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맹자 3락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 참 오랜 만이었다.

득천하영재, 이 교육지 3락야,가 마지막이었다.

처음에는 부모구존형제무고 일락야, 다음에 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 2락야,였다..

아무래도 공자 쪽이 조금 원숙한 느낌이었는데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그리고 마지막에는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로 되어 있다.

요즘은 세상과 방송 자체가 혼잡한 수다가 흔해서 이런 말들을 오래 잊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이 구절들이 새삼 떠올랐다.

부모구존형제무고,라는 것이 좋긴 하지만, 왠지 충분한 느낌은 아니다.

부모는 원래 시간의 한계 안에 있는 것이고, 형제도 그렇다.

앙불괴어천하고, 부부작어인, 2락야,라고 했는데, 이게 좀 그래도 친근해뵌다.. 다 이러느라고 부모도 있고, 형제도 있고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달까?

득천하영재이 교육지, 3락야라고 했는데

이 구절도 조금 의문이 있다.

천하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면 즐거움이 있겠지만, 어찌보면 반칙이 아닐까?

천하영재들이란 맹자가 없어도 어떻게든 길을 헤쳐나갈 것이요, 실은 누구나에게 영재의 자질이 있다. 특정한 시선에서 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 영재성을 맹자가 알아보지 못하면

그러면 그 영재는 기쁨의 만남이 아니고 만다.. 만인영재론의 입장에서 보면, 맹자의 기쁨은 오해를 토대로 할 지도 모른다.. 가령 청소년문제에 있어서 천하영재의 자질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을 사법고시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오판할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이 맹자의 기쁨에서 느껴지기도 한다.

공자 쪽을 보면, 학이시습지가 열락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쪽은 좀 더 일반적 공감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죽고 태어나는 그 모든 과정의 일들로 배우지 않을 순간이 언제이고

진정 배웠다면 자연히 연습을 하게 된다. 공자의 제자 중에서 전도가 가장 유망했다는 안회라는 사람은 하나의 의미로운 장면을 만나면, 오 거룩한 순간이여,라고 하면서 그 장면을 자꾸 시뮬레이션하면서 반복연습회상반추하였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공자가 경탄했었다고 한다. 야, 살다보니 나같은 놈이 또 있네.. 라고 속으로 놀랬다고 한다..

배우는 것이 있어야 방향성을 알고, 연습을 해야 직접적 변화가 발생한다. 업식이 본연의 지혜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이다. 전식득지,라고 한다.. 이 승엽도 말하지 않았던가 연습은 배반하지 않는다고..죽고 태어나고, 그리고 세금을 내어서 정부를 만들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나가고, 더 심하게는 세계대전을 통해서도 우리는 배우고 있는데, 이 과정에, 사는 방식을 연습해야 한다.

안회같은 사람이 세상이 흔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벗,이란 멀리서 오게 되나보다..

그래서 자원방래,라고 하였던 것이 아닐까? 지척에 살아도 자원방래이고, 멀리 살아도 이웃인 그런 벗, 마음으로 통하여 공자의 시대와 인터넷의 시대, 그리고 스피노자의 시대를 동시에 잇는 그런 공감의 연대, 자원방래는 불역락호,라고 하였다. 기쁜 일이다.

학습은 열,이라고 하였고, 붕방,은 락,이라고 하였다. 아무래도 스스로 학하고 습한 것이 더 근본이라는 뜻인 것 같다. 안팎이 조우하면 열락이 주어지는 것이다. 오르가즘이다.. 남녀의 오르가즘도 학습과 붕방의 한 양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세번째 말씀도 좀 오래 기억되는 구절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섭섭하지 않아야 군자가 아닐까?

알아줄 만한 사람은 멀리서 온다고 방금 말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내 부모 내 형제 내 가족이 안알아줄 가능성이 많다. 동네사람들은 당연하다.. 그런데 서둘러서 외롭다고 위축되면 길고도 긴 업식의 터널을 어찌 빠져나리오? 군소리 하지 말라는 말씀처럼 들린다...

답설야중거할 적에 호란행을 하지 말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금일의 내 행적이 후인들의 큰 힌트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외롭게 인내하면서 학하고 습하여 전식득지를 해야 하지만, 실은 외롭지 않다. 왜냐하면, 내가 외롭다고 군소리를 하면, 후인들이 덩달아서 군소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군소리 자체가 바로 연습의 대상이다. 그러니

잔소리 하지 말고 그냥 학하고 습하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래도 공자님쪽이 조금 이로정연한 느낌이다..

돌이켜보면, 이런 구절들은 모두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배운 구절들이다..

그런데 지금에 이르러서 회상하면서 음미하고 있으니 역시 공자도 좋은 공부인이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 그간의 내 인생과 생활이 곧 그에게 학한 것을 습하는 과정이 아니고 무엇이었겠는가?

그리고 대개의 경우 벗은 멀리에 있었고 드물었고, 드물다.. 그래서

군소리를 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나마 별에서 온 그대들, 즉 공자님이나 서산대사, 인도의 구담선생, 암스텔담의 스피노자 같은 붕,들이 행적을 남겨주지 않았더라면

무슨 단서가 있었겠는가? 권권복응하면서 역전에서 얼어죽었다는 톨스토이가 공감되는 어느 겨울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