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3, 불우한 고수

s뿌로 는 이제 막 일어난 듯 부스스 한 모습으로
주로 마작을 하거나 밤에는 집 없는 천사(꿈의구장 카운터를 보시는 실장님의 명언^^)들의 합숙 잠자리인 한쪽 방 에서 나온다.

토요일 오후여서 이른 점심시간 인데도 자리들은 반 이상 차 있다.

새끼 뿌로인 정8급이 이른 시간부터 물 좋은 손님과 대국이 시작된 것을 어깨너머로 무심한 듯 쳐다보며 기탁 위의 담뱃갑 에서 한가치를 빼어 핀다.

24시간 운영되는 농수산물시장의 가게주인들은 가게를 열어놓곤 종업원들이 잘 하는지 둘러본 후 일찍 구장엘 온다. 퇴근 전에 다시 한번 둘러보면 수금 입금만 확인해보면 그전까지는 소일거리는 바둑이다.

김사장은 s뿌로 를 보자 반기며 한판 두자고 청한다.
판에 만 원짜리 치석은 10점이다. 그것도 화점에 놓는 것이 아니고 마음대로 소목 굳힘 네 귀에 천원과 변 무려 10점을 깔고 시작한다. 새끼뿌로인 정8급(별명)과 호선인 실력이니 5~6급은 충분한 실력일 텐데도 10 점을 깔고도 진다.

이제 일어났으니 목욕탕 값, 점심값, 담뱃값 등 몇 만원은 챙겨야 하니 10 점 하수지만 s는 대국을 시작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사장은 초속기여서 시간을 잠깐만 들이면 비용을 벌 수 있는 것 이다.

한국기원 랭킹 20위 안에 들며 월간 바둑지 에도 가끔 소개되는 아마추어 바둑계의 맹장의 모습이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아마계의 유명한 고수들과 프로들도 가끔씩 들리던 꿈의구장!
바둑월간지, 신문지상, 바둑티비 등에서나 볼 수 있던 쟁쟁한 고수들의 모습에 기대와 호기심을 가지고 그들끼리의 대국을 관전하며 희열을 맛보고 오래 전 일이지만 프로와도 10만원 단판은 금새 이기는 기성마귀 에게 존경심을 품고 있던 시절,

당시 아마랭킹 32 위 였던 L은 그 후 아마국수와 세계대회우승을 거쳐 프로 가 되었다지..
L보다 항상 한 두 점씩 하수들은 치수를 더 잡아주는 기성마귀!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 기성마귀와 두 점에 큰판을 두는 모습을 보곤 저렇게 잘 두는 아마도 있구나 하고 놀라던 기억! 그는 오랜 후에야 알게 되었는데 s뿌로 였고 둘의 치수는 나중엔 선5목 으로 조정 되었다지.

기성마귀는 큰 게임에만 정신을 팔고 구장운영과 잔돈푼엔 관심이 없어 결국 구장은 남의 손에 넘기고 나중엔 관액수 까지 당하여..

아마바둑인도 몸과 마음을 주변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망신을 당하는구나 하는 교훈을 내게 가르쳐주었었지.

고수던 하수던 기력에 상관없이 내기에 패가망신 하는 사례는 무수히 보았었지. 하수들은 당연하다 치고 고수들은 벌어야 될 것 같은데 마찬가지인 것을 보면 치수 차이는 치석으로 해결되는 반상의 공평함 때문인가?^^

자기관리와 limit를 분명하게 긋는 절제가 없어서일까?

당시 나의 목표는 "한 달에 000 까지만 잃자~" 이었지.
하루 3만원만 수업료를 내도 한 달이면 쉽게 100인데 절정고수들은 최소한 5만짜리 이상이어야 한판을 배울 수 있는데 이길지 질지 승패는 장담할 수가 없으니 비장한 각오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며 limit를 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지.

꿈의구장 식구들은 오늘도 편 바둑을 시작한다.
교감이라는 이선생, 오퍼상 박사장, 중국에 왔다 갔다 하시는 이씨, 베트남에 사업을 하는 s씨, 양말공장 박사장, 시장 강사장, 택시기사 정씨, 바둑교실을 했었다는 강원장, 건설 김사장..

s뿌로가 뒤에서 보고 있을지 모르니 오늘은 더 잘 둬야겠군!

예전 기성마귀 에게 수업료를 내며 배우던 시절 이후
바둑이 화초바둑에서 비로소 끈끈한 승부의 이치를 터득한 것인지 그 후로는 한 치수이상 늘고 자신감을 얻은듯하다. 특히 하수 잡는 것은 예술당구를 돌리듯이,

기성에게 맞아가며 배운 것을 써먹으며 속으로 웃음을 짓는다.
타젬4당 이라는 농수산물 트럭기사 문사장을 세 점 치수에 버거운 것을 간신히 잡는다.

집 없는 천사 들은 진지하게 대국을 한다. 동영상에 나오는 세계대회 예선전 같은 모습들이다^^
오늘도 짜장면 값, 담뱃값, 기료, 운 좋으면 마장 티켓 값까지 벌기 위해서..

매일 몇 만원씩 버는 용돈이 미안한 마음이다.
집 없 천사들의 얇은 주머니를 갈취하는 것은 아닌지..
기성마귀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다.
실력과 자신감 고수의 풍모 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었으니..

토요일 이어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꿈의 구장 벗들과 쭈꾸미 집으로 가 소주를 나눈다.
장고 이사장, 강원장, 택시 박기사 이구동성 입을 모은다.

"김선생 바둑은 너무 어려워요~"

불우한 고수들의 모습보다
하수지만 내가 더 편안한 것 아닌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