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를 하면 역시 파편이 튀기 마련이고 여기저기 상처를 입게되는것 같다.  피곤하기도 하고  어수선한 마음을 쉴겸해서 근처 루에이 (Luray Cavern)동굴에 가서 머리를 좀 식히고 왔다.  마침 우리동네의 대학에서 일년간 교환 학생으로 공부하고 돌아가는 영남대 학생들도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다녀왔다.

여름에 갔을때는 관광객 몇천명씩 몰려와 표를 사기위해서도 긴줄을서서 기다리는등 북새통이였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학교에서 단체로 수학여행온 초등학교 백여명 외에는 동굴 주차장과 입구가 조용했다. 

<동굴속 작은 호수에 비추인 종류석)

루레이 동굴은 미국 동부의 버지니아란 주에 있다.

이 동굴은 1878년 몇명의 동네사람들이 석회암 바위사이에서 시원한 바람이 새어나오는 것보고 4시간 동안 구멍을 뚫어 동굴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자그마한 구멍으로 처음엔 퀸트 라는 13세의 소년이 촛불을 가지고 동굴속에 들어가 탐험을 했다고한다.

여러종류의 종유석(석회암동굴의 천정에 붙은 고드름모양의 퇴적물)과
석순(석회암동굴의 바닥에서 올라오는 죽순모양의 퇴적물), 그리고 지하호수 등이 있는데
루레이 석회동굴은 바다속 처럼 또하나의 신비로운 세계를 우리에게 펼쳐 보여준다 .

물방울이 하나씩 떨어져 생성된 루레이 다보탑 ^^  요거 쌓아 올리는데 몇백만년 이 걸렸다고 하네요.

동굴안에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데 파이프는 다름아닌 바로 동굴속의 종류석이라고 한다 !
스프링클 이란 사람이 3 여년에 걸쳐 조사한후 올겐 각 음계에 맞는 종류석을 다 찾아 내었다고 한다. 
그리고  실로폰을 치듯 조그마한 원통으로 (아래 사진 참조)  종류석을 때려 아름다운 선율을 내게 하였는데 그소리가 참으로 신비 스러웠다.

종류석 파이프 오르겐으로 한곡을 들려 주었는데 "내주는 강한 성이요" 라는 성가 였다. 
부드럽고 은은하게 울리는 멜로디를 들으면서 잠시나마 천상에 온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이동굴에서 매년 몇백명의 커플이  결혼식을 올린다고 하는데 동굴 안내자의 조크가 곁들여졌다.  
"여기서 결혼하면  -  Rock solid (반석처럼 든든한 결혼) 이거나  아니면 Rocky road (돌이 많은 험난한 길)"  - 둘중의 하나라나...ㅎㅎ

<종류석 하나가 한음을 낸다>

<이 행운의 우물에서 매년에 몇십만불씩 거두어 전부 자선단체에 기부한다고 한다.>

안내원이 여기서 소원을 빌면 반드시 이루어 진다고 뻥을 쳐서리... 나도 깜빡 넘어가  25전 짜리 동전 한개를 넣고 소원을 빌었다.
삐진 아지매, 아자씨들 마음푸시고 돌아오게 해주시고 오로에 평화가 임하게 해주시고...
(그런데 우리 가족의 건강과 돈도 많이 벌게해달라는 소원을 드린후에 했으니 얼마나 효험이 있을른지는 잘모르것씀다   - - ;;  ) 

<동굴안 종류석 절경>

<만석이 아자씨도 여기 오셨넹 ^^   원래는 미쉘린맨 이라고 한답니다. 미쉘린 타이어 광고때 등장하는...>

<만화 호머 심슨 (Homer Simpson) 의 주인공 아자씨>

영남대 학생들과 함께 사진 찍은 동굴 안내원. 어디서 한국말을 배웠는지 각종 희한하게 생긴 종류석을 가르키며  "저거 토끼,   저건 뱀대가리" 하고 한국말로 떠들어 다들 배꼽잡고 웃었습니다.

시원한 동굴속에 있다가 나오니 마음이 다 시원해 지는듯 하더군요...

여러분들도 만일 요즘 좀 짜증이 나셨었다면 사진 보시면서 기분 전환도 하시고 조금이나마  피로가 회복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동굴이 있는 페이지 카운티 (Page County) 출신의 군인들 이름이적힌 기념비도 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가했다가 돌아가신 분들인데 이동네에서만 23명의 청년들이 한국전쟁때 돌아가셨더군요.  와싱톤 디씨에도 Korean War Memorial  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수만명의 이름이 검은 대리석에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그곳에 써있는  "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라는 문귀 앞에서 오랜동안 눈물을 흘렸던기억이 납니다.

아침 식사 못하신 분들 계란 부침하나 드시고 가세요.

500만년 된 계란이라 맛이 어떨지 모르겠네요... 동굴의 모든 종류석은 절대로 만지지 못하게 하지만 요것만큼은 얼마든지 만지게 해줍니다.  달걀 노른자가 빛나리님의 광채에는 비교할수없겠지만 그래도 관광객들이 하도 만져서  반질 반질 하게 빛이 나네요.

<루레이 동굴의 단면도.>

<이 동굴의 발견자인 앤드류 캠벌>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더 해드리죠.  이동굴은 1873년 8월 13일에 발견되었는데 우연히도 한달후 원래의 땅주인인 샘 브라커 란 사람이 빚을 갚지못하는 바람에 동굴이 포함된 땅이 경매 매물로 나오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동굴을 발견한 앤드류 캠벌 과 몇사람이 돈을 모아 그 땅을 샀습니다.  물론 동굴을 발견한 이야기는 땅 매매 서류가 다 끝난후까지 비밀에 붙혔구요.

나중에 그땅에서 엄청난 동굴이 발견된것을 알고는 판사람이 법정에 판매 무효 신청를 했고 2년여간의 법정 투쟁 끝에 버지니아 대법원까지 가서야 판매 무효라는 판결이 났다고 하네요.  이것을 읽으며 혼자서 바둑판 사건이 떠올라 또  웃음이 나오더군요. (그바둑판이 얼마나 엄청난 바둑판이 였는지 그가치는 아직 아무도 잘 모르고 있는듯 합니다.)

매년 500,000명 정도가 동굴을 찾는다고 합니다.  입장료가 아이들이 $9.oo 어른이 $19,oo 입니다.  쉽게 아이들 가격으로 계산해도 일년 수입료가 오백만불입니다.  이동굴이 국가소유의 국립공원인줄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개인 소유라고 하네요... 가만히 앉아서 일년에 오백만불씩 벌고 있는 셈이죠.  허참...동굴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대대로 잘 먹고 살수가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