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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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죽영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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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없음이라는 아름다운 주제에 착안하면서 안팎으로 검색이 지속되는데 마땅히 맞아떨어지는 것은 많지 않다.. 노자에서 나와 인연깊었던 63장에도 일없음을 일삼으라는 표현이 있기도 하고 채근담에도 일없음을 포함하는 구절들이 몇 있는 것을 확인하였지만 심정에 꼭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그 후에 부각된 것이, 경허스님의 오도송에 나오는 일없음과, 그리고 야보도천의 게송이 또한 보편적 일없음을 표현하는 것인가 싶어서 다소간의 매력을 갖고 있다.. 야보도천은 금강경의 구절들에 대해서 적절한 interval을 가지고 게송을 해두고 있는데 그 중에서 유명한 것 중, 죽영소계,로 알려진 것이 좀 유명하다. 그런데 이번에 면면을 보니, 이미 나와 인연있던 낱말도 그 중에 포함된 것을 보고 미소짓게도 되었다.. 죽영소계라는 말은 대나무의 그림자로 계단을 청소한다는 말이다.. 대나무의 그림자가 계단을 비질하면, 그렇게 쓸어도 아무런 형태적 변화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어지는 구절은 진부동이다.. 먼지하나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마치 본래무일물인데, 하처에 진애가 끼겠는가 라고 노래한 혜능행자의 게송의 다른 버젼처럼 들린다.. 그 뒷구절은 역시 같은 취지이겠지만, 월천담저,으로 이어진다. 달이 연못의 바닥에 까지 꿰뚫어이른다는 말이다. 달이 연못에 드리워 비추는 풍경을 말한다.. 월이 담저를 천하면 역시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이어지는 구절은 수무흔,이다.. 종합해서 보면, 죽영소계진부동 월천담저수무흔,이 되는데, 출전의 맥락을 찾아보니 오히려 선명하지 않고, 이 두 구절만 인상깊은데, 아마도 그래서인지, 이 구절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세간에선 온갖 일들이 발생하지만, 그러나, 이 모두가 마음의 범주일 뿐이라는 뜻일 것이다.. 경허스님의 오도송에는 무사,라는 구절이 구체적으로 등장하는데, 게송을 보면 요지는 간단하다.. 알고보니 아무런 일도 없어서 태평을 노래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알게 된 맥락에 대해선 유명한 일화인데, 한여름에 런던올림픽도 보지 않고서 솜옷을 입고서 정진하던 젊은 경허에게 밖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거기에서 콧구멍없는 소,라는 표현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소가 억겁의 고난에 끌려가는 이유가 코를 꿰어서인데, 콧구멍이 없다면 모든 고난의 맥락이 없어지는 셈이다. 즉 모든 일있음은 코뚜레라는 것이다. 거기에 착안하여 일없음에 계합하여 태평가를 노래하는 야인이 되었다고 게송하고 있다.. 야인,이라는 표현도 아마 의도적인 것이 아닐까? 대개 문명은 일종의 해석양식이다. 그렇게 우리는 해석하고 이해하도록 교육되고 또 타인들을 교육한다. 내용 이전에 그리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길든 것이다. 타인을 교육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교육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그들자신이 교육된 상태인 것이다. 그러다가 그러한 코뚜레가 사라지고 보니 아무런 일도 없어지게 되어서 본래의 야생성, 즉 아무런 일도 없음을 만나서, 크게 안녕함을 노래하게 되었다고 게송하고 있는데 크게 안녕함이라고 하는 말도 구체적인 것일 것이다. 대개 안녕함이란 불안의 상대개념이겠지만, 태평이라고 한 것은 평안과 불안의 이면에 상존하는 영원한 평화를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마치 조작적 마음 그 이전을 대승이라고 부르듯이 평안과 불안의 그 너머를 태평이라고 하는 것 같다.. 옛날에 하얀 색 백사자가 말보로 담배를 피우던 시절에 데이트를 하던 여자가 하는 말이 자기 별명을 하나 지었다고 하기에, 무어냐 했더니, 무흔,이라고 지었다는 것이었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그게바로 금강경의 제 17장의 어느 구절에 대한 야보도천의 게송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녀가 불교와 인연있었던 것도 아니니 하물며, 금강경, 그리고 그에 대한 전문적 해설을 접했을 리가 없는데, 스스로 자호한 이름이 그렇게 맞아떨어졌다니, 내 짐작으로는 아마, 그 여성은 지금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 같다.. 언젠가 만약 이런 내막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기가 막힐 지... 죽영소계 진부동 월천담저 수무흔 이 모든 일들이 이렇게 가득하지만 또한 아무런 일도 있지가 않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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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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