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긴급히 집으로 들어왔다

문을 열고 똑 바로 향하는 발걸음에 손가락이 매듭을 짓는다.

컴퓨터부터 켠다.

동시에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눈길을 주니 J 의 이름이 뜬다.

“뭐하쇼?

“지금은 일하기가 어려울 텐데. 집에 들어왔죠?

방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몰 카는 없는 거 같고 나 참 어이없어 웃고 말았다.

“그래요 죄 많은 인생이라 겁먹고 들어왔어요.”

“잘 지내슈?”

“한 가지 물어 봅시다”

“뭔데요?

“수원까지 대절하면 얼마죠.?

갑자기 출출해지는데 바로 내시경을 들이댄다.

“다름이 아니라 ㅇ 와 ㅊ 이랑 수원에서 한잔 하자는데 올라오슈.

“경비는 드리리다.”

또 무신 작당을 했느냐며 일갈하면서도 내심 마음이 동하여 우렁각시를 쳐다본다.

대화 내용을 옆에서 듣던 그녀도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하하하.

어이없어 웃으면서 나 참. 만 되풀이 한다

경비는 받을 수 없겠지만 사람들이 좋다 비오는 날엔 내가 부르고 싶은 사람들.

하지만 대구에서 수원 길을 그것도 비오는 날 느닷없이 간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전화 받은 시간이 저녁 6시.

자기는 천안에서 출발 했다고 당장 출발하라고는 전화를 끊어 버린다.

그들은 기껏해야 한 시간이면 조우를 할 것이고 나는 헐떡거려도 3시간은 걸린다.

보통의 자리라 본다면 벌써 거나해지는 시간에 뒤늦게 합류한다는 게.

다시 전화를 걸어 안 되겠다고 하려는데 한술 더 뜬다.

“지금쯤 구미정도 왔겠네요.”

그 사람들을 놀래주기 이벤트를 하자는 것이다.

오로 6단이 2단에게 두 점 머리를 맞고 혼미해져 버렸다

그렇게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지는 날 대피하려 집으로 왔다가 안방에서

벙개를 맞고 까치 머리를 하고 벙개 장소로 달려간 것이다

얼마 전 오늘보다 비가 더 많이 오는 날 그들이 나를 찾아 주었다는 것이 명분이다.

그들이 두어준 떡수에 화답하는 떡수를 둔다.

인생바둑에서 서로가 치열하게 논리로 부딪치면서 어김없이 두어오는 상대에게

진한 승부욕과 함께 일말의 존경심도 생기고 서로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식이라는 기능에서 지혜로 발전하려면 건전한 사고와 겸손한 몸가짐

그리고 실천하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서 떡수를 거치게 되며 오류를 발견하고 반성하며 스스로를 다져간다고 보는데

우리는 이 과정을 어리석게도 보는 반면에 정감 있게도 본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두는 떡수를 상대도 알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정이라 말하고 있다.

너무 팍팍하고 살벌해진 세상에 CD의 깔끔한 음질을 즐기면서도 차가운 듯한

그녀에게서 순박함을 그리워하며 조금은 잡음이 정겨운 LP 음반을 그리는 것이다

조금은 말랑하고 약간은 어리석은 발상으로 떡수를 둔다고 변하고 달려갔다.

여는 술판에 특별한 반찬은 없다

다만 서로에게 진솔하고 숨겨둔 이해관계가 없으며 계산도 무디다

그렇게 새벽 늦게까지 주절거리고 피곤한 상태라 먼저 술이 취한 선달이는

청문회의 불멸의 면책어만 뇌까린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토요일과 휴가철에 맞물려 도로가 주차장이었다.

천안에서 하루를 더 있다 가라는 J 의 호의를 냉면 한 그릇으로 합의를 보고 나섰는데

그마저도 도로 사정이 허락지 않아 취소하고 장장 7시간을 달려왔다

무사히 자대복귀를 알리니 또 다른 떡수를 강요한다.

10월에 천안에서 만나자고.

나의 떡수를 사랑해주는 그들에게 나를 위해 기꺼이 두어준 떡수를 기억하며

지금 순간에도 웃음을 머금는다.

우리는 그렇게 즐겁고 만족해서 웃지만은 않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