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볕에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곳곳에서 분주한 농부들의 밭갈이가

세파에 길들려진 내 눈에는 세속을 등진 수도자들의 나라 불국토로 보인다.

가는 길에 오로선비 못안님과 통화하여 귀농하여 소를 키우고 있으니

구제역으로 고생하고 무사히 넘긴 노고와 대견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소님(?)들도 소개하려 했으나 급히 볼일로 나오고 있다고 하여 무산되고

우리는 길가를 마주 스치며 손 흔들어 아쉬움을 달랬다

내차로 다니며 혼자 다니는 게 이렇게 편안하고 여유로울 때 있었던가.

돌아가면 또 다시 경제 논리에 얽매일 지라도 지금 혼자의 여유는 행복이다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자연 산사길이 뜸해졌다

손님이 많아야 열심히 일한 선달이가 자유로이 떠날 수 있을 텐데.

요즘은 빈차로 다니는 게 더 많을 지경이니.

그래도 일탈이든 이탈이든 오늘만은 모두 잊고 빈차의 여유를 느끼리라.

작은 호수 비탈길 돌아가니 호수 길 끝닿은 곳에 새초롬한 자태의

아직 어스름한 나뭇가지 사이로 대비사의 옆모습이 보였다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선방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부처님 오신 날을 위해

연등 울력에 한창이다. 아름다운 그 모습을 그들은 허락하지 않았다.

이 절집의 이름이 대비사라 한 것은 불교의 대자대비라는 뜻으로 지어진 것이라 하나 일설에는 신라 왕실의 대비라는 왕비가 수양 차 이 절에 와서 지낸 것이 인연이 되어 대비갑사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이절은 부도밭에 있는 고승대덕들의 부도와 대웅전의 불단 내부에서 발견된 묵서의 기록 등으로 17세기 중건된 사실이 전통을 말해 준다 하겠다. 그보다 절집에 머물며 이리저리 발길을 옮기다 보면 절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주변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편안함이 일타 스님의 보살행이란 법문이 생각나는 그런 절집이다. (참고문헌 발췌)

 

새는 울어도 눈물이 나지 아니하고

꽃은 웃어도 시끄럽지 아니하며

대나무 그림자 뜰을 쓸어도

먼지가 일어나지 않으며

밝은 달빛이 물 밑을 뚫어도

물에는 아픈 상처가 없다네.

(일타 스님의 보살행 중에서)

 

 




 

                    법당에서 (빈 삶)

마음을 비우라 하더라만 나는 비우지 못하겠더라.

내 허물에 변명하고 행여 누가 알까 두려워하며

무능함을 하늘을 우러러 수시로 원망하고 화를 내고

부끄러운 몸짓은 고개 돌려 손사랫짓으로 외면하다

비우지 못한 마음 잔불은 짚단으로 가리고 살았더라.

서로의 업으로 피운 매캐한 속세인연 끊지 못하고

오늘도 업장소멸 염원하며 법당에 엎드리건만

세파에 야윈 속절없는 중생이 몸은 인연에 남겨두고

마음만 출가할 뿐이라

허허로운 걸음 산사 언저리 휘적휘적 돌아보다가

잠시 눈감고 선방 툇마루에 걸터앉았더니

세속의 헛된 물레질이 하수선 하게 떠오르네.

그렇게 중생은 헛물레질 옷을 입은 벌거숭이로 살았더라.

문득 풍경소리에 소스라치게 경기하여

다시 법당에 좌선하고 여린 마음 베인 탓한 어리석음과

옷매무새 다시 추스르고

목탁소리에 막힌 귀 뚫고 염불소리엔 쉰 가슴 쓸어내고

산바람에 어둔 눈 씻어 내어

티끌 같은 공양으로 하해 같은 가피 버무리다

애써 비우지 못한 어지러운 마음 정리정돈이나 하리라

염원 담아 엎드리고 두 손 모아 합장하고 돌아서나

하산 길 재촉하는 맘속 빈 그림자가 못내 야속키만 하더라.

2011. 3.13  대비사에서 法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