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탓이라기보다 저녁일이 괜스레 부담되고 힘겨웠다

내일 쉬는 날이니 오늘은 올인 해야 되는데.

낮에 좀 쉬러 왔다가 바둑 한판 둔다는 게 휴식시간이 많이 소모 되어 버렸다

보통은 30분 내외라 가볍게 앉았다가 내용도 실력도 맞수를 만나

거의 한 시간 반을 붙들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니 야간일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쉰 줄 아는 사람에게 뭐라 하겠는가.

(그냥 던질 걸.)

그래도 승부욕을 떠나 눈터지는 계가에 패싸움 도중에 차마 던질 수 없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베란다에 나가 동산에 뜬 둥근 달을 보니 참 선하게도 생겼다

(저 선한 달처럼 살 수는 없나.)

담배를 피워 물고 긴 한숨을 내어 쉬니 뒤에서 한 소리 날아온다.

“걱정한다고 되남요. 빨리 나가서 던 벌어와야지.”

“컥”

한 모금 빨아 당기던 담배가 목에 걸려 버렸다

“쿨럭. 쿨럭. 쿨럭. 쿨럭.”

목이 따갑고 코도 맵고 눈물까지 흥건 고였다.

(니이미.................)

“그 사람 참. 숨 좀 돌리고 나가야지. 내가 던 버는 기계야.”

“쿨럭 쿨럭.”

“뭔 달을 쳐다보고 청승 떨기에 그냥 해 본 소린데 괜히 지레 놀래 그러고는.”

“죄진 거 있어요.”

(아이고. 내가 참자)

돌아서서 다시 달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는데 뭔가 썸짓하다.

턱 아래서 마누라가 목을 비틀고 빼꼬미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놀랬잖아.”

화들짝 놀라 소리 지르니 궁시랑 궁시랑 거리며 멀어진다.

“뭔가 있긴 있구나...................”

차는 신천대로를 시원하게 달리고 있다

대구의 동맥으로 엄청난 교통량을 소화하고 있는데 신천 강변을 따라 남북으로 뻗어 있고

물 대통령의 유일한 작품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집에서 이런저런 시비를 무마하고 무거운 몸을 끌고 나왔기에 두세 시간만 버티기로 했다

카드결제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최대한으로 벌어 와야 한다는데 이의 없지만

때로는 몸이 말을 안들을 때가 있다

이틀하고 하루 쉬니까 여느 직장인들과 비교하면 노는 날이 많아 부럽다고들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하는 날이 적고도 수입이 고정적이면 뭐래겠는가.

무 노동 무 임금.

일찍 일어 난 새가 먹이를 많이 잡는다는 것도 오랜 불경기속에 옛말이 되었고

그날그날 운수에 따르는 운수업이 되어 버렸기에 도깨비 살림살이가 된지 오래다

이틀에 30시간 이상 일을 하니 일주일이면 60시간만 잡아도..........

일 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9시간 이상 일을 하는 꼴이니 수입을 떠나 참담하다

“요즘 수입이 어떻습니까.”

“수입요.”

“하하하. 참 난해한 질문을 하시네요.”

“왜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궁색하다 못해 비참하고요. 대충 말하자니 성의 없겠고.”

“그 정도입니까.”

“네. 근로 기준법에 준하면 우리는 월수입이 백 만 원이 안 됩니다. 8시간 기준으로.”

“그러면 어떻게 생활 하십니까.”

“보시는 대로 손님 모셔드리고 생활 합니다. 하하하. 농담이고요.”

“그 만큼 일을 더하고 그러고도 모자라면 대출내고. 빌리고. 갚고 또 신세지고…….”

“마누라하고 먹고 사는 일이라면 그 어느 직업에 밑지지 않는다고 봅니다만.”

“여기에 목숨 걸어야 한다면 저는 쌍수 들고 말리겠습니다.”

“하긴 요즘 어리석은 곳이 있습니까. 무슨 일이라도 너무 팍팍해 다들 그렇겠지만.”

“하지만 그 차이는 눈높이 설정에 따라 다르겠지요.”

“눈높이요.”

“네. 백만 원과 이백 만원의 차이는 백만 원이지만 살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죠.”

“백만 원이면 되는 사람과 조금 모자라는 사람이 있고 턱 없이 모자라는 사람도 있죠.”

“그것은 이백도 삼백도 마찬가지고 그 숫자 차이가 삶의 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 버는 사람과 덜 버는 사람의 차이는 액수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기본 들어가는 게 있잖습니까.”

“하하하. 그 기본이라는 개념에서 벌써 차이가 나는 걸요.”

“개념이라면.”

“그게 눈높이라는 말씀입니다. 설정하기에 달렸다는 말이죠.”

“음.”

“제가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

“네. 함 들어 봅시다.”

차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시원스레 달리고 있었고 아는 게 별로라 잘 나서지는 않지만

시련 속에 채취한 잎사귀들의 효능은 설사 복통 마취를 통해 나름 자신이 있었다.

나설 때의 피로도 잠시 잊을 겸 개똥철학 너스레는 이어졌다.

골프장 가는 사람 앞에서.

“제가 40 전에는 나로 인해서 가족의 행복지수가 결정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음.”

“그래서 얼마간의 개인적인 누림은 가족을 위한 최소소비라 정당화 했었습니다.”

“밤새 술을 마셔도 비즈니스고 실수를 해도 잘하는 것으로 소수점 털 듯하고........

“그런데 40이 넘어서면서 가족이 눈에 들어오고 왜소한 나를 보면서 안쓰러워지데요.”

“그랬군요...........”

“그래서 나의 씀씀이를 줄이고 그 열배의 효과를 보고 일견 대견하다가 미안한 겁니다.”

“그건 왜죠.”

“그게……. 더 해줄 게 많아지고 그러다보니 능력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그때부터 나도 모르게 절을 하게 되었습니다.”

“절이라면.”

“기도죠.”

“아”

“법당이던 예배당이던 성당이던 기도하는 사람의 염원은 다 달라요.”

“어디가도 싸가지는 있고요. “

“저는 원하는 목표와 대상이 나에서 가족으로 달라진 겁니다.”

“염원은 정직하고 성실하게 해서도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 달라는 것이죠.”

“사실 저는 절에 다닙니다만 쑥스러워 그전엔 절을 하지 않았습니다.”

“기도란 어느 곳에서 하던 반성하고 좋은 생각을 다짐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을 신뢰하는 것도 일편이고요.”

“신앙이란 평온을 느끼는 일이고 가는 곳이 인연이고 그러면 거기에 쓰러지는 것이지

“선하게 살려고 다짐하는데 서로 충돌이 일어날 이유가 뭔지.”

“비판 없이 맹종하거나 부추기는 종교장사꾼들이 문제겠지만 당사자가 결정할 일입니다.”

“아. 골치 아픈 대로 흘렀군요.”

“그래서 스스로 통제 할 멘토를 찾았고 나는 일상을 모두 정리 했습니다.”

“동창회. 직장. 운동클럽. 친목회.......”

“그 모든 모임을 탈퇴하고 오직 집안일과 근무에만 집중했습니다. 벌써 7년째군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심적 평온은 찾았으나

“절제 된 생활과 성실함으로도 살림살이는 여전히 어려우니 그 참 이해가 ……. “

“인생 역전의 승부수로 일상을 180도 바꿨는데도 말입니다. 하하하 ”

“그랬군요. 그럼 뭔 재미로 삽니까.”

“하하하. 그게 재미죠.”

“집안일 거들고 던 벌어 오고 간병하고 저녁에 주안상 받으면 더 바랄 게 있습니까.”

“탁구를 치는 사람과 골프를 치는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는 무엇일까요.”

(.......)

“이야기하다보니 두서없이……. 이게 다 어리석어 논리부족 탓입니다. 하하”

“하지만 적게 벌어도 저는 성실했다는 변명거리가 있고 인정도 받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서로 공유하며 인정하며 화목하게 살아갑니다.”

“물론 가끔씩 고통을 털어놓다가 삐걱거리기도 합니다만. 하하하.”

“결론은 가족에게 배팅하는 게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배당을 받는 것이라는 겁니다.”

“크게는 나라사랑인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나라사랑하느라 바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포석도 없이 끊고 싸워댑니다. 아차. 이것도 골치 아픈 야그네. 그만하죠. 하하하”

여자 손님에겐 인사말 외엔 질문에 답만 하고 앞좌석은 금지다

시비와 오해의 소지를 극소화하기 위한 조치고.

남자 손님에겐 상황에 따라 대처하지만 이렇게 긴 수다는 역시 금지다

피곤한 몸을 잊기 위해 너무 오래 떠들었다 싶어 중단하자마자 느낌이 이상했다

무의식중에 브레이크에 발을 올렸는데 경대교 지하도 커브길이 환하다

아니나 다를까 돌아서자마자 차들이 정체 되어 있고 브레이크 등으로 환했던 것이다

가까스로 제동을 하고 비상 깜박이를 켰는데 불길한 소리에 몸을 움츠렸다

끼~~~~~~~~~~익

쾅.

결국은.

자동차 전용도로에 그나마 한적한 시간대인 저녁 10시.

차들은 대개 80~100키로 이상 달리는 곳이고 이도로는 지하도마다 거의 커브길이다

여기서 잠시.

1.추돌사고가 나면 당황하지 말고 우선 뒤차의 동태를 파악해야 한다.

(먼저 차에서 내리지 말 것)

.만약의 사태지만 도주할 경우와 운전자가 바뀌는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2.주변 교통상황을 체크하고 2차 사고에 대비 만전을 기해야 한다.

3.현장보존을 하고(락카.사진) 차를 안전지대로 옮겨 신원파악을 철저히 한다.

(블랙박스가 있다 해도 필수임. 일의 번거로움과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서.)

4.상대의 상태도 참고하고 보험여부와 현장에서 접수상황 및 접수번호까지 확인한다.

(다음 날 지연. 연락두절 등등의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다.)

이것만 숙지하면 권리를 최대한 유지한 상태에서 수습할 수 있고 변수를 줄일 수 있다.

이상은 피해자 일 경우고.

가해자가 되었을 땐 거두절미 사과하고 피해자를 챙겨 안정시키며 호감을 얻어야한다.

차량 거치대에 있던 휴대폰이 날아와 안길 정도로 심한 충격에 우리는 혼비백산 했다

잠시 황당한 시간이 지나고 먼저 손님의 안전을 확인하니 긴급 상황은 아닌 것 같고

룸 밀러를 보니 뒤차에서 움직임이 없으나 주변은 심한 정체로 달리 변동 상황은 없겠다

차에서 내려 상황을 체크하니 뒤 범퍼는 물론이고 트렁크까지 들어갔다

트렁크까지 이상이 있다면 이 사람은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지도 못한 것이다

같은 승용차기에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 차체가 앞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다행히 2차 3차 충돌이 없었지만 자칫 도미노 현상으로 대형 사고가 날 뻔 했었다

그때서야 차에서 내리는 가해자는 멋쩍은 웃음으로 연신 죄송합니다. 면서 조아린다.

얼핏 악연은 아니구나. 생각했다

경험으로 상대의 행동에 따라 내가 어떤 인간이 될지 모르니까.

“우선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죠.”

“그래야겠지만 우리 상태확인이 우선 일 텐데요,”

“아. 예예. 죄송합니다.”

첫인상과는 달리 상황처리부터 하려는 게 잘못은 아니지만 잠시 불쾌했다.

(음. 두고 볼 일이지.)

신원을 확인하고 보험 접수를 종용하는 사이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너무 싹싹하게 나오기에 인간성이 되었구나. 했는데 자꾸 거리를 두는 것이다

(이런. 이 아저씨 봐라)

“아저씨 한 잔 하셨네요.”

순간 어두웠지만 얼굴에 짙은 홍조가 보일 정도로 당황하면서 나를 빤히 쳐다봤다.

이미 누군가의 신고로 렉카 요원들도 도착해 다가왔다.

요즘은 그렇다. 시민정신이라기보다 뭔가 거래를 위한 제보라는 게 맞을 거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그는 나를 한쪽으로 데려가면서 애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섭섭하지 않게 보상해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허 거참.”

“사장님 한번만 살려 주십시오.”

나는 두 가지 경우를 설정하고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했고

갑자기 야누스로 변한 내 머리통이 서로 공방을 하고 있었다.

신고를 하면.

일단 보상액이 증가한다.

인피 물피는 변동 없겠지만 사소한 시비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이점도 있다

여기에 합의금이 추가 되니 기본 100에서 잔머리에 인간성만 버리면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오늘 어떤 상황에서 일을 나왔는가.

그 돈이면 다음 달까지 무난한데. 치중을 해야 되는데.

하지만 상대는 기본 500에서 시작 될 것이고 전력에 따라 수천까지도 손실이 있을 것이며

자칫 운전을 영영 못할 수도 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다급한 듯 목 메인 소리가 들려온다.

“사장님.”

애틋한 부름에 잠시 사나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길게 내뿜었더니 멀리 선한 달이 높이 떠올라 있다

(젠장.............)

받아 든 명함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나보다 그쪽이 진짜 사장님이시네요 뭐.”

“아닙니다요.”

“여튼 재주껏 감동 함 줘보시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

“아. 그 뭐이냐. 아내 출산이나 좀 거시기 하지만 부모님 위독하다거나 그딴 거 말이요.”

“아…….네 저 그게…….”

“됐어요.”

“일단 기본처리는 했으니 내일 마음 변하지 말고 성의나 보이시오. 며칠 일 못하자나요.”

“아. 네 당연하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건 완존 조폭두목과 따까리 포스다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지만 늘 이렇게 넘어가고 또 씁쓸해 한다.

잘하는 짓인지 당하는 짓인지.

몇 번의 그 사람들이 과연 나와의 인연으로 마음 고쳐먹었는지는 알 수 없다.

운행이 가능한 상태라 손님을 다시 목적지로 모시고 갔다

“왜 신고하지 않았습니까.”

“원칙은 해야겠지만........”

“그런데요.”

“저도 경우와 도리를 밝히는 놈이라 주변에서 까칠하다는 소릴 많이 들었습니다.”

“음.”

“그렇지만 언젠가부터 내가 바로잡기 힘들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되잖아요.”

“맞습니다. 하하하”

“하지만 할 말 다하고 행동이 뒤따르는 사람 얼마나 될까요.”

“할 말을 다하다보면 책임질 일도 많아지니 차라리 말을 줄이고 행동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면 그때 설명하면 되고 아니면 그냥 넘어가는 겁니다.”

“정작 할 말을 해야 되는 대상은 세상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데요.”

“내가 안타까워해도 세상은 순리대로 가고 있더군요. 선악도 여전히 균형을 이루고 있고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하하하. 저도 뭔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달이 참 밝죠,”

“................”

“오늘은 모르시겠지만 내일 되면 통증이 심하실 겁니다. 치료 잘하세요.”

“아. 네 기사님도요.”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다음날 안부 전화를 하니 병원을 다녀왔지만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모르겠다기에

아는 대로 자세히 설명 해줬다

이번 사건은 개인 합의를 보는 것이 아니니 보험회사와 인간적으로 대할 필요는 없다

가장 적게 줄려고 할 것이니 최대한 많은 보상을 받아 내야한다

보험회사는 우릴 그런 인간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

예의를 지키려 할뿐이고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니 업무적으로 대하라.

보통의 경우 입원하면 100 통원하면 70 선이니 상태를 보고 선택하시라.

자세히 설명해줘 고맙다고 나보고도 치료 잘하라 안부까지 잊지 않았다

그런데 보통 다음 날 연락이 와야 하는데 보험회사도 가해자도 깜깜무소식이다

오후가 되어 정비공장으로 수리상태를 확인하러 갔더니 모두 나보고 어리석덴다.

내심 후회도 되었지만 어쩌겠나.

그런데 보험은 어차피 연락이 올 것이지만 가해자가 괘씸했다

한소리 할까 했지만 상대가 생소리하면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빌어먹을.

바보짓을 했구나 싶어 꿀꿀해지는 마음을 애써 달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사장님 접니다. 어저께 너무 감사했고요 몸은 어떻습니까.”

“아. 네 아시다시피 며칠 갈 것 같습니다.”

“네……. 어쨌든 치료 잘 하시고요. 제가 많지는 않지만 보험 외 조금 보냈습니다.”

“아. 그러셨어요. 액수야 관계있습니까. 성의가 중요합니다.”

“거듭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하지만 우리는 인연이라 그렇다 치고 다음은 보장 없습니다.”

“네.”

“명심하시고 사고야 어쩔 수 없겠지만 이런 일은 다시 만들지 마시길......”

“네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네네. 들어가세요.”

한결 가뿐해진 마음으로 이번엔 손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험처리가 궁금했고 부정적으로 생각한 그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전하고 싶었다.

보통은 지나고나면 생까기 하는게 다반사고 손님도 그렇게 생각했고 질책도 했다
물론 나도 각오한 바였지만  혹시라는 게 있다고 했었다
당연한 것이 요행이 되어 버린 세상이 서글펐지만.

“저는 아직 보험에서 연락이 없는데 혹시 그쪽도.”

“아닙니다. 저는 벌써 합의 했습니다.”

“아니 저는 연락도 없는데 벌써 합의를 보셨단 말입니까.”

“네.”

“그렇군요. 제 말이 도움이 되었습니까.”

“아 네. 도움 되었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래 얼마에 합의 하셨습니까.”

“.............”

“여보세요.”

“저...... 그건 밝힐 수 없네요.”

“아니 우리끼리 숨기고 말고 할 이유가 있습니까.”

“....................”

어이가 없어 끊어 버렸다

아직도 찜찜한 그 사람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베풀어도 내 마음 같이 받아들여지는 경우와 기만당하는 경우는 늘 공존한다.

하지만 달은 늘 선하다.

다만 이 혹성에서 바라보는 우리가 기울게 보고 차게 보는 것이다.

근세는 감성과 이성이 충돌하면 이성이 우선되는 세상이다

감성이 인간성에서 앞서긴 하지만 이치나 논리에서 뒤지기 때문이겠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넘어 지식의 척도로 평가되기도 하고

단순무지와 논리유식으로 구분하는 경우 또한 많다

따지고 보면 이치와 경우 지적인 부분에서 무지는 그 자체로 안타까울 뿐이나

유식은 깨달음과는 다르니 그 행위에 따라 평가도 달리 되겠다

삶이 결과를 안배해야 한다면 능력 내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되겠지만

우리네 민주주의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혼돈 하고 있듯이

감성을 배제한 논리는 자칫 비인간적인 것마저 합리화 시키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개혁을 부르짖으며 개밥그릇부터 챙기고 시대와 엇박자만 두드리는 지식인들보다

사소함에 연연하거나 다소 충동적이지만 따뜻한 감성을 머금은 촉촉한 지성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