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장례식

그가 죽자 엎드렸던 무등이 쑥구렁에서 나와 내외를 부른다 한창 시절 좋을 때 그밑에 엉겨붙어 찐쌀처럼 한몸이던 것이 무덤이 마르기도 전에 유골을 씹는다 친일과 군부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 무자비하게 씹힌다 씹을수록 우리의 시가 초라하고 눌어붙은 구들장이 노랗다 참으로 약삭빠른 것이 세상인심인가 살아서는 그 슬하에서 슬슬기다가 죽고나니 그 가죽을 찢나니 참으로 우리에게 무등은 없는가 내외여 더러는 외진 길 모랭이에서 눕고 또 우리도 곧 누울 것이라 시인은 죽어서도 귀촉도 소리를 듣는가 당신 슬하에 그 많던 시인들 다 어디가고 시든 국화꽃 한 송이 저토록 시린 천둥을 넘어 꽃을 피우는가 시인은 모두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아니므로 시인이 된다 그대 저승가는 길에는 내 누님 같은 서러움이 묻어있다 그대는 영판 시인이다 시인의 삶이다 그 슬하에 좀이 슬었으므로 그대 무릎이 오늘은 저승 문턱을 넘지 못하여 내려앉는 밤, 미당은 집이 덜되어 여전히 미당으로 남아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