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좀 바쁜 일을 단락짓고 나서 떠오르는 생각..
부생공자망이다..
정확한 구절이 아니라서 검색을 해보니 명심보감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다망인지 자망인지 정확지 않았는데, 자망이라고 나온다..

부생이라는 것은 물거품과 같은 인생이라는 말이고
空은 공연히라는 말이고
自라는 말은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지가 혼자서,라는 뜻이고
忙이라는 말은 busy라는 말이다.. 모두가 business에 busy하다..

이 말이 참 공감이 많이 간다..
이래저래 바빴는데 속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거래장터가 있고, 상조회담당자들이 있는데
거래는 다만 각자의 필요에 불과하고, 상조회는 원래 부수적인 조직이다..
아무런 근거없는 애벌레의 탑에 오래 속은 것은 좀 아쉽다..
옛날에 애벌레의 탑 이야기를 보았을 적에는 너무 단순화된 것 같아서 공감이 안 갔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타당한 이야기 같다.. 멀리 보이는 탑을 모두 올라가고 있기에 자신도 애써서 올라가보았더니, 그렇게 모인 애벌레들의 탑이었을 뿐이더라, 머 이런 이야기였다..
청허휴정스님의 시 중에 만국도성여의질 운운하는 것이 있는데
세상이라는 것이 개미집과 같구나 라는 등의 말인데, 이것도 언젠가부터 좀 공감이 간다..
맨하탄이다 광안대교다 해서 휘황거리지만,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 것 같다.. 막상 보면 멋진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말이다..
부모들도 어쩔 수 없었다.. 전쟁통에 살아남기 바쁘지 무얼 알겠는가? 선생들도 별 수 없다.. 배운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 천재들도 뻔하더라.. 타고난 재주에 남들이 박수쳐주니까 그냥 그런 것인 줄 알지 천재의 뿌리는 천,이라는 데에 착안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더라..

한국은 현실적으로 문명의 뿌리가 좀 약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위 선진국들은 명목 상으로는 역사가 짧지만, 역사의 연속성이 대체로 보존되고 있다..
일본은 패전국가인데도 과거와 현대문명이 잘 연속되었고
미국은 독립한 지도 얼마 안되었지만, 매우 조리있고 시스템있는 상태가 아직 보존되고 있다..
유럽은 대전의 주요당사자였는데도, 그렇지만 여전히 역사의 주인공이다..
한국은 현실적으로 신생독립국가와 비슷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조선조와의 유대도 많이 끊어졌고, 고려조는 불교국가였다는데, 그 유산이 거의 남지 않았다..
보조국사가 나름 고유한 안목을 가진 분이었지만, 불교권 안에서도 정통성 논란의 당사자가 되어 버렸다..
고구려의 넓었던 영토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문명의 현실적 모습은 거의 전해지거나 영향력을 갖지 않고 있다..
고조선에선 참전계경 같은 너무나 조리있는 작품이 전해지지만 도리어 위작을 의심받고
현실적으로 전해지는 내용이라곤 8조의 법금, 정도에 불과하다..
5천 년 역사의 당사자들로선 좀 한심한 문명적 상황이라고 여겨진다..
가을은 단풍이 아름다운 계절이다..