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름이 애틋해 보기는 30여 년 전 처음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두 눈만 껌벅이며 눈물을 흘릴 때와 돌아가시고 화장터에서 마지막 길에

“아버지 불 들어가요” 할 때다

올해 초 그 긴 터널을 빠져 나왔을 때 나의 남은 인생은 보답이 있을 거라 했는데

남긴 유언과 동생들의 처세로 몇 달간 방황했었다

사는 게 뭔지.

바라고 한 것이 아니라지만 바라서 바라기보다 가식이라도 위로가 필요했었다.

그것으로 동안의 부실한 생활에 대한 변명을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삶이 경우를 다 만족시킬 수 없음은 말과 행동에 대한 오해에 기인한다고 보는데

말은 경우 바르고 행마도 부드러우면서 끝내기도 능수능란하다

반면 행동은 도덕과 양심에 내몰려 시작하고 갈등의 과정을 거쳐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결과에

혼란스러워 하다 간혹 모두를 잃기도 한다.

우리는 그 변수를 삶이라하고 일희일비하면서 오늘을 잃고 챙기며

영원과 단절을 기원하며 내일을 기다린다.

천상천하유아독존.

그것은 유일한 나를 집착하거나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연소 하는 것일지 모른다.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한 시간들

야속한 사람들을 갈기갈기 찢어 본 시간들

그리고 더 실망한 자신을 술병으로 찍고 찍어 바람에 흩날리며 흐느꼈던 시간들이 지나고

구름이 되어 선한 달을 지나며 내려다 본 개미 같은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오니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남은 것들이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이마저도 얼마나 잃을지 빼앗길지 몰라도 나는 최소한의 의미를 붙들 수 있을 것이며

단 하나를 붙들고 있다 놓을 때까지 나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그 사람들에게 한 줄기 바람 같은 기억으로 남을.

또 하루가 간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 채 못했지만 알려 실망 시킨 것과 다짐으로 서로 실망한 것과

작은 발심을 의외로 생각하는 마음들에 다시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

나는 나.

하지만 당신에게 나를 나아닌 나로 움직인 구름으로 원망하지 않는 달이 되고

당신들의 잘못을 달이라 생각하고 내가 구름으로 지나 갈 것이다

얼만지 모를 남은 생이 고통의 시간들로 훤하지만 해볼 만한 시간 같기도 하다

나는 나, 너는 너

당신과 난 구름과 달.
그리고 모두 천상천하유아독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