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살 것 같지가 않다

마지막 남은 업보

어무이 보내 드리고 가야 하는데

30여년의 간병세월에 너무 망가져 버렸고 잔병치레를 하시지만

건강하신 팔순 어무이가 고마우면서 나는 나태해진다

내가 얼마 살거라고 어무이 얼마 사신다고.

살아 변명만 늘어놓고 신세보다 공치사가 많고

빚은 만년설이고 삽질에 지쳤으니

차라리 죽자

사람들아. 나 안보이거든 죽었구나 하고 그대들 술판에 내 술 한잔 끼워주소

살아 공양 못한다면 죽어서라도 공양해야지

열심히 해서 안 되니 죽을 만큼 하고 열심히 살았다는 변이나 남겨보자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사람들과 가끔 자전거를 타고 가을 길을 달린다

사랑했던 사람과 오두막에서 해질녘 노을 바라보고

어렵게 구입한 안마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어무이가 없을 것 같은 재봉틀을 바라본다.

어무이의 온기가 느껴지고 그림자가 된 어무이 잔영에서 불어오는 냉기에 소스라친다.

벌어서는 언감생심의 몇 억의 보험이나 남겨두자

살아보려는 발버둥으론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죽기로 한다.

울고 있는 사람은 어무이 뿐이다.

병원에서 30여년을 교대한 불쌍한 간병전우 어무이가 통곡을 한다

아무도 불쌍하게 생각 안하는데 어무이만 불쌍한 놈이라 통곡한다.

내가 해야 할 곡 내가 있어야 할 자리

그래 그냥 살려고 하지말자

죽어 열심히 살았노라 변을 하던 죽을 각오로 살다 내가 그 자리에 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