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눈부신 햇살이 머리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정신이 조금 들자 문득 아 결혼식 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멍한 표정으로 머리 속을 정리했다.

며칠 전 성준이 전화를 해서는 결혼식 때 분명히 온다는 확답을 받으면서 소개 시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었다.

그때는 분명 이름이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떠올리려고 하니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무튼 이름이야 다시 물어보면 되겠지’

기영이 혼잣말을 하며 침대를 빠져 나왔다.

성준의 말로는 꽤 유명한 프로기사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만나기 전에 인터넷 검색이라도 한 번 해봐야겠구나 하고 생각 했었는데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데다가 왠지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사실 어차피 앞으로 바둑 배우면서 알게 될 텐데 미리 조사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는 30분만 더 잘까 하고 멍하니 앉아서 고민하다가 결국 그냥 일어나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분명 이쯤 어디에 있을 텐데’

결혼식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벌써 20분째 근처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청첩장에 약도가 그려져 있었지만 예식장 이름만 알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집에다가 두고 온 것이 화근이었다.

그 흔한 네비게이션 하나 차 안에 장만해 두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결국 차를 인도 가까이 붙여 지나가는 학생 한 명을 불러 길을 물었다.

“저기요, 잠시 길 좀 물을게요.”

“네.”

“여기 궁전 웨딩홀이 어디죠?”

“궁전 웨딩홀이요? 여기 안 살아서 잘 모르겠어요.”

난감했다.

이젠 어쩌나 하고 있는데 마침 저 멀리 아주머니가 한 분 걸어오시는 게 보였다.

“아주머니, 잠시 길 좀 여쭤볼게요.”

“예, 어디 가시는데요?”

“궁전 웨딩홀이라고 아세요?”

“총각도 거기 가요? 오늘 따라 거기 물어보는 사람이 많네. 저 앞에서 유턴해서 사거리 나오면 우회전해서 가다 보면 오른쪽에 있을 거에요. 큰 건물들 사이에 가려서 잘 안보이니까 유심히 보면서 가요. 잘못하면 지나치기 쉬워요.”

“네. 감사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예식장을 찾긴 했으나 이미 주차장이 만원이어서 또 주차할 곳을 찾아 돌아다녀야 했다.

최대한 서두른다고 했으나 예식장에 도착 했을 땐 이미 결혼식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어찌나 하객들이 많던지 빈자리는커녕 서서 보기도 쉽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사진기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대여섯 명 와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마치 유명인사의 결혼식을 방불케 했다.

‘학원 강사가 장가간다고 저렇게 취재하지는 않을 테고, 역시 다연씨가 바둑 프로기사여서 그런 건가.’

사실 그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다연씨를 만나기 전엔 바둑 프로기사를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었고 얘기도 별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토록 영향력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처음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갈까 하다가 어차피 결혼식이 다 비슷할 거란 생각에 그냥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