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진다.

겨우 앞차만 보고 기어가는 상태가 되니 괜스레 두려움이 엄습해 왔지만

여성 고객을 태우고 가는 중이라 의협심으로 용기를 내어 무거운 침묵을 깼다

“굉장하네요.”
“네. 무서워요.”

“이럴 때 자연의 무서움과 인간의 왜소함이…….”

“와장창......”

“으악”

이 와중에 질주하는 승합차가 일으킨 물보라가 우리차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순간적으로 시야를 막았고 차도 기우뚱 쏠렸을 정돈데

다행히 뒤차가 서행을 하면서 상황을 인지했기에 나의 급브레이크에 대처해 사고는 없었다.

“뭐야 시팔.”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 나왔고 이내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아녜요. 아저씨 따라가지 마세요.”

상황이 그럴 상황도 아니었고 사실 너무 놀라서 손이 경련을 일으켜 운전하기도 힘든 판이다.

연속 심호흡을 하며 안정을 찾으려 노력했다.

이리저리 차들 사이를 질주하던 차는 견인차였다

사실 저들의 난폭운전은 사설 구급차와 함께 명분을 빙자한 도로의 난봉꾼이다

그 진의가 의심스러운데 모두 선 팅을 진하게 해서 보이지 않으니 진짜지 구분이 안 되니

개인적으로 견인차는 그렇다 치고라도 구급차는 내부가 보였으면 좋겠다.

얼마 전 구급차가 신호위반을 했으면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이 난 것 같다

믿어야하지만 교통 혼잡시간에 견인차에 매달려 가는 인간들도 있으니.

그러나 앰뷸런스를 30여년 신세지고 있고 직업이 운전이라 막말도 못하는 입장이다.

그래도 심하면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 제재가 있어야겠다.

일을 하다보면 뭔가 느낌이 남다르거나 예시 같은 돌발에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있다

똑 같은 길을 가도 소름이 끼치는 날이 있다면 뭔가가 나에게 살기를 보내는 것이고

사고를 내고 보면 자신의 일상에 비춰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흔히 씌었다고 말한다.

물론 위험을 내포한 일상에서 누적 된 결과도 있지만.

우리는 논리와 과학에 눌려 살고 있지만 일상은 감성적인 부분에 더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사회를 지탱하는 것이 상식과 도덕성이라면 논리보다는 감성에 가깝지 않을까.

통제보다는 소통하고 동화하는 게 원인과 과정을 개선하고 인간우선의 결과를 만든다고 본다.

“어떠하죠.”

“글쎄 말입니다.”

비포장 철둑길 따라 지름길이라며 가자는 대로 가다보니 막다른 길에서 막혔다

술 한 잔 한 것은 느낌으로 알았지만 어이없다

문제는 이리저리 차를 돌리려하다 웅덩이에 앞바퀴가 빠졌는데 도저히 대책이 없는 것이다.

기실 앞 뒤 30Cm만 공간이 있어도 차를 돌릴 자신이 있는데

캄캄한 밤에 웅덩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나의 잘못도 있었으니까

거기까지 유도한 잘못은 손님에게 있어도 웅덩이에 빠진 책임은 나에게 있다.

영업 손실을 보상 받기도 애매했는데 내가 억지를 부린다면 얼마간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상황도 그렇고 당장은 해결하는 방안이 급해 비상연락에 정신이 팔렸다

그전에 상대의 행동에 긴장을 하고 일단 차에서 먼저 내렸다

차를 돌리려 공간을 확인하려던 것도 있고 혹 모를 돌발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때는 웅덩이가 수풀에 가려 있었는데 폭우로 지반이 약해졌던 모양이다

몇 마디 대화에서 상대에게서 살기를 느끼지 않았지만 그래도 모를 일 차에서 내리게 하고

거리를 두고 예의주시하면서 대화를 했다.

좀 전 물세례에 놀라고 뭔가 예시 같은 기분이 들어 포기하고 집으로 가다 태운 손님이라

후회가 막급했다 아니다 싶을 때 말아야 하는데.

주변을 맴돌며 횡설수설 하던 사내가 간다고 했을 때 순간 멍했다

있어봤자 도움도 안 되지만 막상 가버리면 이 칠흑 같은 어둠속에 혼자 있어야 된다.

그리고 그냥 보낸다면 약간이나마 보상도 사라진다.

그런데 잡아 둘 명분도 없다.

인간의 간사함이 다 들어나니 부끄럽기도 하고 욱 하고 치밀어 오르는 것도 있고

순간적으로 달려가 걷어 차버리고 싶은 충동도 느꼈고 큰 돌멩이만 있었으면 차도…….

엉거주춤하는 사이 사내는 시야에서 사라졌고 웅덩이에 빠진 애마와 나는 초라했다

긴급출동 대원 하고 소통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이면도로인데다 마땅한 이정표도 없었기 때문이다

근처는 어느 정도 교감이 되었지만 갈림길이 두세 군데에 마땅한 특징도 없는 길이다

“그러면 이렇게 하세요.”

“어떻게요.”

“지금 폰이 스마트 폰입니까.”

(그럼. 아직도 구닥다리 갖고 다닐 나이는 아냐)

"예“

“그럼 사용법도 아시겠네요.”

(이 무슨.?)

“그럼 사용법도 모르고 폼으로 갖고 다닐까요.?”

“아, 네”

“그럼 위치를 파일로 보내주세요.“

“파일.?”

(지금 장난 하냐.)

“뭔 파일요.

이러쿵. 저러쿵.........

그러니까 전화 끊고 자기에게 문자보내기하면 파일보내기가 되는데 내 위치가 나온단다.

내가 해봤어야 알지.

“해보긴 하는데 일단 이동하면서 근처와 사이렌을 함 울려보세요.”

“네”

마음도 어수선하고 한번 시도로 포기했다

벌써 한 시간 쯤 훌쩍 흘렀고 구조차량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갈수록 조급함에 줄담배를 피우는데 어떻게 해보려고 주변을 둘러봐도 돌멩이 하나 없다

삐뽀삐뽀

희미하게 구난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데 정말 반가웠다

“여보세요.”

마침 전화가 왔는데 설명하기가 난감하다

“소리 들립니까.”

“예. 근데 차는 안보이니.........”

“저기 언덕에 파란불 폰 같은데 사장님이십니까.”

“파란불,? ”

언덕을 바라보니 파란불이 허공을 이리저리 가르고 있었다. 아까 나간 취객인 모양이다

일단은 그리로 가면 입구가 나온다고 하고 이동하라 해 놓고 언덕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사건의 원인은 내 잘못이라 크게 원망하지도 않았지만 재수 없는 놈이라 생각했는데

그때까지 언덕에서 기다려 주었고 구난차를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2시간여의 빗속 사투를 해결하는데 5분도 채 안 걸렸다

와이어 걸고 살짝 당겨주는 것으로 끝이었으니.

다소 허무한 결과를 안고 나가면서 태워 주려고 했는데 길이 어긋났는지 그를 못 만났다.

그 길을 5리길은 걸어 나가야 주도로가 나오는데.......

서로가 편안한 곳엔 오해도 많지만 천둥 번개 치는 날 외진 곳에선 역시 사람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