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란 수증기 같은 아주 작은 동기에서 시작되어

빗방울 같은 인연들이 최초로 어우러지고

이들이 땅으로 내려와 순리와 우연과 필연의 골을 따라 흐르면서

거스를 수 없는 또 다른 인연을 끊임없이 만들어 간다.

물방울이 모아져 시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바다에 이를 때 까지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또 자신도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만들어진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최초의 인연은 또 다른 만남들과 적응하면서 잊혀져가고

바다라는 현실 속에서

가끔은 자신마저 찾을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래서 삶 그자체가 풍요속의 빈곤이라

끝없이 추구하면서 상실감을 느끼고 살며

우리는 외롭다 하는가 보다

혼자라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나를 보면서

진정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모두에게서 나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우리는 순간의 만남에 외로움을 잠시 잊어 가면서 더 깊숙이 빠져든다.

그래.

외로워하기로 하자

그렇게 나를 느끼자

그렇지 않으면 진정 외로워 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