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접하는 이 세돌은 접해볼수록 마음에 든다..

간접적으로 접하는 이 세돌에게는 의심의 소지가 다분하였다..

어려서부터 경거망동한다는 소문도 있었고, 또

근자에는 불화가 제도적으로 빚어져서 바둑계의 역사가 바뀔 뻔도 하였다..

내가 보는 모든 사태에 내가 연관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세돌과 관련된 사건에 그 자신의 책임이 없기만 했겠는가?

과연 그가 원래 지금처럼 깨인 시민이었는지, 아니면, 세월이 흐르면서 개선되고 성장하는 것인지 우린 알 수 없다. 하지만

역사란 원래가 미래롤 통하여 과거가 재해석되는 것이다..

저번 휴직 건에서도 동영상을 통하여 직접, 혹은 인터뷰를 그대로 적은 기사들의 경우에는

이 세돌에 대한 호의를 갖게 하는 요인들이 많이 드러나 있었다..

하나의 착수가 가질 수 있는 함축과 거기에 대한 의심능력에 있어서 이 세돌의 의문과 말없는 성찰의 느낌이

휴직 건에도 비쳐드는 것이었는데, 다만 기대스러운 것은 반년 간의 기간이 그에게 건강한 휴식이 되어서

돌아온 전사의 기개가 약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선거에 대한 그의 견해를 보니

마지막 남았던 의심, 그저 바둑만 알고 자기만 아는, 재주있는 바보일 가능성과 관련된 의심

그것이 싹 씻기는 느낌이다..

일수불퇴라는 것, 그리고 개인의 투표가 우리 공동체의 운명과 직결된다는 발언은

우리가 바둑교육을 통해서 기대하는 바로 그것, 만사의 상호연관이라는 저 고매한 진리의 단적인 표현이다..

투표장의 한 표가 가능해지기 위해서 오랜 인간의 역사가 있어왔다는 인식은 또한 얼마나 매력적인 시민의 덕목인가?

몸도 더 건강해지고, 바둑도 더 강해지고

시민으로서의 안목도 수준을 보여주는 시민 이 세돌에게 기립박수를 보낸다...

한 수는 모든 수이고, 한 판은 프로기사의 인생 그 자체이다..

그리고 우리 한 개인의 행위는 우리 공동체의 운명이고

인간의 태도는 바로 우주의 운행의 향배를 결정짓는다는 말은

누구나가 그 이름을 아는 [중용]에서도 진작에 잘 피력하고 있다..

희로애락이 생겨나기 전은 중이라고 하고

생겨나고서도 언제나 중과 함께 하는 것을 和라고 하는데

중화를 잘 습득할 수 있게 되면

천지가 거기에서 자리잡히고, 만물이 거기에서 생겨난다고 중용에선 그 서론에서 외치고 있다..

침착한 관찰을 통하여 한 표를 던지고 한 수를 착수할 때에

그 한 표와 한 수는 바로 우리 공동체와 천지의 운명을 결정짓고 있다..

중용에서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가족이 모두 좌탈을 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방온 거사의 게송에는 또한 다음과 같이 유명한 구절이 있다..

신통과 묘용은 바로 물을 길어나르고 장작을 운반하는 것이다..

임제스님도 말하였다..- 길을 걷는 것이 바로 신통이라고...

한 수와 한 표는 바로 모든 표와 모든 수이다..

바둑은 선거이고, 선거는 바로 신통묘용인 것이다..

이 세돌은 날로 멋진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