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교통사고로 간병전우 어머님마저 아버지와 나란히 중환자실에 누운 지 보름

뇌출혈에 두개골 함몰로 뇌수가 흘러 수술의 기로에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가해자는 오토바이 수준의 책임보험만 들었고 더 어이없게도 음주였다

만약을 대비한 보험도 책임회피용으로 들어 놓고 무책임한 행동이라니.

그래도 사후조치를 했고 그나마 다행으로 어머님이 위험을 벗어날 수 있다 생각하고

최악을 생각해서 인간적인 수습을 하려고 했으나 결국 잠적해 버렸다

인간적인 것은 바보들의 행진이고 결국 법 들고 나서야만 피해를 줄일 수 있나보다.

(얘야 갑자기 홍시가 먹고 싶다)

딸기와 함께 사다 드렸다

(얘야 오늘은 목이 너무 마르네. 얼음 좀 사다줄래)

그렇다고 얼음을 사가겠나.

아이스크림을 종류별로 사서 간병인들과 나눠줬다

(얘야 동치미가 먹고 싶다 입맛이 없어서…….)

원래 어머님이 바쁜 와중에 담아 놓았던 것이지만 기초 간만해서 그냥은 니맛도 내맛도 없다

그물망으로 채에 걸러 다시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맞춰야 한다.

(우리 주방장 손맛은 알아줘야해 맛있게 잘 먹었다.)

(그런데 무 말고 줄기도 먹고 싶은데 이번엔 좀 많이 넣어 한통 더 갖다 줄래)

(골다공증 약 떨어졌는데.)

(시원한 해물 탕이 먹고 싶네)

(수건 빨아서 아버지 좀 닦아 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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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안 하시던 어리광을 좀 심하게 그것도 갑자기 하니 내가 멍해지고

지금까지 간병만 하다가 간병을 받아서 그렇다고 생각하려해도

다친 머리가 신경 쓰여 왠지 긴장이 된다.

20여 년 전 버스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친 적이 있었는데 두어 달 간병한 것밖에 없다

30여 년을 나와 함께 할머니 치매 10년을 했고 아직 아버지 중풍간병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야말로 간병전우로서 눈이 마주치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서 할 일을 했다

그런데 어머님이 누워 버리니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정신이 일찍 돌아왔다고 그리고 잘 아물고 있다는 의사 말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올해 마지막에 집안의 모든 액땜을 당신이 혼자 하시는가보다 생각하면서

내년부터는 좀 더 순리대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해자는 연락불통이고 보험에서도 크게 기대를 할 수 없다

순리대로 경우에 어긋나지 않게 일을 처리하려고 해도 세상사 입장은 홀수라 약분이 안 된다.

진단 6주니 앞으로도 한 달을 내가 간병하고 생활도해야 하는데 두 사람의 노동력 상실에

머리를 심하게 다쳤으니 인간적으로 성의만 보이라니 자신들이 간병하면 안 되겠느냐고 한다.

그게 말이 되는 이야긴가 하고는 끝이다.

무엇이든 해드릴 것이나 갑자기 어린애가 된 듯한 어머니의 주문이 많고

가관은 수시로 손을 잡자는 아버지의 애정이 밉상이다

애증의 강은 그렇게 흐르고 있고 사공은 스치는 갈잎과 가끔 다녀가는 철새들

그리고 이따금 힐끔 뛰어 올랐다 가는 물고기 무심한 눈 껌벅이는 개구리들에게

신세타령을 늘어놓다가 선한 달이 떠오르면 그래도 지금이 고맙게 생각되고

나의 업장소멸과 순리는 노를 놓지 않는 것이라

나에게 작은 나룻배와 노를 준 운명에게 감사하게 된다.

내일은 어떤 주문이 있을까.

가해자에 대해 물으면 또 같은 말을 해야 된다

“우리보다 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고 그 보다 어무이가 죽다 산 것만도 다행이요”

그리고 끓어오르는 분노와 싸워야 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도 해봐야 한다.

그들에게 로또나 한 장 사서 문틈으로 넣어줘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