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 그것이 고통으로 다가올 때 우리는 너무 나약해 진다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보이지 않으며 버티려 해도 물살에 떠밀린다.

신생아처럼 내던져진 마음은 세상 모든 것들의 먹이 감이 되거나

관심 없는 이들에겐 귀찮고 성가신 오물 덩어리가 된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몸부림과 절규는 오히려 맹수들을 부르고

마지막을 느끼며 공포의 시간이 지나 포기하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세상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산다는 것에 집착하여 좁아진 마음은 더욱 허둥거리게 만들뿐이다

곧 죽을 것이라 마음의 준비를 한다면 공포의 시간은 건너 뛸 것이고

살아가는 고통은 살아야하는 서글픔을 인내하고 집착에서 벗어나면서

나머지 여백은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시간이 될지 모른다.

그곳에는 그림을 그리지 말자 편하게 생각나는 것들을 그냥 긁적여 놓자

아직 그것을 느끼지 못했는지 모르지만 가끔씩 내일 죽는다면 뭘 할까하면

사실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다가도 부모 가족 지금 누리는 모든 것 중에

문득 술 한 잔 나눌 시간과 벗이 떠오른다.

이것이 인간이기에 누릴 수 있는 오만이 아닐까.

술 한 잔 한다는 것. 벗을 찾는다는 것. 그리고 생각 한다는 것.

그것은 사색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외로움이요 그리움이며 행복이라 본다.

그래서 술 한 잔이 생각난다는 것이다

어쩌면 약한 자와 어리석은 자의 진실을 오해하게 하는 도피행위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미치지 않는 것은 망각이라는 신이 준 항생제에 의한 것 아닌가.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일상에서의 도피를 생각게 하는 것에서 이미 행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술 한 잔 하면서 잊는 행복한 습관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른다.

내 의식이 흐려지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누리고 싶어서

모든 것에서 정신을 흐리게 하지 말라 가르치지만

그것 또 한 옳고 그름을 깨나기 위해서. 아님 알고 난 뒤 그것을 그르치지 않게

항상 그 경계에서 긴장하라는 말씀이겠지만

어리석은 중생은 또박또박 대꾸하는 게 아직 경계를 모르니 그 언저리서 서성이며

차라리 선을 긋고 구속받고 사는 중생들이 불쌍해 술주정을 한다고 시비를 건다.

모르면 모른다고 사는 게 편하지 쪼그리고 앉아 바늘구멍 후벼 파는 어리석음이

어느 세월에 담벼락 건너를 보겠나. 그래도 파다가 간다고. 아니라고.

그래. 그래. 서로가 담은 생각의 밀주에 취해있으니 누굴 탓하여 취했다 할 건가

의식을 가지고 죽으나 취해서 죽으나 아침이 깨워주지 않으면 무엇을 말하리.

다행이 아침을 맞으면 다시 일상에 성실하다 뉘역 뉘역 해질녘에 나뭇단 내려놓고

그것으로 혹여 애통해 하는 이가 있다면 땀 훔친 손 잠깐 들어 양해를 구하고

내 편한 마음으로 벗이나 불러 죽음을 기다리는 이 시간 술 한 잔 즐기련다.

술 한 잔으로 시비를 거는 비오는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