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부석면에 위치한 간월암.

무학 대사가 고려 말 도읍을 서울로 정하고 이곳에 암자를 지어 무학사라 했고

달을 보고 도를 깨우쳤다고 하나 섬 사이로 뜨는 달의 운치가 천하절경이라 하고

낙조 또한 명품이라 아마도 이를 강조한 듯 하고 원효대사도 수행했다고 전한다.

사실 유무와 역사적 의미는 그리 중요치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 뒤로 만공대사가 퇴락한 절터를 복원불사 하여 지금에 이르고 입구에 들어서면

그때 심은 사철나무가 자그마한 절터 한편에서 불탑을 대신했다

바다에 뜬 연꽃이라 부르기도 하며 절이 곧 섬이고 섬이 곧 절인 것이 앙증맞기로

동자스님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역사적인 자취도 미미함이 순수한 수행의 장소로 시끄러울 것도 요란할 것도 없는

묵언의 섬이라고 새겨두고 싶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고승들이 머물렀다하지만 이렇다 할 문화재가 남아 있지 않아

정통사찰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음을 뒤늦게 알았다

어리굴젓이 유명하여 무학대사가 왕에게 진상하였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원래는 육지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외로운 섬이라 밀물 때는 잠기어 섬이 되고

썰물 때는 걸어 들어가는 절해고도라 수행자들이 즐겨 찾았을 법 한 곳이다

지금은 간척사업과 방파제 사업으로 지척처럼 가까워져 시야로 50여 미터 정도거리다

간월암 내부에서 보는 절경도 좋겠지만 필자는 마음 편한 사람과 간월암을 바라보며

낙조와 월출을 감상하기를 권하고 싶다

靑山疊疊彌陀窟    첩첩 산중은 아미타 계신 곳

蒼海茫茫寂滅宮    망망한 푸른바다는 부처님 계신 곳 일세

物物念來無罜碍    온 갓 세상사 얽힘도 걸림도 없으니

幾看松亭鶴頭紅.    소나무정자 아래 홍학 몇 마리나 보셨나.

이청선생께서 보내주신 조인정사 주련입니다. 간월암에 어울린다고. (__)

▲ 태풍에 대웅전이...

 ▲ 수령 200년이라는 사철나무

고소공포증에 배 멀미... 설마하고 우렁각시에게 물었더니

저 파도에 저 뗏목을 타고 들어가자 한다.

철렁 내려앉는 가슴으로 거의 떡실신 상태로...ㅠㅠ

                             

저녁노을을 감싸 안은 구름사이로 황금빛 물결은

성난 용광로를 보는 듯 하고

분노의 용트림으로 비쳐 나온 검붉은 빛은

바다를 온통 불태우는 듯하다

이제 그 힘이 다함에 주홍빛 마지막 분노는

노쇠한 영웅처럼 쓰러지니 차라리 평온함이 되어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그림자 끝자락 너머로

은은한 여운을 동자승처럼 앞세운

큰스님 얼굴같이 인자한 둥근 달이 떠오르면

간월도 그 섬들 사이로 연꽃처럼 핀 간월암 달빛에 화사하다

                                                                               

고향툇마루에 걸터앉아 자식 떠난 동구 밖 바라보며

소식 없고 오지 않더라도 늘 평안하기를 비는 마음처럼

자연의 인자한 미소는 어머님의 그것에 다를 게 없구나

아침의 희망과 한 낮의 열정을 뒤로하고 산화한 아쉬움은

모두를 포근하게 감싸며 부드러운 미소로 다시 마주한다.

이 평온 앞에 뉘라서 지난 분노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지금의 어리석은 욕심에 고개 숙이지 않을 것인가

그대와 나 술을 나눠 풍월을 읊던 두 손 모아 합장을 하던

저 달처럼 매사에 시비 말고 평온히 살다 가면 그만인 것을.

 

                   2010.12.5 간월암에서 法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