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 15, 군대간 애인 군인 간 아들

같은 편 심사장은 이미 십 여 집을 졌다.
장고 가 브랜드여서 잘아는 심사장은 승부가 끝나기를 기다리기 지루해 다시 다른 이와 한판을 더 시작한다.

유리했던 바둑을 오퍼상 박사장에게 12호 진다.
대충 마무리만 해도 이길 바둑을 왜졌을까?
아껴둔다던 맛은 손도 돌려보지 못한 채 오히려 상대의 수순이 된다.

내계산만 했지 상대의 수는 읽지 못했다.

훈련소부터 받던 수많은 편지들.
알록달록한 규격 외의 여러 편지들.

첫 미팅에서 만난 여학생의 위문편지와 친구가 소개해준 이 등

어디서 오건 편지만 오면 반갑고 기분이 좋았지.

오래 전 이어 이젠 기억도 아사무사 하지만
훈련소 에서 이봉근 4단과 대국을 하던 기억.

훈련소 막사 취침시간에 누운 창 밖으로 보이던 보름달.
저 달을 몇 번을 더 봐야 제대하나 하며 헤아려 보던 일.
일주일 만이라도 그녀와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파우스트 와도 계약을 할 수 있겠다 싶던 마음.

74년 동대문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전송 나온 부모님은 빨리 들어가시라고 인사 드린 다음 연무대행 버스엔 같이 타고 갔던 그녀.
제목은 잊었지만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얼굴~" 노래가사를 버스 속 에서 들었던 기억이 왠지 안 잊힌다.

꿈의구장 심사장은 편 바둑에 지고 나서 약속이 있다며 더 두기를 사양하며 일어나 관전만 한다. 오퍼상 박사장도 그럼 자기도 가야겠다며 일어선채 가지는 않고 관전 중이다.

다른 네 명은 연기에 한창이고 주위엔 관전자만 대여섯이다.

이젠 꿈의구장 조차 썰렁하니 돈 만원 따고 잃고 가 바둑보다 벗보다 더 문제가 된 것인가?

내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

컴퓨터 바둑이 세계의 다른 국가 사람들과도 대국을 할 수 있고 처음이라 상호 기풍을 모르니 더 조심스럽게 스릴 있게 두어 나갈 수 잇지만

사람 사는 이유, 체취, 정, 벗 을 그리워해서 온 것인데..

역시 오늘은 낮부터 병원에서 혼자 생각했던 것처럼
혼자 만취를 해보고 싶군.


젊었던 그 시절에는 내 뜻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질 줄 알았었는데..

화초바둑이었지 세상의 아픔과 경륜이 녹아 내려있는 손끝이 아니었었지. 화려하고 멋진 완봉승을 나의 선택여하에 따라 고르는 것으로만 생각 했었는데..

한 사람의 애인 이기보다는
무수한 다음 수 중에 항상 최선 최상을 택하면 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말은 하나뿐인데 여러 여인들이 서로 내 말이라고 오해하게 만드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었음을 이제 30년이 지나 아들이 군대 갈 때가 되니 느끼는 것인가?

아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평생처음 취침나팔 소리를 듣곤 아직 잠을 못 이루고 있을까?
오늘 입대한 아들!

내가 입대하던 74/8/9 가 엊그제 같듯이
아들의 입대일 05/11/23을 이다음에 기억하며 그날 무엇을 했었던가 회고하겠지.

매니아 광장에 마냥 타이핑 만 하던 일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