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개 짖는 소리 요란하다.

잠시 산만한 밤

그러나 그 소리는 그냥 짐승의 울부짖음일 수도 삶의 희망일 수도 있다

내가 평온 할 때 스트레스가 되는 소리도 되지만 어쩌다 적막강산을 헤맬 때 있어

그 소리는 삶을 확인하는 희망의 소리가 된다.

우리네 일상인들 뭐 다를까.

소통이 안 되면 벽을 보고 말하는 것 같다고 하고 때론 상대를 그 소리에 비할 것이다

자신의 아집은 비단 옷 입힌 허수아빈 줄 모르고.

어쩌면 우리는 개 짖는 소리 들으며 개 짖는 소리하며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의사당을 한적한 강가에 지었나 싶기도 하고.

일상에서 흔히 허탈함을 느낄 때가 많다

주로 상식이 무시될 때나 배신감으로 신뢰가 무너질 때 일어나는 상실감인데

상대가 아님 내가 개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어리석음 탓도 있겠다.

개를 어림짐작하면서 소린들 제대로 구분하겠는가마는

어떻게 하면 개소리를 그냥 개소리로 듣고 개소리를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억지 춘향이에겐 무척 힘이 드는 일이지만

진심으로 즐겁고 보람된 이만 못해도 개 같이 살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상하니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보다 적응하며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라 곧 중생이겠다.

지난 세월 참 개 같이 살았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든다.

때로는 썰매도 끌었고 밥통을 보고 미치게 꼬리를 흔들었고 인기척조차 접근 못하게 짖고

여름엔 그늘에서 늘어지게 잤고 겨울엔 코만 가슴에 쳐 박고 웅크리고 잤었다

무엇 때문에 무엇으로 살았는지 나의 행동에 대한 정의는 변명이고 책임일 뿐이다

그리고 세상은 변했노라고 되레 청구서를 내민다.

개 같이 살아야 하는 건 의무고 개 같이 살았기에 개 같은 대접을 받는다는 것인데

내가 지킨 것의 공치사는 차지하고 시대가 보는 시행착오는 왜 나만의 책임인가.

개에게 신으로 살라는 말이더냐.

가끔은 개꿈이라도 인간으로 환생하여 대통령도 되어보고 천하무적 운동선수도 되어보고

속내의를 집어 던지며 열광하는 여인들을 거품 물게 하는 스타도 되어 보고
부모형제들의 격려 속에 거한 술상도 받아 봤지만

결국 내 꿈은 개꿈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으란다

일상에 지쳐 이러저런 생각이 많아지면 언제나 선한달이 얄미워 시비를 걸지만

도리에 억지 춘향일지라도 선한 너를 따른다

나 없었어도 될 일이나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저승에서도 변호사 없이 염라대왕에게 막걸리 석 잔은 청구할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임하나

가끔 섭섭할 때가 있다

이해받지 못하고 시킬 수 없으니 어쩌랴.
술이나 한 잔하면서 묵언으로 버틸 뿐이다 사실 이마저도 개 같은 꼴이 되지만.

지금 이순간.
꿈이라도 인간의 탈을 쓰고 소주 한 잔할 때를 감사하고 내 마지막 날도 오늘 같아서면 한다.

힘내기 위해 헛기침 한 번하자.

왈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