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친구가 어떻게 이런 곳에 오게 되었소?」

「나도 모르는 일이오. 내가 부임받아 왔을 때 그는 이곳에 있었소.」

「…….」

「궁금한 게 하나 있소.」

소장이 어색한 표정으로 엔도를 쳐다본다.

「나와 그 친구간의 정확한 치수는 몇 점이오?」

「글쎄…… 소장이 좀 늘긴 했소만…… 내가 그 사람에게 넉 점으로 자신을 못하니…… 소장이 여섯 점을 놓아야 할 거요. 물론 정식 승부라면 일곱 점은 해야겠지. 그래도 장담할 수 없소.」

엔도의 그 말에 소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나! 아니 그런 바둑이 있소? 난 누구에게도 다섯 점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어지간한 최정상급 기사라도 소장 정도면 여섯 점이 그 한계일 거요. 그러나 그는 다르오. 내가 왜 이렇게 미친놈처럼 펄펄 뛰는지 아시오. 그의 바둑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바둑이 아니란 말이오.」

소장은 딱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그날 엔도는 돌아갔다가 다음날 날이 밝기가 무섭게 다시 소장을 찾아왔다.

엔도는 소장을 보자 다짜고짜 소장의 손을 잡고 구석진 자리로 끌고 갔다.

「소장, 나하고 다른 사업 하나 합시다.」

「사업?」

「그렇소.」

「무슨 말씀인지…….」

「소장도 내가 탄광이나 군수품 납품 외에 하는 일을 잘 알고 있잖소?」

소장은 엔도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사실 소장과 엔도는 나이 차이도 있었고 일반적인 통념상 그렇게 절친한 사이라 할 수도 없었다. 그들의 만남부터가 그러했다. 소장이 동경에서 부대의 군수품 출납을 담당할 때, 그때 만난 의례적 교분에 불과했다. 그 후 한두 차례 만남이 있은 후 우연히 바둑에 취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두 사람의 유대 관계를 돈독하게 해서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을 터놓는 사이로 발전한 것이다.

어느 술자리에선가 엔도는 소장에게 자신의 다른 부업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취미 삼아 배우기 시작한 바둑에 너무 심취하다 보니 그만 내기바둑에 재미를 붙였고 자신의 실력으로 직접 둘 수는 없어 오랫동안 전주로 활동했다고 고백했다. 전주를 하면서 큰 재미를 못 봐 딴 돈보다 잃은 돈이 훨씬 많다고 그때 엔도는 술에 취해 투덜거렸다.

그저께 구마모토 시의 술자리에서도 그 비슷한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이 큐슈로 온 이유는 내기바둑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라고, 자신의 주변에 쓸 만한 선수가 없어서 이곳 큐슈까지 와서 내기를 주선하고 있노라고. 운이 없는지 안목이 부족한 것인지 잘 나가는 선수는 전부 다른 전주가 잡고 있어서 손을 쓸 방법이 없노라고 불평을 터뜨렸다.

「솔직히 터놓고 얘기하겠소. 어제 그 친구…….」

「추평사 말이오?」

「나에게 주시오. 어떻게 해서 이곳 징용지까지 흘러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돈은 내가 대리다. 이익금은 반반. 어떻소?」

소장이 난감해했다.

「곤란한데요…… 징용자를 바깥으로 내보내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또 그 인간들 틈만 나면 도망 갈 궁리부터 하니. 그렇다고 여기서 내기바둑을 시킬 수도 없잖소.」

소장의 말에 엔도가 몸이 더욱 달아오른다.

「사람 하나 딸려 보내면 될 거 아니오. 그리고…… 우리끼리 하는 말로 여기서 죽어 나가는 사람이 어디 하나 둘이오? 서류상으로 슬쩍 빼돌려도 문제될 게 없잖소.」

「…….」

「우린 지금 노다지를 손에 넣은 거란 말이오! 노다지를!」

「…….」

「이것 보시오, 소장!」

엔도가 감정을 자제하고 소장을 설득했다.

「소장도 한번 생각해 보시오. 추평사 그 사람이 보통 사람이오. 지난 시절 크고 작은 승부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사람이오……. 상상이나 갑니까? 그런 희대의 승부사를 이 좁은 골방 속에 가두어 놓고 혼자 즐기려 하시오?」

엔도의 말에 정곡을 찔린 소장이 움찔했다.

「승부라는 게 매일 있는 것이 아니오. 소장이 막상 전주가 돼 보시오. 그 짜릿한 긴장감은 뭐라 표현할 수조차 없소. 한 수 한 수마다 희비가 난무하고…… 아편에다 대겠소, 계집에다 대겠소. 솔직히 이런 기회는 평생 두 번 다시 잡을 수 없는 기회요. 거기다가 돈까지 생기는 일인데……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을 지리다. 어떻소?」

「……좀 생각해 보지요. 하지만 이 좁은 큐슈에 그를 상대할 사람이 잘 있겠소?」

그쯤 되면 일은 거진 성사된 거나 다름없었다. 엔도가 희희낙락해서 대답했다.

「이보시오 소장, 내가 그 계통에만 20년이오. 돈이 걸리면 자연히 상대는 생기는 법. 내가 다 알아서 하리다.」

「문제가 없어야 할 텐데…….」

마침내 소장이 승낙을 하자 엔도는 덥석 소장의 손을 잡았다.

「잘 생각했소. 우리 시내로 나갑시다. 어디 가서 축배라도 들어야지요.」

엔도는 소장보다 먼저 문을 열고 나가며 중얼거렸다.

「우선 당장 모레 대국 장소를 구마모토로 바꾸는 게 급선무야.」

흥분으로 인해 엔도의 말끝이 약간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