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에는 여러 면이 있는데, 일테면 시장거래라든가 혹은 마음의 거래라는 것도 있겠다..

세상이란 흔히 시장거래의 장터에 불과하다고 본다면, 사회적 삶은 비교적 단순화될 수 있고

마음에 거래가 드러나면 인생의 각종 거래에서의 혼돈을 줄일 수도 있을 듯하다.

시장거래에 있어서의 난점의 하나는, 가격에 따른 거래에 의지하여 진정한 거래에 소홀하기 쉽다는 점일 것이다..

시장거래는 나름의 맥락이 있어서 이루어지지만, 그러나 그것이 거래의 전모라고 보긴 힘들다.

물건을 지나치게 싸게 구매하면, 그것도 빚이 아닐 수 없다.. 상황에 쫓기어서 과도하게 저렴한 판매를 해야 하는 상황에 참여한 것을 지나치게 반기는 마음은 도둑의 마음에 가깝다..

외적인 거래상황이 일반적 잣대가 되어줄 뿐 아니라, 거기에 더하여 자신의 직접적 통찰에 따른

정당하고 합리적인 거래가 기대된다.. 하지만 사회적 거래는 흔히, 탐욕과 이기심을 위주로 이루어지므로, 이런 마음의 거래를 종합할 수 있는 기회가 드러난다면, 그 자체가 그 사람의 복일 수도 있을 듯하다..

거래가 왜곡되거나 외면되기 쉬운 것은 소위 가까운 관계에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시장에서의 거래가 가격이라는 이름에 의한 눈속임이 가능하다면, 가족관계나 친분관계에서의 거래의 난점은

가격이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음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도 기간이 한정되어 있고

외적인 가격거래와 마음의 거래가 명백하게 실제로는 진행되므로, 그런 면을 밝히 살펴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거래를 통하여 마음을 단련하는 기회가 되리라..

부모가 자식을 키운다고 표현하지만, 모든 관계는 관계적이므로, 부모가 자식을 키울 때에 자식도 부모를 키운다. 외적인 가격표가 없으므로 스스로 마음이 밝지 않으면 이런 관계에 있어서는 행위의 준칙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받기를 원하는대로 해주라는 말 자체가 바로 거래의 공준이었음은

외적 거래와 내적거래가 사실 상 동일한 것의 다른 적용이었음을 확인하는 순간 드러난다..

경계선이 있는 개별자아들이 만났을 경우, 타인의 입장을 알기 힘들기에 조금 씩의 거래비용을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하니, 초기의 보시라는 것은 실제론 거래의 소모비용이라고 할 만하다.. 마음의 여분을 사용해버릇해야 비로소 세상에는 왜 보시라는 낱말이 있는 지를 알기 시작할 것이다..

감정거래와 안목의 거래도 역시 거래라는 것이 드러나는 사람은 이미 생활의 지향이 보다 섬세한 곳에 이전해 있다. 대개의 세인들은 생활의 중심이 사회생활과 가족생활이라는 형태적인 틀에 들어 있으므로

마음이라는 영역을 그 일부로밖에 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안보이는 거래가 눈에 보인다는 것은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 그 인생과 생활의 구체적 일부가 되었다는 말이다..

세상은 다만 장터일 수도 있으며, 시장거래에선 가격표때문에 속기 쉽고, 친분관계에선 가격표가 없어서 거래가 없는 것으로 인식할 염려가 있는 것이지만, 그러나 모든 관계를 통하여 관계의 균형이라는 것이 엄존하고 또 그런 흐름 자체가 고매한 인식과 연관됨을 알 필요도 좀 있다.. 관계와 거래와 불거불래는 서로서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자신을 위하여 거래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의 모든 행위가 바로 일체거래원리의 대행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니 법신과 화신이 하나되었다는 말과 무엇이 크게 다르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