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은 에덴의 동산에서 권태를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서민들은 희나리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 불을 지펴야 하는 이유와 왜 그렇게까지 지펴야 하는가는 당사자만 알 일이다

다만 울면서 우는 이 있는 반면 울면서 웃는 이 있어 다를 뿐이다

벌써 10여년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살아 온 시간 속에 어느 날 불쑥 나타 난 친구

울먹이며 살아가는 나를 대성통곡하게 했고 울음을 멎게 했고 다시 울게 했다

“민아 어디고.”

“누고”

“내다 인마 친구 목소리도 잊었나. “

“.......”

“달이가.”

“그래....................”

나는 외마디만 답하고 원인모를 서러움이 복받쳐 엉엉 울어 버렸다.

“자식이 얼마 만에 전화하고 울기는 .......뭔 일 있나.”

“혹시 ……. ”

“네놈 때문에 그런다. 이놈아. 네가 어쩌다가......”

“...............”

“난 또........시팔 얼라가 울기는 살다보면 ................”

그렇게 친구도 울고 나도 울었다.

무조건 만나기로 하고 술집 앞에서 기다렸다

멀리서 걸어오는 품세가 친구가 맞는데 다가올수록 낯설다

허연 백발에 듬성한 이빨 퀭한 눈언저리에는 삼겹살이 늘어져 영락없는 칠순 노인

185에 90 럭비 선수였던 놈이 키는 그대로지만 60약간 넘는다고.

악수를 하고 마주 앉았건만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울면서 술만 따랐다.

한 병을 다 비워도 할 말이 없었다.

“달아 어무이는”

“건강하셔.”

“아버지는”

“머 아직도 중환자실에서 죽는다고만 하고 있어.”

그리고 다시 간간히 나오는 한숨과 침묵 속에서 한 병을 비웠다

“민아 엄마 아버지 가시는 길 못가서 미안하다.”

“자식. 니코가 석잔데. 머”

여기서 다시 가슴이 콱 막혀 버리고 눈물이 쏟아졌다

사실 지난 10년간은 급박했지만 내가 통제할 자신이 없어 아예 칩거해 버렸다.

병원과 일 그리고 컴터에 소주 까놓고 바둑과 간간히 신세타령 글쓰기 정도였다

외로울 때도 많았지만 최선이기도 했다.

친구는 어려운데 내가 흔들릴까봐 연락 안했다고.

나 혼자 삶의 희나리를 태우고 있다고 했는데 친구는 더 어려웠고 외로웠던 것이다

전주가 있었는데 3병째 먹고도 술이 취하지 않아 시키고 또 시켰다

친구의 무너진 이유는 눈물만 나게 했고 술은 취하지 않았다

성실했던 부부다

아내는 두문불출 집에서 살림만하고 알바로 인형눈깔달기의 달인이었고

친구도 경우에 어긋나는 것 싫어해 어려운 사람 아니면 아예 상대를 하지 않았다

아내가 친구와 동업하여 스탠드바를 한다고 아파트 날리고 불미스러운 일까지 생기고

자신은 화김에 집나와 밖에서 생활하면서 강원랜드를 쫒아 다니다 개인택시 날리고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먼 나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말을 듣고 있으니

가정만큼이나 무너져 버린 친구의 얼굴과 의욕이 나를 그냥 울게만 만들었다

결국 노래방까지 가서 울분을 토하고 헤어졌지만

다음 날 계산서 무더기와 숙취로 일을 나가지 못해 다시 해장술을 마셨다

그리고 취기로 이리저리 생각해보니 나의 실수도 그렇게 만든 친구도 원망스럽지 않았다

그렇게 술만 마셔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내 어려울 때 언제나 곁에 있어 주었던 친구를 저렇게 둬선 안 된다.)

(그런데 니코는?)

(내 코가 왜 얼만데?)

아무리 생각하고 코를 만져 보아도 피노키오는 뭔가를 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민아 어디고.”

“나도 일 못나가고 한 잔하고 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우리는 다시 만났고. 아니 집으로 불렀다

그리고 다시 고주망태가 되어 결국은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을 꺼냈다

“민아.”

“왜 자식아 또 울라고.”

“시팔 니 몰골이 눈물 안 나게 생겼나.”

친구는 쓴 웃음 지으며 담배를 피워 물고 되물었다

“말해봐라”

“..............”

“내가 말이다”

“..............”

“내가 말이다“

친구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기를 재촉했다

“오해는.......”

“시파 뭔 말 할라고 지랄이고”

“그래 알았다 시팔 말하마.”

“내가 약값을 좀 줄 테니까. 약 좀 지어 먹어라.”

“...................”

“알았냐.”

“................”

“와 대답이 엄노”

“민아 이놈아 내가 도저히 너를 이대로 보내면 아무것도 못하겠다.”

억지로 대답을 듣고 다시 2차 3차................ 어깨동무하고 온 동네를 순찰했다.

사실 친구와 돈거래를 수도 없이 하다가 50만원이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고도 10여 년 만에 만나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동안에도.

나 같으면 벌써 했을 텐데.

말을 해 놓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 돈을 만들 길이 없어 며칠을 또 술을 마셨다

그리고 사고를 쳤다

사채를 빌려 더 보태서 건네주는 날 어머님이 마침 다녀가시는 길에 마주쳤다

녀석은 큰 절을 하며 잘못했다고 울었고 어머니도 손을 잡아주며 힘내라시며 울었다

결국 술값이 더 들어 갔다

그러나 친구가 3년 만에 웃어도 보고 울어도 봤다며 달이를 지켜 준 엄마에게 고맙다고

엄마가 아니었으면 할머니가 아니었으면 달이는 지보다 먼저 쓰러졌을 거라 했다

그리고 친구를 보내고 나 혼자 방범대원을 하고 새벽에 들어 온 것으로 마무리 됐다

이제 한 짐 내려놓고 다시 태산을 바라보지만 마음은 평온하게 한 잔한다

지나간 보름은 나는 나대로 업이고 친구 너 또한 너대로의 업이다

그래도 친구야.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