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궁지에 몰리면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는다.

자신의 무능을 감추기 위한 것도 있지만 때로는 상대를 배려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러했지만 너는 나보다 좋은 선택을 했으면 하는 바람인데

자신을 위로하면서 너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오해의 소지는 많다

그러나 정작 소통의 문제는 자신에 있다

상대에게나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해주려는 것 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지금 퇴원하시면 안 됩니다”

“나 어차피 갈 건데 병원비 많이 드는데 그만 집에 가서 죽고 싶다”

“할 만큼 했다”

“애야 그래도 좀 더 지켜보자”

“...................”

의사로서의 도덕심과 책임감으로 이해하고

아버지 당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느끼고 가시는 길 가족을 위하신다고 이해하고

주변의 현실적 위로와 격려라 생각하고

어머님의 연민이라 이해하고도

묵언중인 형제들이 섭섭하더라도

운명은 나보고 지혜롭기보다 무쏘뿔처럼 가라한다

산소 호흡기를 떼는 순간 며칠을 장담 못한다는 의사 말의 진실과

당신이 가족과 가정의 그 절실함이 왜 지금에서야 느끼는가하는 원망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격려하는 주변의 매몰찬 현실론에 긴가민가하면서

애증의 강가에서 김을 매는 듯한 어머니

그리고 철새처럼 오가는 내 마음을 멀리서 망원경으로 지켜보는 동생들.

물려받은 재산 없고 도덕적으로 누구에게 욕먹지 않았다 해도 도리는 업이다

지난 세월은 접더라도 그런데 이제 나의 손에 작두를 쥐어주고 망나니 춤을 추라한다

세상에 의미 없는 것이 있나.

하물며 천륜인데.

우리를 술 마시게 하는 일 너무나 많고 술 마시고 싶어 만드는 일 또한 많다

집에서 키우던 짐승도 마지막을 보면 애처로운데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아침에 일어난 생각은 지친 저녁 우체부의 빨간 통지서에 사인하면서 함몰하고

결국 술을 마신다.

내가 쓰러지면 안 된다고.

지게 작대기 없이 지게에 짐만 올려놓으면. 그렇게 버텨 기네스에나 오르라고.

ㅋㅋㅋ

의미 없는 삶일지라도

지켜야 하는 이는 지켜줘야 하고 불가항력이 아니면 의미 없는 삶 만들지 말기를 그렇기를

나에게 독하게 채찍질 한다.

그리고 가끔씩 흔들리고 방황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준다

나보다 좋은 환경과 나보다 못한 이들보다는 진솔하다며 항변하면서.

남은 것은 선택의 오해와 책임만 있을 것이다

그들은 나에 대한 연민보다 나로 그들의 존재를 이어가는 방편일 뿐일 것이니까.

나는.

나는 과연 어려운 시점에서 그냥 술만 마시는 놈인가.

나의 결정이 모두를 배려한 결정이라도 도덕성을 내세울 때 어떻게 할까

아마 나는 마른 눈물을 흘릴 것 같다.

아침이면 호스를 뺄 것이라 나섰다가 잠깐씩 눈을 떴다 감는 애처로운 모습에

머리만 쓰다듬다가 나온다.

집중력이 떨어져 일도 하는 둥 마는 둥 결국 술 한 병 사들고 와 창가에 앉는다.

치매 10년 백수하신 할머니보다 더 힘든 천륜.

훗날 술 한 짐 지고 산을 오르는 이 있으면 간병 받기 싫어 오르는 선달일 것이다.

그래도 이 고개 넘고 어머니 고개 넘을 때까지 그때까지는 버티게 하소서.

그리고 선한 달이 떠는 날 내 신세타령이나 들어주고 취해 잠들면 깨우지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