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이 역대최대규모라고 한다. 마치 몇 해전의 뻬이징 올림픽을 연상케한다.

당시에 중국의 한풀이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근심스런 느낌이 들었지만

소치의 분위기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왠지 러샤는 그래도 톨스토이나 챠이콮스키 같은 예술인들이 있어서인지 과도한 국가주의의 느낌은 아닌 듯도 하다. 어느 새 소련의 색채가 약화된 듯도 하다. 스탈린으로 상징되던 소련은 옐친 앞의 대통령부터 변화를 타다가 옐친에서 푸틴으로 이어지면서 흔적이 약화되는 것 같다. 옛날에 제정러샤가 무너지고 레닌이 등장하던 시절의 이야길 들으면서 당대엔 나름의 맥락이 있었던 것을 알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었다.. 다만 레닌이 자신의 당대에 일을 서두는 바람에 조금 무리함이 생겨났던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하였었다.

이번에 한국의 메달전망을 보고 있으니, 이제 어느 정도 메달에 대한 허기가 약화된 것 같아서 정서적으로 편한 느낌도 있다. 외국에선 도리어 그 이상을 전망하는데도

우리나라 자체에선 금패 넷을 기본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니, 억지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여야 하던 선체육정치의 시대에 비하면 얼마나 나아졌는지..

가장 우승권에 근접한 선수는 아마도 심석희와 이상화인 듯하다. 이상화는 연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고, 심석희는 다관왕을 거론하고 있으니, 아마도 한둘은 안정권인 듯도 하다.

연아선수는 내 느낌으론 이제 오히려 실력이 더욱 안정화되어서 전성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 은퇴를 할 생각이라고 하니 아쉬운 마음을 갖게 된다. 실력이야 최상이지만, 아무래도 변수가 다른 게임보다 많아보이므로 장담할 상황은 아닌 듯도 하다. 다만 연아의 점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보고 있으면 위험요소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줄어든 것도 같았다.

연아의 점프는 높이와 비거리가 길다고 한다. 높이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조절의 진폭이 크다는 말이 되니, 위험요소가 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게다가 독특한 것은 delayed jump라고 해서,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연아선수는 상승과정에는 회전수가 적다고 한다. 즉 높이 올라가는 동안에는 주로 올라가기만 하고, 대부분의 회전은 내려오는 과정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높이가 안정적이 되고, 안정적인 준비를 하고서 회전을 하니, 착지의 안정성도 커진다고 들었다. 어제밤에 피겨 단체전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남자선수도 점프의 높이가 낮으니까 넘어지는 것을 보았다. 높이 나는 선수가 낮은 곳에서 안전한 것이다.

우리가 서울에서 올림픽을 하던 시절이 기억난다. 우리가 올림픽을 열 수 있게 되었다고 크게 홍보되었었다. 이벤트라고 하는 것이 하나의 전환점이나 기폭제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월드컵도 하나의 마디를 형성해주었었다. 러샤의 느낌도 좀 그런 것이 있는 것 같다.

푸틴이 장기집권을 해도 말썽이 적은 것은 아무래도 러샤가 아직 소련해체의 여파 속에 있기 때문에, 종합적 국력이 약화된 흐름이라서 국민들이 그다지 요구를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오히려 중국의 심해보이던 중화주의에 비해선 밝은 느낌이 좀 있는 것 같다..

언젠가라도 오래 전 기획되고 있는 유라시아 횡단열차와 한반도의 연결이 되어서, 우리나라의 일상적 행동영역이 홪장되길 바라는 마음이 함께 하는 것 같다.

일찌기 만해 한용운도 젊어서 꿈구었던 대륙횡단의 꿈, 그는 사할린까지 갔다가 신변에 위협만 느끼고 귀국해서는, 금정산 범어사로 가서, 대장경을 열람하게 되었고

그 성과로 우리 근대국가에선 처음으로 불교성전을 편집했다고 들었다. 일제 때에 용성스님과 만해스님 등의 근대화노력이 있어서 그만큼이라도 균형있는 흐름이 형성된 것일지..

이제 봄이 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