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를 보고 살지만 달 아래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해를 품은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그들의 지성은 어둠을 밝히고 열정은 추위를 녹일까.

달을 바라보는 사람은.

30여 년의 투병 끝에 2주 전 돌아가신 아버지와 돌아서니

1년여의 투병 끝에 아버지 가시고 열흘 만에 돌아가신 장인어른의 삼오가 어저께다

사이에 할머니 제사와 설 그리고 아버지 생신이 있었다.

우리의 정서로 챙기자면 내년부터는 3주 사이에 몇 번의 상을 올려야 하나.

아버지 기제사. 할머니 기제사. 설 그리고 아버지 생신과 장인어른 기제사.

달을 보면 서글플 때도 있고 정겹고 반가울 때도 있고 그냥 편안할 때도 있고

때로는 괜스레 들뜨게 만들 때도 있다

보기 나름이겠지만 보편적으로 달은 절망에서 헤어나게 하는 작은 희망이라 본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마지막일지 모르는 순간에 다다랐을 때

그리움과 신세를 떠올려 해를 좇아 던 마음을 내려놓고 달이 되고 싶은 충동.

그것이 애초의 버티는 힘이었고 재기 할 수도 있고 완전연소 하는 사석이 될 수 도 있다

그게 서민의 달이라 본다.

해가 현실이고 능력이라는 사람들에게 달의 겸손과 희생과 풍류를 감히 말하고 싶다.

우리는 가끔 자신을 과신한다.

소신이라 할 수 있지만 많은 희생에도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근시안이다

스스로의 명분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자신이 희생한 것에 자신을 지켜준 환경을 고마워만 해서는 안 된다.
신세는 자신이 만든 것이 있지만 자신처럼 만들었던 인연이 같이 하는 것이다

악연도 인연이라 했던가.

대의는 자신을 희생하는 작은 생각에서 시작 되는 것이 아닌가.

우매한 이를 일깨우려는 우매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되겠다.

나는 살아 있는 동안 오늘이 오면

신세에 대한 나의 행동에 3주 동안 반성하는 날이 될 것이다

원수 같은 천륜과도 은혜와 신세에 대한 죄스러움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모두에게 죄송하다

아직 나는 초생 달이다. 아님 그믐인가.

그러나 나는 달이다 선한 달.

짊을 내려놓았다 해도 다시 서민으로 살 것이지만 아니라도 다를 바 없다.

남은 삶 달처럼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