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한 게 한줄기 할 것 같은 날.

오늘은 막내가 간병을 하기로 했기에 모처럼 모자간에 시간이 났다.

우렁각시 생일을 축하해준다고 소주한잔 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이벤트.

“ 우리 어머님 모시고 산사를 다녀올까.?”

“ 그래요. 근데 어디로? ”

“ 법흥사를 몇 번이나 지나쳤는데 그리로 가자”

마침 안부전화를 하다가 만석님의 건강이 안 좋아 춘천의 큰 병원으로 가라 한다고 했기에

혹 입원이라도 하면 들렀다 오자고 계획을 잡고 출발하기 전에 어떠냐고 전화를 넣었더니

내일 이란다. 이런... 이제 와서 어떠하나 하지만 인연이 부른 것이니 출발이다. ^^=

화려한4급님이 영월에 계시니 들러볼까도 생각하고 통화를 했다가 모친도 동행하니

포기하고 빈삼각묘님도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했는데 마음만으로 배불리고 한반도지형

선암마을을 둘러서 무사히 귀가한 뒤 서로 수고했다고 감사를 나누고 한잔하기로 한다.

간만의 나들이에 어머님은 기분이 좋으신 듯.

법흥사

첩첩산골 사자산아래 양지바른 곳을 택해서 남쪽을 향해 자리하고 있었다.

천년의 숨소리를 듣고저 했건만 나를 맞는 것은 최근에 한 듯 울긋불긋한 단층과

현대식 건물 그리고 허전한 절터였다

대웅전만 옛 모습을 갖추고 있을 뿐 모든 것이 최근에 지은 듯하였다

오랜 탑도 없고 영험스런 나무도 닳아 뭉개진 돌계단하나 없다 그래서인지 유구한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판마저 보이지 않았다. 뭐란 말인가 천년의 세월에 남은 것이

현대식 포교에 달인이 되어 언론에 매일 오르내리는 적멸보궁으로 때운단 말인가.

허탈하고 허전하고...

천리 길을 달려와 무엇을 담아 간단 말인가.

잘 갖추어진 공양간과 해우소 시설과 공양보살님의 후덕함 그리고 모처럼의 모친과의

산사 길의 호젓함만 추슬러야 했다.

적멸보궁도 불사로 쿵쾅쿵쾅 시끄러웠고 산만함에 더욱 마음이 허허로울 뿐이다

셋이서 할머님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절을 올리고 빈 소쿠리를 옆구리에 끼고 산비탈을

털래털래 내려오니 쓴 웃음만 절로 나오더라.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사자산 남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사자산 법흥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 자장율사가 중국 종남산 운제사에 모셔져 있는 문수보살의 석상 앞에서 7일간의 정진기도 끝에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문수보살로부터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가사·발우 등을 전수받아 사자산(연화봉)에 불사리를 봉안하고 흥녕사라 개창한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의 하나인 불보 사찰이다. '적멸보궁'이란 '온갖 번뇌망상이 적멸한 보배로운 궁'이란 뜻이다.

현재 법흥사의 유적으로는 옛 흥녕선원의 위세를 짐작하게 하는 3개의 석탑과 1개의 수호석불좌상, 자장율사가 수도하던 토굴, 적멸보궁, 사리탑(강원도 유형 문화재 73호), 흥녕사 징효대사 보인탑(보물 612호), 징효대사 부도(강원도 유형문화재 72호), 흥녕선원지(강원도 지정 기념물 6호)가 있고 종이가 없던 시절 인도 영라수 잎에 범어로 기록한 패엽경 등의 소중한 삼보종재가 남아있으며 법흥사 주변에는 천연기념물 제242호인 까막딱다구리가 서식한다.

본래 사자산 법흥사의 지명 유래는 산세가 불교의 상징 동물인 사자형상의 허리와 같은 모든 지혈이 한 곳에 모이는 길지 이며, 뒤의 산봉우리가 불교의 상징 꽃인 연꽃 같이 생긴 연화봉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법흥사에서 적멸보궁으로 이어지는 소나무 숲 길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경승지 중 하나다. 사찰로 들어가는 오솔길의 소나무 숲이 장관이고, 사찰 앞에 줄줄이 이어진 아기자기한 아홉 개의 봉우리(구봉대) 역시 일품인 곳이다. (홈페이지 참조)

▲ 일주문

▲ 적멸보궁 가는 길

▲ 자장율사가 수행한 토굴 그뒤가 적멸보궁인데 공사로 사진을 찍을수가...^^;

시간은 나를 기다리지 않고 세상은 내 뜻을 따르지 않는다.

천수답 같은 내 인생 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리라

오늘도 메마른 땅 뒤척이며 구슬땀을 흘려도 소를 찾지 않고

내가 소가 되어 씨 뿌릴 준비가 되었음을 하늘에 알릴뿐이다.

한반도 지형과 선암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