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가 자신을 묘사한 내용 중 하나가 자신이 말을 안다는 것이었다..

맹자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읽은 경험은 없지만, 몇 부분은 인상깊게 떠오르곤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말을 안다. 知言이라는 것이었다..

근자에 어떤 대화의 기회에 옛날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말에 관한 것이었다..

대개의 경우 이론을 이론이라고 인식하지만, 나로선 과거의 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론이라는 것이 그 이론을 세상에 제공한 입장에선 이론이 아니었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었다..

그건 불교에선 인천 10계라고 하는 것인데, 하늘나라나 인간에 태어나기 좋은 행동양식을 시스템적으로 정리해놓은 내용이다..

아마도 그것을 접하게 된 계기는, 한국에 유명한 불교논서의 번역 해설을 보다가 그 역주에서 본 것이었던 것 같은데, 그 중에서 말에 관한 내용을 보다가 사태가 단순하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 것인데

인천 10계는 행동양식이기 때문에, 불교에서 그렇게 하는 것처럼

신구의 3종으로 행동을 나눈다. 즉 몸으로 하는 것, 입으로 하는 행동, 그리고 마음으로 하는 행동의 셋으로 전체 10개의 항목을 3: 4: 3으로 나누어 놓은 것이다..

마음의 행동, 혹은 계율은 널리 알려진 탐진치인데, 내가 그때 감명을 받은 것은 구업에 관한 내용이었다..

구업은 거짓말과 욕설, 그리고 한 입에 두 말, 그리고 꾸며대는 말의 네 가지로 되어 있다..

그런데, 한 입에 두 말과 꾸며대는 말이라는 두 항목을 보고 있자니 무언가 의미로움을 명백하게 확인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인간의 마음은 대개 고매하고 훌륭한 수준에서 놀려고 하지 평균적이거나 뻔해보이는 것은 외면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마 당시의 나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

탐진치가 널리 알려진 내용인데, 구업이란 의업보다 수준이 낮은 것으로 통하니 누가 그다지 관심을 갖겠는가? 그런데 막상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으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 입에 두 말, 입에 발린 말,이라는 두 항목을 보고 있으니

이런 것은 상황이 급박하면 누구나가 저지르겠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누구나가 다소의 아부를 하고 산다.. 그리고 상황을 핑계 삼아서 조금씩 딴소리들 하고 산다.. 여기선 이 말하고, 저기전 저 말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대개는 이 말과 저 말이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도 못한다..

그런 저간의 상황에다가 저 구업의 항목을 비추어 보고 있자니

나는 아직 마음을 논할 입장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확인하는 셈이라서 좀 당황하게 되었었다..

흔해 빠진 탐진치이지만, 인천 10계의 구조에서보니까, 구업을 저지르는 것은 모두가 탐진치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그러면 다시 탐진치를 왜 논하는가도 명백한 이유가 있다는 것인데

당시에 내 마음을 들여다 보니까, 왜 구업을 말하는 지는 비로소 알게 된 셈이었지만

왜 탐진치를 말하는 지는 명백하게 인식할 수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게다가

만약 저처럼 시스템적인 내용을 보는 기회가 없다면, 누구라도 한 입에 두 말하고, 입에 발린 말을 하고 살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보니, 정작 마음이라는 영역과 내가 아직 괴리가 있다는 사실에 조금 당혹하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론 이런 조리있는 원리를 만나게 된 것이 고맙기도 하고 그랬었다..

그로부터 10년 정도가 지난 후에, 비로소 탐진치를 거론하는 이유를 좀 알게 된 듯하게 된 시기도 기억난다..

욕심은 무엇이고, 화는 왜 내는 것이고, 전문옹여로서의 어리석음은 왜 욕심이나 성냄과 결합되어 있는 지도 대략 알게 된 듯도 하였는데

근자에 저 옛날 기억을 되살리면서 보니까, 내가 겪었던 저 구업의 추억이 바로 맹자가 말하였던

말을 안다,라는 것과 좀 닮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자세한 사정이야 맹자를 확인해보아야 하겠지만

아마도 맹자가 말했던 것도, 어떤 말이 어떤 동기에서 나오는 말인지를 안다는 식의 취지가 아니었을까 하고 요즘 들어서 멀리서 짐작하게 되는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

몸의 행동에도 배경이 있고, 말에도 배경이 있으며

마음의 작동에도 다시 배경이 있다..

말도 단서인 셈이고, 마음작용도 다시 단서가 되는 셈이다..

그 깃발의 의미를 잘 따라서 아름다운 가을을 수놓으면 아름다울 것이다...

깃발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알려주었넌 중년신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좀 음미해보면

당신들의 마음이 흔들린다는 저 anecdote도 꼭 그말은 아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이따금 한다..

하지만

즐겁게 시작된 10월을

머리아프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늘, 다소 갱제가 어렵더라도

두어시간의 산책이 가능하다면

인간으로 태어난 큰 복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