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산책을 하고 와서 보니, 화면에서 돌고래떼가 놀고 있다..

일본의 어느 바다인가 해서 보았더니

전번에 소감을 적었던 해양대탐험이다.. 오늘이 마지막..

74일 간을 바다 위에서 노를 저어서 독도까지...

남한반도를 휘감았다... 1600을 나누면 하루에 20여 킬로미터인 셈이다..

화면으로 보니 바다가 상당히 위험한 곳이라는 것이 보인다..

파도의 높이가 평균 5미터.. 막상 뒤집히고 사람이 물 속에 잠기면, 그 후에도 파도가 지속하면

아무런 대책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이 언제나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사람의 마음이나 몸의 트러블도 어떻게 작동할 지 모른다..

출렁이는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젊거나 혹은 이미 젊지만도 않은 여섯 사람들이

그 물살을 헤치고 모두 무사히 독도에 도착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감동스러웠다..

다들 하는 말처럼, 아마 누구에게나 평생에 있어 최고의 영화요 드라마일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특히, 곱상하게 생긴 홍일점 대원이 아무런 외상이 없이 행복한 모습으로 독도바다에 헹가래를 받는 모습을 보니, 요즘 투정많은 한국남자들에게 귀감이 될 듯도 하였다..

압도적 경험을 하고난 사람들은, 작은 일에 투정을 하기 힘들게 된다..

대학 초년생 시절, 우연히 록 클라이밍을 하고나서 체육수업을 하러 갔을 때의 기억이 난다..

등산하러 가는 줄 알았다가 수직의 바위에 올라서 밤이 늦어서 하루종일 바위에 매달렸다가 온 나에게

배구수업이 힘들다는 어떤 급우의 말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기도 하였었다..

내일부터 닷새간 방송을 통하여 투표를 통해 우승자를 가려서 독수리섬을 부상으로 줄 모양이다..

아마도 참여자 모두가 이미 상을 받았으므로, 그다지 많이 탐내지는 않을 듯도 하다..

2년 간의 선발과정을 거쳐서 참여하고, 74일 간의 위험을 거쳐서 모두 생환한 사람들이 멋지다..

부조리한 경제구조가 자꾸 고착화되는 듯한 우리 공동체..

당분간은 해앙대탐험을 하는 자세로 살아야 하는 지도 모른다..

가끔 느껴보면, 어떤 일에 관해선 한 생의 규모가 이미 달성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에게 해준 말이 한 평생 해줄 분량을 넘어섰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을 삼가게 되는 경우가 있곤 하였다..

아마도 저 탐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한 번의 생에 겪을 분량은 이미 넘어섰는 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이제 남은 인생은

입증된 실력을 다각도로 누리는 것일 수도 있다..

중인환시리에 깔끔하게 성공했으니

등반가 오 은선에게 새삼 주어지는 의혹같은 것이야, 이들에겐 전혀 있을 수가 없다..

내일부터 저녁 6:25부터 닷새 간 지속된다는 방송을 보면서

그들의 행복감과 영광에 참여하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나의 투쟁에도 더욱 용기를 얻고 싶다..

서울방송은 장삿속에 관련된 일들로 이따금 욕을 먹기도 하지만

이런 매력적 기획으로 돈을 번다면,

그것은 아마도 시청자와 방송사가 모두 잉여이익?을 얻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