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서는 국제우주센터로부터 연락을 받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일면식도 없지만 고국의 천문학자가 혜성 발견자라는 사실이 흥미로웠고, 그 혜성이 지구의궤도에 근접 내지는 침범할지도 모른다는 국제우주센터의 통보는 걱정스러웠다.

유엔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구상에는 표면적나마 평화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군비 경쟁에서 벗어나고 선진국들과 강대국들은 저개발 국가들에게 약속된 원조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저개발 국가들도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세계적으로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경제성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선진국들이 소비확대를 도모하고자 저개발국가의 성장을 도와주고는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 세계가 선순환 구조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하고 있던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혜성의 출현과 지구의 위기는 또다른 변곡점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데이비드서는 우선 혜성 발견자라는 설민과 통화해보기로 하였다.

“안녕하세요! 설민씨. 나는 유엔 사무총장 데이비드서입니다”

설민은 깜짝 놀라서 당황했다.

한국의 외교관으로서 유엔사무총장에 선출되고, 국제 외교 무대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데이비드서를 설민이 모를리 없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고, 설민 자신도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네 사무총장님! 안녕하십니까”
“얼마전 국제우주센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설민씨가 발견한 혜성 kor1500의 궤도에 문제점이 있다고요”

“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명확해지는 궤도 추정치가 나오고 있는데, 최소한 지구의 대기권으로부터 5,000km까지는 근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더 보수적으로 추정한다면, 혜성의 꼬리부분이 지구의 대기권을 스치는 궤적이 나옵니다”

“큰일이군요. 그럼 지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7,500만년 전에 있었다는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유성 만큼의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러면 동식물의 대멸종과 전 세계적인 위기가 올 것이란 말이군요”
“네! 불행히도 현재는 그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설민씨, 감사합니다. 앞으로 정보가 더 나오는 대로 제게도 알려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연구에 더 심혈을 기울여 주십시오“
“네! 사무총장님. 정보가 나오는대로 유엔에 전달하겠습니다”

데이비스서는 통화를 마치고 각 부서의 참모들을 모았다.

이미 자료를 배포해서 다들 심각성을 알고는 있었겠지만, 설민과 통화한 바로는 배포된 자료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유엔에서 우선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상황전파였다.
데이비드서는 미국, 러시아, 중국등 각국의 정상들과 연락을 취했다.
예상대로 모두들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유엔에 파견된 각국의 대표들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하도록 지침을 보내겠다는 답변들이 있었다.

그러는 사이 국제우주센터는 혜성 kor1500이 지구의 대기권에 부딪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악의 상황이 닥친 것이다.

이 뉴스는 긴급하게 전 세계에 퍼졌고, 혼란이 시작되었다.
미국의 안전가옥은 모두 동이 났으며, 세계의 안전하다는 지역은 인파로 넘쳐났다.
하지만 지구 어느곳에도 안전한 곳은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남은 시간은 불과 100일!

유엔은 총회를 열었다.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동식물의 대멸종 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자칫 인류의 멸망도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다.

세계의 각국은 똘똘 뭉쳤다.
그동안 데이비드서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보람이 있었다.
여러 국가에서 여러 제안이 쏟아졌다.
하지만 어떤 대책도 완벽해 보이지 않았다.

우왕좌왕 하는사이 시간은 점점 더 흘러가고, 이제는 혜성 kor1500이 지구를 강타한다는데 동의하지 않는 데이터나 사람은 없었다.

선진국의 주식시장은 폭락을 거듭하고 있고, 치안이 불안한 국가에서는 약탈과 살인이 빈번해졌으며, 사이비 종교들이 기승을 부렸다.

어디에도 길이 보이지 않는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사형을 선고받은 죄수처럼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