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장애라는 개념이 있다. 이사이장이라고..

理장의 개념이 있고, 事장의 개념이 있다..

사장은 번뇌장이라고도 하고, 이장은 소지장이라고도 하는데

오늘 생각해보니 이 둘은 요즘의 용어로 하면 감정과 사고가 아닌가 싶다..

대개의 경우 이 둘은 상당히 밀접하게 연결된다..

대개 우리는 정서적으로 침착한 상태에서 사유를 하는 습관이 적다. 대신에

감정적으로 어긋날 적에 강제로 고민을 하곤 한다..

번뇌는 고민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안정화되었을 때에는 생각을 하더라도 개인적 고민이라기보다는

어떤 영감 같은 것으로 사고의 단서가 포지티브한 경우가 많다..

왕양명같은 사람에겐 치양지라는 개념이 있는데, 마음에 걸림이 없음을 대략 말하는 것 같다..

감정적으로 걸림이 있으면 무언가 개인적 집착이 연루된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정서적 안정은 바른 사유의 기회를 가지게 하고, 이런 바른 집중 혹은 정념은 은밀한 소식을 불러오는 것이 아닐까?

감정적으로 부대끼기 전에 미묘한 안정 속에서 찾아오는 미묘한 느낌에 주의한다면

사태가 고민화되기 전에 사유하는 소위 정사유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그것은

고민이 아니라 정사유를 통하여 바른 안목을 얻어서 다시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선순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

번뇌장과 소지장이라는 말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항상 이 두가지 장애 속에 빠져서 산다는 것인데

번뇌와 바른 안목부족이 장애가 된다는 말일 것이다.

번뇌는 개인적 습관으로 인한 감정적 집착일 수 있고

소지장은 미묘한 자극에 잘 반응하여 미리미리 사유하는 습관을 갖기 않아서

바른 안목이 부족한 것을 지칭하는 것 같다.. 즉

가슴과 눈과 몸을 잘 맞추어서, 사태가 거칠어지기 전에 살피고 실천하고 처리한다면

그것이 바로 노자가 말하는 위대어기세, 즉 큰 일은 그 작은 곳에서 실천하라는 말의 수행론적 의미가 될 것이다..

노자는 64장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64. 其安易持, 其未兆易謀, 其脆易破, 其微易散,

爲之於未有 治之於未亂,

안정되었을 적에 보존하기가 쉽고

조짐이 아직 없을 때에 도모하기 쉽다..

취약할 때라야 깨뜨리기 쉽고

미묘할 적에라야 흩어놓기 쉽다..

아직 형체를 갖추기 전에 행하라.. 그리고 어지러워지기 전에 다스리라..

대개 이러한 미묘함이란, 생사의 드라마를 즐기는 입장에선 굳이 파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형이 만상의 뿌리가 되어 있는데, 우리가 그 시작을 알 수 없는 때로부터

형태와 조작에만 익숙해서 미묘한 조짐이 바로 모든 문제의 뿌리가 되어왔다는 것이 문제되는 사람에게라면

매우 귀중한 방향지침일 수도 있을 것이다..

노자처럼 미묘한 설명을 조리있게 해놓은 경우는 참 드물다..

81개 장들 중에서 단 한 곳이라도 의미있게 느끼면, 그곳에서 손을 대어서 사귀어도 좋으련만

대개는 그러지 않더라..

평면적으로 나열된 의미가 하나의 구조로 재배열되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바로

바둑이 우리들에게 가르쳐준 그 단련의 즐거움이 아니었던가??

다만 대개의 일들이란 그 일이 우리들에게 대상화되지만

고전들의 경우에는 그 구조적 논리에 우리들이 참여하여야 하는데

그래서 아마도 참선이라는 용어도 參이라는 번역어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