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싫은데 외롭다

나를 찾지 않는 바깥 문고리는 때 묻어 있고

나서길 망설이던 문고리는 반질거린다.

지금 어디를 가도 낯설고

누가 찾아와 반갑고 위로 받는 것이 영원 같은 찰나

내가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지금

내가 걸어 온 길이 옳다고

그들이 위로도 하고 내가 스스로 위로도 하지만

내가 돌아 갈 자리가 없다

이미 우리는 가까이서 너무 다른 길을 걸었고 그렇게 낯설어졌다

나는 블랙홀을 빠져 나왔지만

기다리던 사람과 기억하던 사람들에게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무엇으로 지난 시간과 남은 시간을 메워야 하나

산봉우리에 솟는 태양과

서산으로 지는 석양을 갈잎과 빌딩과 잡초 너우러진 언덕에서 같이 보면서

나는 너희에게 이미 위험이 되었다

모두가 가지 않은 길은 모두가 같이 갈 수 없는 길

내가 부담이 된다면

네게 핑계가 되고 초저녁별을 술잔에 담는다.

돌아보면 그리 멀지 않은 길

내일 또한 지척이고

저 별들이 내 술잔에 흐드러지는데 더 멀리 볼게 있을까.

그냥 나를 안타까워하는 이들을 위해

내가 해줄 것 없지만 위험하더라도 있으라는 날까진 있어보자.

그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내 의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