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길 돌아보면 까마득하고도 짧은 찰나다

파란만장한 날들이지만 정작은 한 장의 달력 찢듯 잠깐의 상념만 남긴다.

남은 날이 얼마인지 몰라도 지나온 날에 비할 바 아니겠지만

아마 어제나 오늘 같겠지

세상사 살아간다고 생각하나 죽어간다고 생각하나 별반 다를 게 없다면

남은 시간이라도 자위하며 순간순간 오르가즘을 느끼려 한다.

진부하고 사치스런 도덕성에 자부심도 있었지만 가끔 회의도 있었고

왜곡하지 않았지만 순수했다고도 못한다.

다시 돌아가라면 고개 젖겠지만 닥치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몸이 먼저 하는 일이니까

사회구성원으로 작은 구심점으로 의무와 도리를 앞서 행했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하찮게 여겼던 것들이 지금 나를 초라하게 만들고

자부심은 허울이 되고 묵언하는 자 반전 없는 하늘을 바라보니

바라고 한 일이 아니지만 구름 한 조각 내 맘인 냥 허허롭다.

무엇을 하였다고 무엇은 챙기고 무엇은 변명한다.

동기는 수많은 명분을 만들고 과정은 희생되며 결과는 변명으로 갈기갈기 찢어진다.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지만 담배 한 개비와 술 한 잔에 위로 받는 시간만 늘어가고

스산한 바람이 삶의 허한 갈비뼈 마디마디를 후빈 자리가 씁쓸하다

알아주지 않는 건 조금 섭섭하지만 섭섭하게 생각하는 자신은 많이 섭섭하다

지친 몸으로 이제 무엇을 위해 변명할까.

죽고 싶다면 무기력해진 나를 위로하며 안아줄까

그러면 눈물이 나고  다시 신명을 되찾을까

그러나 수 십 번 죽음의 고개를 넘어왔지만 버려진 지팡이도 옹달샘도 없었다.

아직 두 고개가 남았다

돌아서도 탓하지 않을 고갯마루.

이제 힘들다 돌아가려 하건만 그 등을 낮추고 부를 때마다 울컥한다.

산 아래 쉬어도 올라 쉬어도 그저 한숨 돌리는 것뿐이지만

산마루 고목나무는 외로워한다.

다시 나보다 나은 나를 앞세우고 그 뒤에 숨어 그의 이야기 들으려 오르니

소신과 가식을 내 편한대로 엮은 짚신은 나를 보고 웃고 나는 멋적게 달을 보고 웃고

빈 걸망은 등에 기대어 솔바람을 히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