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다시는 보지 못할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를 쓰고 일어나서 오늘의 삶을 확인하려 하는 것이다

아늑한 잠자리를 걷어차고 일어나야 할 때 몸서리치도록 지겨운 새벽

소출은 없어도 성실하여 무엇으로 살았느냐고 물어 올 때 변명거리 만들고

아직 잠들어 있는 부자들의 게으름에 조금 앞서나가야 그나마 위로가 된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습관적으로 게을러터진 컴퓨터를 미리 켜둔다

남겨 둔 설거지는 시끄러울까 외면하고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가득 담아두고

한잔을 따라 홀짝이며 컴퓨터 앞으로가서 담배 한대를 피워 물고 앉는다.

그냥 습관처럼 행하는 하루의 시작인데 갈수록 의미가 남달라진다

나이가 들어간다고 하더라만 어느 날 갑자기 이 지겨운 새벽을 잃어버린다면

그때는 한번만이라도 더 의식을 가지고 이 새벽을 기다리기를 누군가에 빌겠지.

그렇다면 이 시간을 사랑하자.

이 고통을 이 느낌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아직은 내 의지로 행하고 있음이니

아쉬운 소리하지 않아도 될 때 다행으로 생각하고 사랑하면서 즐기기로 하자

모두가 원하는 것이 다르니 누리는 것 또한 다르며 여기에 만족도가 다르니

행복의 기준이 다다를 수밖에 없다.

양의 많고 적음도 귀하고 화려한 것도 눈높이 맞춰서 바라보고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몸에 환경에 맞는 옷을 입은 자 가히 성실하다면

그대가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 하지 않겠는가.

누군가 들판에 올라 비바람에 시달리는 들풀들에 묵례를 하고 삶의 고통을

그들에게서 위로받는다 하였다

나는 시장사람들 환경 미화원 그리고 첫 버스를 스치며 위로받는다.

그것이 나의 눈높이요 새벽을 뒤척여 일어나는 이유다

절망의 한계에서도 희망은 멀리 있지 않았다

마음을 비우고 몸을 던지니 절벽에 선 내가 아니라

침대에서 잠시 현기증을 느꼈을 뿐 나락으로 떨어진 게 아니더라.

새벽은 희망이요 삶을 확인하는 첫 장이다

그것이 없이는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영원히 인생의 스토리를 이해 못한다.

그렇게 새벽은 누구에게나 원하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고 기다려준다

성실함에 따라 아침과 점심 그리고 저녁으로 구분을 하지만 정원은 없다

이 하루도 연극을 본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 처음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새벽을 보지 않았다 해도 처음을 짐작 할 수는 있어도 경험 할 수는 없음에

우리의 카더라 병은 수많은 오해 속에 던져진다.

차에 시동을 걸어두고 돌아와 다시 타자를 친다.

오늘은 휴지도 떨어지고 그 비싼 무와 배추를 사와야 한다.

새벽 4시 혹은 5시

가슴을 펴고 탁 터인 길을 나섰지만 늘 첫 손님이 그립고 아쉽고 야속하다

누가 버렸나 지들이 나왔나 개와 고양이 지레 놀라 달아나고 나도 놀라 흠칫한다.

메케한 새벽안개를 들이 마시며 아직도 졸고 있는 가로등이 힘들어 보인다.

한손 들어 격려하고 동이 트면 쉬라 전한다.

그렇게 어둠속으로 달려 새벽을 열고 누군가 나의 뒷모습을 보거나 짐작하겠지

부시럭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미루어.

아님 내가 세워뒀던 애마의 빈자리를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