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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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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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도 마디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을텐데 어제 드라마에서도 그런 장면을 하나 본 것 같다. 소년이 첫사랑의 여자와 다툼을 하면서 버티고 있는데, 여자는 속으로 - 이 녀석이 하늘에서 온 동아줄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올가미쟎아.. 라는 마음을 품게 되고 그 마음을 소년은 전해듣는다.. 구조적으로 본다면, 그런 장면도 그 하이틴 소년에겐 한 마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자는 소년이 아버지와 함께 위기에 처한 것을 보고 현장에 개입하여 소년을 살리고, 그리고 증언을 하여 범죄자를 죄값받게 한다. 그 순간 여자는 소년의 생의 의미가 되었다. 그런데 이제 10년 만에 변호사가 되어 나타난 여자는 그 10년 간 자신을 부단히 배척한 고모부와 같은 마음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비극이다. 이제 말하자면 베아트리체 같은 것은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서 끝났으면 극이 끝났겠지만, 정의의 사도가 10년에 갑자기 충분한 배반을 하긴 힘들어서, 여자는 소년을 찾아와서 애매한 사과를 하고 소년도 애매하게 수용한다. 그러나 일단 무조건의 신뢰에 금이 간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세월이 더 흐르면 한번이 아니라 두번, 그리고 다섯번 배신의 장면이 드러날 수도 있다. 여자의 입장에선 배신이 아닐 수 있다. 마치 애초에 장변호사가 소년에게 신뢰를 준 순간 자체가 실은 자신의 인생이었을 뿐이지, 그 소년에게 신뢰를 주고자 한 의도는 다만 간접적이었을테니까.. 그래서 첫사랑은 그대로 기억 속에 남는 것이 좋을 수 있는 것이리라..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첫사랑이 보여주는 배신이라면 그래도 아직은 대상에서 확인되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드라마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어제 에피소드에 이미 그런 장면과 대사가 나온다. - 그래도 죽이진 마라.. 네가 아무리 옳고, 그가 죽어 마땅하다 해도 실제로 그를 네가 죽여버리면, 그 당위는 사라지고, 너도 그같은 하나의 살인자가 되어버리니까.. 많은 경우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개입되는 순간에는 그것을 특별하게 호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여자를 지키려는 소년 수하의 입장에선 저 자를 죽여서라도 이 사람을 지켜주겠다는 마음이겠지만, 사실 그런 논리가 성립하자면 자기 아버지를 죽였고, 자신도 죽이려하는 순간에 혜성이의 개입으로 실패한 그도 그 무언가를 지켜주기 위해서 자신을 정당화했을 수 있다.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구조는 동일해진다. 둘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치는 구조가 된다.. 여기까진 그래도 개별사건을 중심으로 본 것이지만, 이걸 보다 보편화하면 또 사정이 달라진다. 구조적으로 인간은 동일한 이데아의 개별적 구현일 수 있고, 그러면 그 누구도 근본적으론 다르지 않을 수 있으며, 이런 식으로 상대화된 세상에선 어떤 식으로든 말썽은 생겨나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겪는 위험이든 안겪고 지나가는 고난이든, 어떤 식으로든 세간살이에선 말썽을 근본적으로 피할 수 없다.. 반집만 소박하게 이기려고 해도 잘 안된다. 시간에 쫓기면 반집은 분간을 할 수가 없고, 또 초읽기의 시기를 염두에 두면 한 10억 정도는 노후대비를 해놓아야 하는 것이 안정적이기도 하고, 또 그러는 와중에 타인은 또 다른 사정이 있으므로 본의 아니게 다른 접근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또 그 와중에 사단이 생기면 열받아서 사고가 생겨나기도 한다. 이미 반집은 잊혀졌다. 누가 소년 이창호 수준의 형세판단력을 가지고 80년의 매순간을 산다는 말이냐.. 여기에 하나의 중대한 갈림길이 생겨서, 고난에 대한 성스런 인식이 있을 수도 있으며, 고성제는 다시 집멸도의 나머지 성제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나 이를 다시 거칠게 뭉쳐나가보면, 자기 인생의 의미인 그 존재가, 그토록 자신을 버리려하던 그 고모부와 같은 마음을 품는 그 쇼킹한 장면이 향후의 더 섬세한 마디들을 가능하게 하는, 쓰리지만 그러나 매우 엄중한 하나의 마디인 것처럼도 보이는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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