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며칠 반짝 추웠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이젠 영하 5도만 내려가도 사지가 뻣뻣해지니

어릴 때 평균 영하 10여도에 군 생활 강원도 12사단에서도 전방에서 6개월씩 교대했는데

그 추위를 견디고 살아 왔다는 게 이제는 소름 돋는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력이 탁월하여 만물의영장이 되었다는데 진보와 퇴보도 공존하는가보다.

영하 8도면 요즘 들어선 한파라 할 만 한데

멀쩡하게 서 있던 사람을 태우고 나니 만취 객이었고 격정의 한 시간을 보냈다

경찰관과 옥신각신 하는 것을 뒤로 하고 돌아와 컴터 앞에 술상을 봐 놓고 자판을 당긴다.

마침 마치려던 중 방향이 맞아 태운 게 상 노동을 하고 왔다.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면 적당히 마시기가 그리 쉽지 않다

짐작컨대 시작의 명분에서 시간이 갈수록 개인적 감성이 결부되어 업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술좌석의 분위기도 영향이 있지만 그와 상관없이 술로 억눌렸던 감성이 치솟는 경운데

2차 3차 달리다 결국 불나방이 되어버린다.

만취 후 갈증을 느끼면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안도와 함께 번개처럼 지나가는 불길함

더듬거려 갈증을 해소하는 쾌감너머로 생각하기 싫은 기억들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다시 잠들기 힘들게 하는 건 빙빙 도는 천정도배지 무늬와 뒤틀리는 오장육부다

미쳤지 내가 미쳤지.

오만가지 후회와 다짐을 하다 다시 잠이 들어 다행인 것도 아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눈을 뜨면 따가운 식구들의 시선에 열사병에 걸리고

그럴 수도 있지 내가 꼭 즐기자고 만 마신 줄 알아.

묻지 않는데 굳이 구차하게 늘어 놓을 필요도 없으며 사서 매를 맞을 이유도 없다

침묵이 선비의 도만 있는 게 아니라 경솔함을 위장하는 기능도 있어 천만다행이다.

냉장고에 있는 마실 것을 죄다 섭렵해도 좀체 갈증이 해소되지 않지만 그래도 또 마시다

오히려 속이 울렁거려 급기야 변기에 머리를 쳐 박는다.

생각보다 쉽게 해결이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는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이정도 되면 귀차니즘에 빠지게 되는데.

양치는 헛구역질 나서 못하고 머리는 손가락하나 움직일 힘이 없어 못 감으니 샤워 포기하고

불탄 머리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시 잠을 청하지만 빈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 거슬린다.

허기는 느끼지만 아무것도 댕기는 게 없다

여기서 혹자는 해장술로 해결하지만 때로는 유용하고 때로는 징그러워 엄두도 안 난다

오후쯤 조금 풀리면 우선 따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생각난다.

우선 짬뽕과 라면이 떠오르지만 대개 국물만 빨아 먹고 면은 그대로 남길 경우가 많다

버리기는 아깝고 먹지는 못하는 애매한 상황을 미뤄두면 배로 불어있고

다시는 쳐다보지 않을 것 같은 술이 이후 서너 시간 지나 저녁때쯤 되면 변신한다.
속이 풀리고 살만하니 또 한잔 생각이 난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무엇을 잊고 싶어 그렇게 마셨을까.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지명도 높은 사람들이 자살했다는 말에 그렇게 죽지 말고 만취하라고 권하고 싶다

죽는 맛을 경험만 하고 다시 살아가는 게 권리보다 의무가 많기 때문이라고

여러 가지 이유가 삶의 명분을 뺏어가더라도 나도 많은 경험을 했지만 죽을 권리보다

살아야하는 의무가 많음을 만취로 죽는 고통을 경험하면서 분별해지고

시간이 지나니 비바람 한파 피하고 밥 한 숟갈 따뜻하게 먹는 것이 너무 감사했고

출출할 때 따끈한 조기탕에 소주 한 잔이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