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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1부 침묵하는 바둑판 (6)

2007-03 조회 3929추천 0 프린트｜스크랩

필연적 수순에 의해 요처를 빼앗긴 정 국수가 추동삼이 손을 뺀 상변을 강하게 문책한다. 그러나 추동삼은 이미 끼워 둔 맥을 근거로 눈목자 행마(行馬:돌의 움직임)를 하며 가볍게 벗어난다. 그 한 수로 상변 백은 흑의 공격권에서 멀어졌으며 보다 절묘한 것은 그 수와 중앙으로 한 칸 뛴 평범한 수와의 어슴푸레한 조화였다. 기력이 못 미치는 박 화백의 눈에도 그 수는 섬광처럼 다가와 공수를 겸비하고 판 전체를 휘어잡는 미지의 한 수였다. 국수는 깊이가 측량되지 않는 먼 곳을 향해 다시 통분의 비수를 날린다. 그러나 그 수는 이미 수로써는 가치나 의미를 상실한 자학에 가까운 수 였다. 흡사 장작을 부둥켜안고 불가마로 뛰어드는 격이었다. 그리고 더 처참한 것은 흑의 그 문답에 백은 전혀 미동도 않고 흑의 수를 심산유곡에 홀로 내 버려 둔 채 무덤덤이 승부의 옷깃을 여밀 뿐이었다. 「음…….」 정국수의 처절하고도 깊은 절망이 그의 고막을 울렸다. 「그자를 당해 내기는 힘들어…… 바둑에 영신(靈神)이 있다면 모를까…….」 국수의 얼굴에는 이제 체념의 빛이 역력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흑 또한 만만치 않았다. 비록 대세는 붙들기가 어려웠으나 튼튼한 실리를 기반으로 백의 세력을 삭감하는 묘수가 연이어 터졌다. 자신의 묘수를 보는 국수의 입가에 처음으로 희미한 웃음이 보였으나 그는 끝내 자신의 수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논평이 없었다. 종반전까지 흑은 처절하게 반상 위에서 몸부림쳤지만 결국 백과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기보에 표기된 마지막 수를 착수하고 박 화백은 한참 동안 멍하니 반상 위를 바라보았다. 바둑은 그렇게 끝이 났다. 격렬했던 전장의 흔적은 가고 없고 남은 것은 오직 낡은 기보 한 장이었다. 국수는 마지막 기까지 다 소진된 듯 보료 위로 털썩 누워 버린다. 벽에 걸린 자신이 그린 국수의 초상화를 박 화백은 바라본다. 그것은 이내 그가 살아온 무상한 세월과 겹쳐진다. 그리고 장막 너머에서 그의 죽음과도 같은 음성이 들려 왔다. 「추동삼이란 작자를 아시는가.」「…….」「……그는 천하 제일의 기객(棋客)일세.」「…….」「그를 찾아 이 물건(바둑판)을 돌려 주게.」 그뿐이었다. 그것으로 국수의 굳게 닫힌 입술은 열리지 않았다. 추동삼이 누구였으며,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내비치지 않은 채 국수는 눈을 감아 버렸다. 바둑판 위에 바둑돌은 그대로 있었다. 백년이 지나고 천년이 지나도 그것은 늘 그대로련만 정작 사라지는 것은 그 바둑을 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세월만 흘렀다. 자신이 살아온 40평생도 지나고 나면 물처럼 흘러가 버린 그런 세월일는지 모른다고 박 화백은 생각해 본다. 국수는 잠이 들었는지 기척이 없고 창 밖 어두운 뜰에는 이따금씩 낙엽이 바람에 흩어지고 있었다. 2부 숨겨진 기보 한 장 막상 정 국수의 부탁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박 화백은 막막했다. 어디서 어떻게 무슨 수로 추동삼이란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 그 방법이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그를 찾을 수 있는 실마리라고 해 봐야 이름 석 자와 추측되는 나이, 그리고 색이 바랜 기보 한 장뿐이었다. 그러나 정작 박 화백을 혼돈 속에 빠뜨리는 것은 그의 기력이었다. 무엇보다 기보상에 드러난 그의 바둑은 이해 불능의 수가 너무 많았다. 요즈음 전문기사들의 기보를 들여다봐도 가끔씩 해석하기 곤란한 수를 발견하곤 하지만, 그것은 곰곰이 들여다보거나 참고도만 있어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근원적으로 이해가 가능한 수들이었다. 그러나 추동삼과 정명운의 바둑은 아니 엄밀히 말해 추동삼의 바둑은 곳곳이 암초투성이였기 때문에 정확한 해도가 필요했다. 최소한 이 기보에 표기된 그의 바둑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박 화백에게 던져진 첫 번째 과제였다. 또한 그와 같은 기력을 지닌 사람이 어찌하여 전문기사의 길을 걷지 않았으며 떠도는 야사나 기담에서조차 언급이 없었는가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그리고 왜 정명운 국수가 추동삼의 바둑판을 지니고 있었으며 복기할 때 짐작할 수 있었던 바와 같이 정명운 국수가 왜 그를 필생의 적수로 생각했을까 하는 의문도 일어났다. 박 화백은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한꺼번에 떠올리자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졌다. 잠시 상황을 정리하던 그는 이 문제를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맨 처음 순서는 기보에 대한 완전한 이해였다. 단순한 예감이었지만, 추동삼 그를 찾는 일은 불가해한 수수께끼의 정답을 찾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으로 생각되었고, 그 해답을 찾는 일에 있어서 기보는 망망대해에서의 나침반과 같은 귀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의 기보를 이해하는 것은 지금의 박 화백의 기력으로는 불가능하였고 따라서 높은 기력을 지닌 전문기사의 힘이 필요했다. 박 화백은 자신이 아는 많은 전문기사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당장 떠오르는 인물은 별로 없었다. 박 화백은 평소 전문기사들에게 회의적이었다. 그가 접한 대부분의 기사들은 명예보다는 실리에 가까웠고 겸손과 미덕이라곤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예전에 대학 시절 기우(碁友)인 고상남과 20대 후반의 전문기사 남성곤 5단이 박 화백과 술자리를 같이한 적이 있었다. 이제는 입단의 꿈을 포기하고 안양에서 기원을 경영하는 고상남은 한일기원 안양지원을 자신의 기원에 열고 싶어했다. 한일기원 지원은 지도사범으로 그 지역 전문기사 한 명이 위촉되어야만 가능했고 그런 관계로 로비 차원에서 고상남이 마련한 술자리에 우연히 박 화백이 동석을 하게 되었다. 박 화백도 남성곤 5단과는 안면이 있는 터였다. 당시 남 5단은 각종 기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는데 평소에도 좀 교만하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그날은 더욱 심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40대의 선생과 같은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건들거리기 일쑤고, 고 사범이 아쉬워 몇 마디 물으면 반말 비슷하게 대꾸했는데 그 대꾸란 것이 불성실하기 그지없었다. 더구나 남 5단은 입단 전 어릴 적에 고 사범으로부터 바둑을 배운 적도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남 5단은 고 사범의 제자격이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박 화백이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

팍스이스트	3단	10조4200억
자작나무♡	7단*	2조7334억
별빛누리★	6단	2조2892억
한솔현현로	7단*	2조207억
뉴욕n뉴욕	4급*	1조6708억
버려야산다	11급	1조5795억
비비빅	11급*	1조4399억
초보네	3단	1조3330억
충청도요정	25급	1조2557억
운명아비켜	4단*	1조1775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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