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문법에 재미를 붙인 친구가 한 사람 있다. 어딜 가려고 한다고 준비를 해야 한다기에

책과 시험을 소개해주었다.. 5형식의 실용성에 눈뜨고 즐거워하기에 5형식을 더 압축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과연 겨를이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분위기를 보니 이전에 했던 이야기들은 별로 실용성이 없었을 것 같아서 나중에 보려고 한다.. 5형식은 2형식으로 줄 수 있고, 이것은 다시 하나의 형식이 된다..

실은 그 친구도 상당량의 독서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 소개하고 싶은 말은 다른 것이다.

모든 문장이 하나의 형식으로 압축되고나서도 더욱 의심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티나가 길을 걷는다. 그리고 크리스티나가 밥을 먹는다.

크리스티나가 섹스를 하고, 크리스티나가 늙는다. 크리스티나가 죽으며

크리스티나가 태어난다. 크리스티나가 시위를 하고

크리스티나가 눈사태정석을 활용한다. 크리스티나가 어둔 로비에서 담배를 피우고

크리스티나가 긴머리를 가지고 있다..

대개 우리는 어떤 주어가 동사를 한다는 것을 당연시하고 살아가는데

실은 아무런 일도 안하는 누군가가 과연 실존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크리스티나가 아무런 일도 안한다고 말은 할 수 있지만, 실은 아무런 일도 안한다고 말할 때에도 실은 그 무엇을 하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그러지 말고 실제로 아무런 일과도 연관되지 않은 크리스티나가 실존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5형식은 하나의 형식으로 압축할 수 있지만, 하나의 형식이 된 세상의 모든 문장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동사가 먼저인지 주어가 먼저인지 간단하지 않다... 그런데 만약 다양한 동사와 연결된 주어를 가설한 것이라면, 실제론 동사도 실존여부가 애매해진다.. 이런 단순한 문제가 그리 단순한 것 같지가 않다.. 이전에 도올,도 어떤 강의에서 이런 주제를 다루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착안될 수 있는 주제이지만

대개는 살기가 바쁘기 때문에 이런 주제를 장기간 묶어두기가 힘들다..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하고,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러다보니 명색과 육입을 거쳐서 촉수애취유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과 하나의 형식이 5형식으로 확장되어서 에베레스트같은 출판물로 유전되는 쪽에만 익숙해진다..12연기는 그래도 철학이라는 미명이라도 붙었지, 5형식과 같은 것은 영어공부 중에서도 옛날 식의 돈안되는 문법인데, 이런 것이 12연기와 같은 주제와 유사한 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생각해보기에 따라선 중학생 초보문법 안에 12연기의 논점이 존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오늘 저녁에 밥을 먹으면서 세바퀴를 보는데, 크리스티나의 걸걸한 목소리를 들으니, 저런 사람이 이런 주제에 착안하게 되면 아마도, 그 구성진 이태리 사투리로 Oh My God.. 이라고 탄성을 지를 것 같아서 조금 웃겼다.. Oh My God만 남고 크리스티나는 사라진 것이다..그런데 세상의 모든 크리스티나들이 사라졌을 때에 과연 Oh My God은 남는가 하는 것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