력과 민첩성은 나도 내심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임상병리 소속 내 수하직원이 야근 때 새벽에 미화반 관할 구역에서 잠을 자다 걸렸는지 미화소장은 해당구역 미화원을 해고하려하고 담당은 억울하니 자신이 아닌 이송직원이라고 실토를 하여 우리 사무실까지 연락이 왔다. 나는 설마 싶어 경위를 밝혀 보고하라는 젊은 우리 소장에게 아예 미화반장을 데려다 예기를 하게 했다.

"별일이 아니고 우리직원이 잘못한 것을 여기까지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하다." 그녀의 한 마디에 모든것은 해결되었다. 평소 성실하고 일어에 능숙한 우리 임상병리과 직원이 잠깐 실수에 해고당할 것을 구명한 것이다.

평소에는 사실 청소를 열심히 내딴엔 했다.
어린 젊은 해외봉사단 대원들이 실무교육이나 강의를 들으러 사무실에 오기 전 열심히 바닥을 물걸레질도 하고 쓰레기도 분리수거해 깔끔하게 버리곤 했다. 가장 열심히 청소하던 시절이었을까?
미얀마에 9일간 해외의료봉사를 24명의 대원들과 마치고 돌아왔을때 처가 한 말이 기억에 잊혀지지 않았었다.
"당신이 공항에서 떠난 후 바로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자신이 구석구석 사무실 청소를 하는데 먼지가 덕지덕지 앉아있어 밤새 청소를 했노라고." 2박3일간의 시간을 소모하며 태국을 지나 미얀마 산악지대를 통과하여 북부 목표지역에 도착하여 전화를 했을땐 그런 내색은 일언반구 없이 안위만 걱정해 주었었는데.

청소자리 하나 얻어준 것 조차 지키지 못하고 그만 둔 젊은 그녀는 그냥 집에서 놀고 있단다.
정상적인 직장생활은 불가능해 보이던데. 그녀가 유일하게 잘 했던 일은 놀이공원에서 입장표 받는 일이었는데 그것조차 30을 넘으니 자리를 못 구했었단다. 미화반장이 내 입장을 감안하여 알아서 챙겨주었을 텐데.
"음료수를 사 먹고 거짓말을 하곤 해 돈쓰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라며 자식처럼 아껴줬을 미화반장인데.

약국의 그는 내게 처음으로 오늘 아침 다리가 아프다고 한다.
"오늘만 아프다는 거에요 어디가 문제가 있다는 거에요?"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매몰차게 물었다.
새벽4시에 나와 한 시도 앉아보지 못하고 각 병동의 엑스레이 촬영환자들의 베드와 휠체어를 3시간 동안 밀곤 7시부터 8시 까지 진단검사의 가장 바뿐시간엔 검체 정리 등록을 미친듯이 해야한다. 8시부턴 13시 까지 약국에서 한번도 앉아보지 못하고 정신없이 뛰어야 한다. 맞아 너무 심하긴하지.
그를 수술장 앞으로 데리고 가 커피를 마신다. 앞으론 여기선 8시부터 30분 쉬고 약국에 가세요.
그는 진심으로 감사하며 굽실거린다.

그런 그가 그리도 아끼는 그녀는 너무 희망이 없어 보인다. 청소조차 제대로 못하는 여인아닌가?
이런 내가 그리도 아끼는 그는 너무 자신이 없어 보인다. 순발력과 판단력 사회성이 결여되 있긴하다.

1년 전 부터 소장이 왜 안 내보내냐고 눈총을 주는 것을 "주저 앉거나 쓰러진 사람이 있을 때 손을 내 미는 사람도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 하자 그 후 소장은 입을 닫았었다.
이제 그는 모든 부서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우리회사에서 가장 봉급을 많이 받은 직원으로 기록되었다.

청소를 안 하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봉사단 활동을 접고 못하는 내 심정을 다스리지 못해서 인데.
청소를 안 하는 이유는 처가 와서 같이 청소를 하는 날을 마음속에 그려보기 때문인데.

청소불량은 인간됨의 척도일까?
청소불량은 의욕상실의 계량 척도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