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과 목표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애매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구분한다면 목적은 주관적이며 사적으로 해석되고

목표는 그보다 좀 더 객관적이며 포괄적으로 느껴진다.

목적은 수단을 동원하게 되는데 반해 목표는 방향만 설정하는 것으로 구분한다면

그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도 성취욕구 그 절실함의 차이가 아닐까.

목적은 결과를 염두에 둔 설정이니 집착하게 되고 과정이 변질 될 여지가 있는 반면에

목표는 과정을 중시한 설정이라 보면 결과에 집착함이 덜하거나 없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나.

그 말이 그 말일까.

30여 년의 긴장 된 일상에서 갑자기 벗어나니 오히려 생활의 리듬이 깨어졌다

꼭 해야 할 일이 사라졌고 그 다음을 생각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닥치면 생각할 일이었고 긴 세월 속에 아마 포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생각과 몸이 허물해지고 진공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술을 마시며 생각을 다잡아도

그 공간에서 나는 무엇이었고 무엇인가 했음이 분명한데 막상 상위에 올릴 게 없고

허물만 부끄럽게 휘감아 변명이 궁색해진다

팍팍하던 일상에서 편안해졌는데 오히려 몸이 아프고 입술이 부르트고 코피도 터지고.

의미 없는 생명을 지키는 핫바지 같은 도리가 늘 한스러웠는데

보내고 남은 나의 삶이 큰 고개를 넘었어도 별무신통이니 산다는 것의 의미가 참 난해하다

꼭 해야만 했던(목적) 일이 사라지면 막연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몸과 마음의 여유는 찾았으나 자유보다는 허탈감에 허허롭다

이제 나를 위해 미루었던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역을 지나왔고 남은 역에 대해선 낯설거나 혹시나 싶어도 스쳐가는 간이역

결국은 남은 어머님의 여생을 동행하며 무사히 종착역을 향해 가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지난 세월에 가끔 비틀기도 해 보았지만 내 의도대로 되지 않았고

앞선 적이 없었지만 모자라는 대로 균형을 맞춰가며 위기 때는 패로 버티며 살아 온 것 같다

꼭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서 거기까지 가겠다는 것

그것이 목적과 목표의 차이라 느껴진다.

돌이켜보니 20대 초반에 시작 된 환경과의 수상전 이후 나는 목적보다는 목표를 따랐고

이젠 나를 위해서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것 같다.

목적 없는 삶이 되어 버렸지만 무의미하거나 좌절하고는 또 다르다

동안 신세를 마무리 하는 삶이 남았기 때문이며 살면서 빚이 되었지만 빚은 빚이니

그 또한 살면서 갚다가 가야겠다.

이제 남은 고개도 만만치 않다

비록 높이는 낮아졌을지 모르나 기력이 그만큼 쇠진했으니 고통은 별반 다를 게 없겠다

봄이 오면 얼었던 몸과 마음이 녹고 활개를 펴겠지만 나른해지는 나태함도 같이 온다.

다시 마음을 추슬러 달려가야겠다.

염라대왕 앞에서 큰 소리로 요구 할 막걸리 석잔.

할머니 한 잔에 이제 아버지 한잔을 벌었으니 남은 한 잔 값을 잘 마무리해보자

그리고 훗날 호탕하게 막걸리 석 잔을 받아 마시고 지옥의 촛불잔치 속으로

두 팔 벌려 자유낙하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