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지난 산사길 3년의 세월에

문득 나 자신을 제대로 추슬러 왔던가를 생각하니 의심스럽다

모두가 결과를 만들기 위한 몸짓으로 정작 나에게 정직하게 임했는지도 의문이다

다시 시작하는 산사 길에 목적과 결과를 정하지 않고 시간적인 경계도 두지 않았다

자유로이 떠나고 인연의 부름에 응하리라 생각하니 조금은 걸망이 가벼워진 듯하다

산비탈에 차를 세우고 장비를 챙겨들고 일주문을 바라보면 또 무엇인가의 기다림과

숨을 고르며 오르는 굽이길 따라 매무새 각 다르고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평온하다

그래서 일탈이라 하는가.

치열함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에 낯선 듯 낯익은 이 길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인연들과 만남을 가졌고 산사길 동행을 하면서 위로와 격려도 받았고

항상 옆에서 같이해 준 우렁각시도 나의 특별한 도반이 되었다

나만의 자유도 평안하겠지만 같이하는 자유도 믿음과 신뢰로 의지되고 평화롭다

있을 자리에 있고 해야 할 도리를 한다면 그것이 순리라 할 수 있으리라

자연은 가꾸기를 거부 한다고 했던가.

다소 부추김이 있고 꾸밈으로 거부감도 있지만 그래도 산사와 그 언저리는 순수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틈새에 거스르지 않는 생각과 몸짓으로 살아감을 도라고 하는가.

내 감히 꿈에도 생각지 못할 일이지만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는 소홀하지 않으려한다

결과는 짐작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난다 해도 늘 손님처럼 맞을 것이다.

꽃피우고 그늘 만들던 오솔길 이름 모를 나무들도 마지막 화사한 화장마저 지운 채

이제는 모두를 놓아 버리고 묵언하듯 서 있음에 쓸쓸함 사이로 평온을 느껴본다

이세상의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담은 그들의 속내는 나이테라는 속주름으로 말한다는데

또 한 주름 새기고 지나온 얘기들을 곶감같이 매달아 놓았겠지

선지식과 수다쟁이의 발자국을 포개어 가는 나의 이야기도 그 속에 있을까.

수백 년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없겠지만 그 많은 이야기를 짐작하여 바라본다.

서로를 거슬러 지나가는 냇물은 나와 스쳐가는 순간의 만남을 기억하고 갈까.

나야 연속되는 흐름으로 하나로 보이지만 그들은 하나인 나를 기억할 수 있을까

지금 나는 자연과 하나로 동화 되어 가는가.

수많은 생각들을 담았다 버렸다 하다 쓴 웃음으로 지우고 문득 고개들어보니

비탈길 나뭇잎 사이로 짧지만 영원처럼 머물다 올 곳이 보인다.

우리네 인생 다녀가듯이 머물면 영원 같고 돌아보면 유수 같아 구름이 달 비켜가듯

애써 밝히지 않고 살아도 그만일테니 마음이나 열어두자. 

▲ 개심사 일주문

 

 

▲ 대웅전.

개심사 대웅전 구조형식은 다포집 계통과 주심포집 계통의 기법을 혼합한 절충식인데
그 작법이 미려하여 건출예술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서산 운산면 신창리에 위치한 충남 4대 사찰 중의 하나인 개심사

사적기에 따르면 651년(의자왕 11) 혜감국사(慧鑑國師)가 창건하고

개원사(開元寺)라 하던 것을 1350년 처능(處能)이 중창하며 개심사로 고쳤고

그 후 1475년(조선 성종 6) 중창하였으며 1955년 전면 보수하였다고 한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143호로 지정된 대웅전과 충남문화재자료 제194호인 명부전(冥府殿)

심검당(尋劍堂) 등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상왕산에 개심사가 있다는 것만 기록되어 있고

자세한 내용은 없다고.

▲  개심사 오르는 가파른 계단 길의 뒤태들.^^

맨 앞의 두 사람은 이청선생과 당근돼지님 그 뒤를 이청선생 부인과 예쁜 딸 성아

그리고 그 뒤를 선달이와 우렁각시가.^^&

다음엔 일주일 간격으로 수덕사와 간월암을 차례로 올리겠읍니다.()()(). (__)



개심사 주련.


 

왕양각해묘난궁(汪洋覺海妙難窮) : 바다같이 넓은 깨달음의 세계 아득하여 끝이 없어라.

광대원운항부진(廣大願雲恒不盡) : 광대한 원력구름 항상 다함이 없고.

삼세여래일체동(三世如來一切同) : 삼세여래 모두 다르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