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 셈인데

봄이 오면 언제나, 자기 집 뒤뜰에 봄이 있더라는 파랑새 이야기가 떠오르곤 한다.

어떤 사람이 봄을 찾아서 천지를 헤매었었는데, 지쳐서 귀가하고보니 자기집 뒤뜰에 봄이 있더라는 이야기, 유명하다.. 짚신도 흔히 함께 등장한다. 짚신이 헤어졌다는 말이 흔히 병행되곤 한다.

짚신은 움직임의 상징으로 쓰인다고 하는데, 달마가 인도로 돌아갈 때에 그리고 조주스님이 남전과의 고양이공안에서 짚신을 머리에 인 것은 유명하다. 짚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인듯도 한데, 과연 어떨지.. 짚신이 아니어도 된다는 견해들도 있는 것 같다.

인간생활은 대개 의미의 추구로 점철되는데, 그 의미때문에 짚신이 닳고, 그리고 혹은 기름값이 든다. 기름값을 확장하면 빌헬름마이스터의 편력시대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 과정에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계약도 발생하곤 한다. 그러니 짚신이 머리로 간다는 것은 어쨌든 귀가도산, 즉 본래의 안녕과의 해후를 상징하는 방향은 아마도 맞지 않을까 싶다..

달리보면 우리가 몸이라고 부르는 것도 일종의 짚신일 수 있다. 왜냐하면

세상을 주유하려면, 즉 의미의 세상에 참여하려면 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의미망으로서의 세상이 가진 박약한 근거때문에, 이제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짚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면, 그것은 대개, 몸자체가 별로 안필요한 결과를 가져온다. 왜냐하면 세상이 일이 없다면, 결국엔 몸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되니까 말이다. 그러니 짚신과 몸이 유사한 방향의 의미를 가진 셈이 될 지도 모르겠다..

아직 만개한 벚꽃의 소식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우리 동네 뒷산엔 철쭉이 가득 피곤 하는데

오랜 만에 만나볼 기회가 오려나 싶다..

이웃마을의 산에도 철쭉이 유명하곤 했었는데

오랜 만에 그 산과도 친해질 기회가 생겨나기도 하는 것 같다..

박상륭의 소설에선 평심,에서 짚신이야길 다루었던 기억이 있는데

오랜 만에 다시보면, 조금 더 친근해졌을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