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99, 복장불량

아침 7:50 병원전체에 병동과 검사실 등 모든 구역에 방송이 시작된다. 오늘도 진료에 최선을 다하자는 신부님의 말씀과 기도 뒤에 각 과 별로 하얀 가운을 입고 도열했던 임직원들은 간략하게 공지 전달 지시등을 전한다.

지각을 한 여직원은 분위기에 압도되어 들어서지 못하고 문 앞에 서있다.

집에서나 입음직한 짧은(엄청나게 짧은)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이다. 회사에 출근할 때는 정장은 아니더라도 캐주얼 이라는 표현대로 최소한의 예의를 표하는 복식을 갖출 것 같은데 요즘 젊은이들은 자유분방이 아닌 非禮(비례)나 無禮(무례)차원이다.

약국의 젊은 여 약사들도 하얀 가운 밑으로 스커트나 바지가 안보여 의아했었는데 다들 저리 짧은 옷들을 입었나보다.

여의사들의 짧은 가운은 白衣(백의)의 천사라는 표현속의 白衣(백의)조차 섹스 심벌과 차별성을 강조하는 도구화해 미니스커트 화 되었는데 차라리 그것은 애교로 보아야 되나보다.

대학 전기과를 졸업하고 기사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약제부에서 알바를 자원한 젊은 청년은 큰딸과 같은 나이이다. 판단력과 민첩성 젊음의 파워 등 무엇 하나 부족한 구석은 없다. 다만 맡은 일만 할 뿐 능동적으로 더 하려하지는 않는다. 근무시간 중에 짬만 나면 핸폰을 꺼내들고 문자를 주고받는지 들여다보고 있기 일쑤이다. 그의 유니폼은 그의 자세를 여실히 입증한다. 등에는 두 줄로 콜타르가 묻어있지만 빨아 입지도 않는다. 약품 적하장의 벽에 콜타르 흘러내리는 곳에 기대서서 담배를 피우다 묻었겠지.

저렇게 규정을 무시하며 주의력이 산만하니 약을 옮기려 문을 나서다 부딪쳐 깨뜨렸다. 출근은 늦으면서 퇴근은 시간 전에 나선다. 초기에 채용 14일 이내에 발령(계속 근무 여부)을 결정할 때 자르려다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줘야지 싶어 참았던 것이 후회가 된다. 저 친구 개인에게도 Lesson을 잘못 시킨 것이지. 정직으로 어디에선가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에도 저 친구의 자세는 바뀌지 않겠지. 반년여의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내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 한 것이 저 친구의 미래에도 부정적일 듯싶고 나 스스로 반성도 된다.

포병부대에서 제대한지 3주 만에 입사한 23세 젊은이들은 군기가 살아 열심이다. 잔소리에도 환한 모습으로 크게 대답하며 열심히 배우려한다. 소개하신 분의 모습이 평소 성실하고 능동적인 분이셨는데 역시 Family 전체의 가풍이나 모습이겠지. 귀여운 애기들은 유니폼도 깔끔하게 규정된 복식을 준수한다. 일부러 야단을 더 친다. 가혹하게 가르치고 혹독하게 견뎌야 장래에 더 잘해 나아갈 수 있겠지.

JCI(국제 병원 규격인증) Survey 직전이어 병원내외가 온통 야단이다. 감염관리실에서는 새로운 규정들을 제정한다. 이동 時(시) 마스크나 라텍스 글로브 장갑 등을 착용금지 시킨다. 면도를 안 한 채 출근해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던 직원들은 귀찮겠지.

스커트는 고사하고 짧은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처녀들은 스타킹은 덥고 고루하여 사 놓은 것도 없을듯하다.

“바지를 착용하지 않은 분들은 스타킹을 신으세요.”

“덧버선도 신지 말고 신발 구부려 신지 마세요. 슬리퍼는 안 됩니다.”

“머리는 간호사들처럼 쪽 머리 하세요. 늘어뜨리면 안돼요.”

병동약국 여 과장은 수십 명 약사들 사이를 다니며 복장을 검사하며 전한다.

“약제부 부장님(수녀님)지시사항입니다.“

우리직원들의 복장을 나도 다시 둘러본다.

빨아 입기라도 한 직원은 다행인데 그나마 다려 입지는 않았다.

꼬질꼬질 더러움이 윤까지 나는 전기과 졸업생에겐 빨아 입으라고 톤 높게 예기한다.

감염을 방지하고 병원균 매개체의 역할을 차단하려면 멸균세정의 원칙이 항상 머릿속에 있어야 하는데 자신의 옷이나 복식규정조차 지키지 못하는 직원은 역시 가차 없이 조치를 해야 하겠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