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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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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수욕정이 풍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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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연히 오랜 만에 접한 구절이다.. 아마도 여기저기에 족자에 걸린 글을 보신 분들이 많으리라.. 나무가 조용히 좀 있으려고 해도 바람이 그쳐주질 않는다는 말이다. 원래 그 뒤에 붙은 구절과 더불어 사용되곤 하는데 뒤에선 자식이 효도하려고 해도 부모가 기다려주질 않는다는 말이다.. 자욕효이 친부대라고... 이 구절을 보고 있으니 여러 느낌이 찾아왔다.. 효도도 하고 나라에 충성도 하고, 친구나 동료에게 잘 대해주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신뢰받는 가장도 되고.. 밤에는 변강쇠나 옹녀가 되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다 잘하면 좋을 것 같긴 하다.. 그런데 내가 살아보고 사는 인생에선 그렇게 다 잘하긴 힘든 것 같다.. 불교를 빗대어서 말해본다면, 아마도 저렇게 다 잘하려고 하다간 부처의 씨가 마르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 좀 있다.. 결국 인생이란 어떤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한다.. 수백회의 인생을 한꺼번에 살려고 한다면 관점도 좀 달라야 하고, 또 당장에 자신에게 친숙한 환경이라면 잘 가꾸면서 살아가는 것도 자연스러우리라.. 효도를 한다고 해도 미리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순임금인지 하는 경우에는 그 친부가 이상한 사람이라서 순의 이복동생과 함께 자식을 불태워죽이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접해본 것 같다.. 전설에선 부친이 그랬지만, 순은 잘 대해주었다.. 운운하고 있는데, 아마도 일단은 난감하지 않았을까 싶다.. 수욕정이 풍부지,를 접하면서 새삼 든 생각은 인생이 좀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이다.. 양보하고 피하고 또 양보해도, 그래도 사건이 발생하고 시비분란이 생기고 바람이 분다.. 그러고보니 이소라가 얼마 전에 부른 노래가 그것이었다는 것 같기도 하다. 바람이 분다.. 인생의 바람은 그쳐주질 않는다.. 이건 맞다.. 게다가 또 사랑에는 불만이 없다는 명제를 결합하면 좀 대책이 없다.. 바람은 그쳐주질 않는데, 사랑에는 불만이 없다고 하더라... 한편으로는 경계를 덜고 덜어서 보조국사처럼 무위에 이르는 것도 한 가지 방향일 것이고 또 그러는 과정에는 또 누구 말씀처럼 뱀 같은 지혜를 발휘하기도 해야 할테다.. 이세돌에겐 박 정환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이 창호를 물리치면 나의 세상이 올 것 같지만, 현실은 대개 안그렇다.. 이 창호는 내가 물리치기도 전에 전설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내가 들어선 이창호의 자리를 향해서 박정환 바람이 그쳐주질 않는다... 나,가 바둑을 두는 동안은 바람의 공세를 피할 길이 없다. 결국 지향점은 내가 두는 것이 아니라, 바둑판이 바둑을 두도록, 나,가 물러서는 수밖에 없다.. 떠난다고 될 문제도 아니다... 나,는 떠나되 바둑판의 소리를 잘 전해주는 작업은 여전히 하면 된다.. 또한 이따금 우상변에서 손을 빼기도 하고, 또 전세가 불리할 때엔 패를 만들어서 버티기도 하고, 여유가 있을 때엔 불필요한 공격을 해보아서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기도 하고... 나무가 있는 한은 바람의 공세를 피할 수 없다.. 일차적으로는 뿌리깊은 나무가 되어서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도 좋을 일이고 종극적으론 아마도 나무 자체가 사라질 수밖에 없거나, 혹은 나무가 원래 존재하지 않았음을 알아서 나무가 없으면 바람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거나.. 밥이 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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